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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교통비 다 오른다…한은 ‘금리인하’ 미뤄질까

정부, 전기·가스 등 요금 16일부터 인상키로
서울시는 하반기 교통비 150원 가량 인상 예고
금통위원들 “공공요금 인상 등에 물가 하락 둔화 가능성”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대중교통비까지 오를 예정이라 지금까지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또 동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다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기·가스·교통비 등 공공요금 줄인상 

17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들과 지하철·버스요금 등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지난 15일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16일부터 킬로와트시(㎾h)당 8원을 인상하고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올린다. 이번 인상 조치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현재 요금 수준보다 5.3% 인상된다. 4인 가구 기준으로 각 가정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은 3020원, 가스요금은 4400원 오를 전망이다. 

8월에는 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150~300원 가량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교통비는 지난 8년 동안 동결돼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도 2021년부터 2년 동안 38조5000억원에 달하고 가스공사 역시 미수금이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3조원이 더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번 공공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잡혀가던 국내 물가 다시 오를까

공공요금 인상과 대중교통비 인상에 따라 한은의 물가 관리는 ‘안갯속’을 걷게 됐다. 공공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7%로 전월보다 0.1%p 상승한 바 있는데 이 기간에 전기 요금이 킬로와트시당 7.4원,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 당 2.7원씩 인상된 바 있다. 

현재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을 기록하며 지난해 2월의 3.7%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돌아왔다. 한은과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률 둔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 추이. 

하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1년 전보다 4.6% 상승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6% 상승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여름철에 에어컨 등 사용 증가로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를 경우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식품 가격을 더 올리면서 서민들의 가격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의 금통위원들도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공개한 ‘2023년도 제7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물가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락 속도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국내에서는 이연된 공공요금 인상이 향후 물가불안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고물가 환경이 지속되면서 기업이 비용 상승을 상품가격에 전가하는 행태가 강화되는 등 이차파급의 영향도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의 기조적 하향 안정을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다른 위원도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아직 4% 내외”라며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을 고려하면서 물가가 한은의 전망 경로에 부합되는 움직임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요금 인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 더 클 것”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4일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컨퍼런스 콜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시장에선 5월 25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은이 2월과 4월에 이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여러차례 “변동환율제에서는 기계적으로 한미 금리차 확대를 피해야 하는 수준이 없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고, 물가 상승률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 금리차 확대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나타나지 않아 한은의 5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자금은 매월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 안정이 어려워진 만큼 한은이 앞으로도 금리 인하를 논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번 금통위에서 더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임영주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체로 보면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이 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0.73%p고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라며 “아직 한은이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섣부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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