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채권 인증 사업 강화 시점 두고 고민 빠진 3대 신평사
지난해부터 ESG채권 관심 뚝…금융시장 악화 영향
시장 확대 전망에도 사실상 없는 수익에 ‘딜레마’
정책 따라 발행량 ‘들쑥날쑥’…사업 강화 불확실성↑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인증 사업 강화 시점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장기적으로 ESG채권 인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수익을 내기에는 시장 규모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ESG채권 인증 사업에 진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아진 ESG 관련 수요에 힘입어 기존 신용평가 역량을 적극 활용해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선 것이다. ESG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기업의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ESG채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으면서 인증 사업 역시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ESG채권 시장 규모가 우상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당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사업 확대에 대한 동기가 부족한 상태다. 신용평가사들이 ESG채권 인증 사업 강화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실제 현대차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시장에서 발해된 ESG채권 규모는 8207억 달러(한화 약 1090조원)로 전년(1조1375억 달러) 대비 27.9% 줄었다. ESG채권이 처음 발행된 2007년 이후 발행량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ESG채권 시장 분위기가 좋았다”며 “하지만 하반기 이후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채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고 발행사들도 ESG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지원책 유무에 따라 발행 여부가 갈리는 ESG채권 특성상 인증 사업 확대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ESG채권 발행량에 시장논리보다는 정부의 정책이 더 큰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는 들쑥날쑥한 인증 수요가 인증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ESG채권 시장은 시장 논리에 의해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정책과 흐름 등 외부적 요소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ESG채권 시장은 ESG라는 세계적 흐름과 정부의 드라이브에 의해 만들어진 시장이라고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2~3년 간 ESG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공기업과 연기금 등에서 ESG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ESG채권을 발행한 것이 컸다”며 “당장 금리만 보더라도 ESG채권이 일반 채권 대비 유리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ESG채권 인증 사업이 신평사들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부의 ESG채권 발행 확대 의지가 확고한 만큼 시장 규모 역시 꾸준히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ESG채권 인증 사업 강화 시점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신평사들 역시 이같은 전망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실제 환경부는 올해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기업에 최대 3억원의 이자를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형 녹색채권은 발행자금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의해 정의된 녹색경제활동에 사용되는 ESG채권이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ESG시장이 점차 확대되면 인증 수요 역시 함께 늘어나고, 신평사들도 역량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미래 먹거리로서 ESG채권 인증사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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