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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가전이 LG보다 불황에 약한 이유 [이코노 리포트]

삼성전자, 1Q 판촉·광고비 2조8183억…전년比 14.4%↓
비용 지출 늘렸던 지난해와는 대조…비용 감축 본격 나서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비스포크 가전 모습.[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글로벌 가전 시장이 경기침체 여파로 불황에 빠진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LG전자(066570)보다 더 고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케팅 의존도가 높았던 삼성전자 가전 사업이 긴축 경영 여파로 비용 지출을 줄일 경우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던 가전 사업에 대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을 통한 수익성 보존을 우선시하다 보니 마케팅 지출을 불가피하게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가전 사업의 마케팅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직·간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가전 사업은 효율적인 공급망관리(SCM)과 마케팅에 기반한 시장 침투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업계 최고 수준의 SCM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제품을 침투시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하지만 SCM과 마케팅 중심의 전략은 불황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CM과 마케팅 모두 비용의 영역인 만큼 긴축 시기에는 아무래도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삼성전자는 판매촉진과 광고선전을 위해 비용 지출을 폭발적으로 늘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긴축 신호탄을 쏜 상태다. 광고선전비는 사업과 관련된 재화 또는 용역 등의 판매, 공급의 촉진을 위해 불특정다수에게 광고선전을 목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말한다. 판매촉진비는 말 그대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으로 영업사원 등에게 지급되는 판매 수당 등이 포함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광고선전과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사용한 금액은 총 2조81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911억원) 대비 14.4% 감소했다. 지난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돈을 바탕으로 가전 마케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판매촉진비는 1조8234억원에서 1조6730억원으로 8.2% 줄었고, 광고선전비는 1조4677억원에서 1조1453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삼성전자 가전 사업 실적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TV와 생활가전을 포함한 가전 사업 영업이익은 1900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6.3% 급감한 수치다. TV와 냉장고 등 전반적인 가전 수요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LG전자는 백색가전을 담당하고 있는 홈 어플라이언스& 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와 TV를 맡고 있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같은기간 총 1조219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비 92.3% 급증했다. 

LG전자가 지난해 1분기 희망퇴직 비용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높은 증가폭이다. LG전자의 가전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와 투자가 제품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면서 불황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 동안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며 “이를 고려하면 긴축경영은 삼성전자 가전 사업 경쟁력 약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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