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도 홍보 나섰건만…外人은 韓 ‘은행주’서 발 뺀다
3개월 동안 외국인, 4대 금융지주 9935억원 순매도
코스피 오르는데 금융지주 주가 지지부진
정책상품 금리 산정서 ‘당국 입김’ 등 관여 여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은 대거 매수하면서도, 은행주는 외면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K-금융’ 홍보에 나선 상황에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모습이다. 여전한 관치 움직임과 금융권 실적 악화 우려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4대 금융지주 모두 매도…주가는 제자리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팔아치웠다. 순매도 규모는 지난 3월 16일부터 이날까지 3개월 동안 총 9935억원이다.
지주사별 외국인 순매도를 보면 신한지주는 4047억원, 하나금융지주는 2711억원, KB금융은 1988억원, 우리금융지주는 1189억원 등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국내 코스피에서 9조5825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도로 은행주 주가도 지지부진했다. 3월 16일부터 6월 16일까지 지주별 주가 상승률을 보면 ▶우리금융지주는 8.58% ▶신한지주는 0.87% ▶KB금융은 0.52% ▶하나금융지주는 0.49%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377.91에서 2625.79로 10.42% 올랐다.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다른 금융지주는 지수 상승과 비교해 제자리 수준을 보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반도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외국인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고 봤다. 반면 국내 은행주를 매도하는 이유는 ▶관치 우려 ▶실적 및 건전성 악화 우려 등이 꼽히고 있다.
은행권 금리 산정에 당국 관여 여전해
외국인의 순매도는 5월 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으로 국내 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사 대표들과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K-금융’ 홍보에 나선 상황에서도 계속됐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금감원장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해외 투자설명회(IR)에 동행했다며 파격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당시엔 SG발 주가조작 사태로 인해 금감원장의 해와 IR 참석이 적절하지 않다는 정치권 비판이 컸지만, 금융권은 금감원장이 직접 행사에 참여해 관치 우려 등을 낮추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금융사를 소개한 만큼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금감원장의 이런 행보에도 외국인들의 국내 은행주 순매도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당국이 최근까지도 금리 산정에 깊게 관여하면서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투자심리도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5일 국내 11개 은행에서 청년도약계좌 운영이 개시됐다. 최고 금리는 기본금리에 더해 우대금리를 적용해 11개 은행이 모두 연 6.0%로 같았다.
지난 8일 1차 공시 때는 시중은행들이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각각 연 3.5%와 연 2%로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당국이 최종 공시 일정까지 은행과 막판 협상을 진행했고, 이에 은행들은 기본금리를 1%p 올리고 우대금리를 1%p 낮췄다. 그만큼 고객은 우대금리 조건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유리한 조건에서 가입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기본금리 인상을 부담하고, 우대금리 조건도 완화하면서 ‘역마진’ 우려가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초부터 당국 주도로 은행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공시가 시작됐고 대출금리 인하 요구도 계속 나타났다. 일부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도 당국이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관치 논란이 생긴 바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 주가가 낮다는 지적과 관련해 “관치 우려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다만 당국 관리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일이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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