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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광풍 잠재운 ‘매도’ 리포트…국내에선 왜 ‘파격’이었을까

[새로운 리서치가 온다]①
최근 급등한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해 ‘매도’ 의견 나와
‘매수’ 의견 대부분인 국내 리서치시장…기업관계·영업 등 ‘눈치’
객관적·독립적 리서치 리포트 ‘긍정적’…“신뢰 쌓을 수 있을 것"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오창공장. [사진 에코프로비엠]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최근 증권가에서는 주식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등장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에서는 상장사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를 보기가 쉽지 않은 터라, 시장에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매도 보고서의 중심이 된 기업은 바로 ‘에코프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2일 보고서를 통해 “에코프로는 위대한 기업이나 현 주가는 그 위대함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로 45만4000원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안정적 이익창출 능력과 실적가시성은 높지만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매도 보고서가 나오자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11일 에코프로 주가는 최고가 82만원까지 급등했지만 12일 매도 보고서 이후 2거래일 동안 20%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에코프로 ‘과열’ 우려 많았으나 ‘매도’ 의견은 처음 

에코프로는 회사의 호실적과 2차전지 업체들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 기대감 등이 주가에 반영되며 이달 8일 기준 주가가 3개월 전보다 260% 이상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700% 넘게 올랐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주가에 대한 ‘과열’논란이 불거지며 우려가 팽배해졌다. 하지만 이 기업에 대해 매도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코프로 자회사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도 잇달았다. 지난달 하이투자증권과 교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이후 대신증권은 이달 8일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펀더멘털 요인이 부족하다면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다만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27만원으로 올렸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최근 1달간 12%, 3달간 119% 상승했다”며 “현 주가는 적정 밸류에이션 밴드를 넘어선 단기적 과열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가파른 주가 상승을 설명할 실적과 밸류에이션 등 펀더멘탈 요인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보다 앞서 매도의견을 제시했다. 맥쿼리증권은 지난달 6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매도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12만 원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배포한 보고서에서 "에코프로비엠의 최근 주가 성과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해당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에코프로비엠 주가 등급을 '비중 축소',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는 상장기업에 대한 매도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발간된 1만여 개의 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이 제시된 것은 10개에도 못 미쳤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업이나, 지분을 들고 있는 기관투자자들과의 관계, 영업 등의 이유로 매도 보고서를 내기가 힘든 구조라고 말한다. 또한 리서치 부문은 자체적인 수익이 없고 연구원 성과평가에 있어 고객의 거래대금 수수료 규모가 반영되는 등 기업에 대해 나쁜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리서치 센터 관계자는 “주식 매매 기관 영업을 하는데, 리서치센터에서 분석하게 될 종목들이 해당 기관에 포함될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종목이 안좋다’는 식의 ‘매도 의견’을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애널리스트들이 보통 기업탐방을 다니곤 하는데 그 기업에 대한 안 좋은 리포트를 내게 되면 기업탐방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예전에 있곤 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나오는 보고서들은 기업의 성장이나 시장을 분석하면서 매도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하향 내지 중립 이라는 의견을 내거나 목표가를 조정하는 식으로 보고서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매도보고서 ‘긍정적’…“객관성·중립성 유지해야”

업계에서는 매수 일변도였던 국내 보고서들 사이에서 최근 매도보고서 등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나 애널리스트들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며 “사실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 있어서 매수에만 보고서가 집중돼 있으면 이는 투자자를 위한 유용한 정보라기보다는 증권사 영업에 불과해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해외 보고서처럼 국내 보고서를 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매수 일색의 리포트만 내기 힘들 만큼 투자환경이 어려워졌고 과열되거나 비정상적이 주가흐름을 보인 종목들이 실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나 최근 문제가 됐던 8개 종목 등은 비이성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 매도 리포트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아직까지는 전반적인 시장이 확 바뀌고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종목에 대해서 지난해 연말 이미 과열 경고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9일 삼천리의 목표주가를 당시 가격(37만8500원)보다 70% 낮은 11만원으로, 투자의견은 ‘비중 축소’로 낮췄다. 보고서에서 유진투자증권은 “실적과 주가가 모두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천리는 작년 1월 초 9만원이었던 주가가 지난달 50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에서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나오면서 지난달 24~26일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해당종목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낸 증권사도 있었다. 작년 11월 25일 SK증권은 삼천리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제시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당시 삼천리 주가는 36만3000원이었다.

서울가스도 비슷한 시기 ‘위험한 주가’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당시 분석 대상 기업에 서울가스를 새로 포함하면서 매수 의견을 내고 6개월 뒤인 올해 5월 목표가 47만 원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나 연구원은 “도시가스 사업의 영업이익률과 천연가스 가격은 무관하다”며 지나친 주가 상승 기대는 삼가야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보고서가 유료로 제공되는 해외처럼 국내 무료 보고서 시스템도 달라진다면 어느 정도 보고서의 질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대부분의 리포트가 유료로 제공된다”며 “확실한 투자나 분석을 원하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그 종목을 가서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금 더 투자의 명확한 판단을 줄 수 있는 기준을 리포트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도 유료화 시도를 하고 있는 증권사나 리서치센터도 있지만 그게 일반화되지 않았을 뿐이다”며 “시스템이 유료화 되면 리포트의 질이 올라갈 것이고 그런 과정을 위한 과도기를 거쳐 아직은 변화가 필요한 단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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