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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무산 갈림길’…대한항공‧아시아나에 쏠린 눈

유럽연합‧미국 등에서 부정 기류 ‘감지’
“최종 무산 땐 항공 산업 대혼란” 우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미국 법무부가 양사 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양사 결합이 최종 무산되면, 항공 산업 재편이 무기한 연장되는 등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성사시킨 KDB산업은행 입장에선 그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대규모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재매각에 나서야 하는데,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승인과 무산 사이 

2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최종 승인” 전망과 “최종 불허” 의견이 뒤섞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한항공이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 통과를 위해 독과점 우려가 있는 노선에 대한 슬롯(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을 과감히 시장에 내놓으면서 심사 문턱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면서도 “최근 EU와 미국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양사 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흘러나오면서 인수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양사 결합으로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 위축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일부에선 “미국 법무부가 양사 결합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대한항공에 전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대한항공 측은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12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미국 법무부 차관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면담에는 조원태 회장뿐만 아니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심사 중인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 회장을 만난 것인데, 항공업계에선 “미국 법무부가 조 회장 측에 독과점 해소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조원태 회장이 미국 법무부 측과 만난 만큼 양측의 협의가 다소 진전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는데, 미국 법무부가 양사 결합을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현재로선 배제하기 어렵다.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소속이자 조인트벤처까지 설립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미주 노선에서 사실상 하나의 항공사로 인식된다. 델타항공은 1분기 말 기준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 지분 14.90%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델타항공과 경쟁사인 유나이티드항공과 같은 항공 동맹체(스타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 탈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델타항공을 제외한 다른 미국 항공사들의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 이날 보고서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과 관련해 “현재 가장 큰 관건은 미국이라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은 태평양 노선에서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영업하고 있어 미국 내 항공사들이 직접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 노선 중에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은 조인트벤처 포함 점유율이 100%”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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