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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험 비교·추천 ‘표준API’ 만들자는 대형사들, 배경은?

빅5사, 당국에 ‘공통 API 개발’ 방식 제안
관리 정확·편의성↑...정보 획일화 우려도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와 관련해 손해보험업계가 오픈형API 개발 및 도입 의견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공통된 ‘표준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활용하자는 의견을 당국에 제시했다. 업체별로 다른 API 적용 시 서비스 운영에 있어 시간과 비용이 더 들고 오류 가능성도 커질 수 있어 아예 오픈형API를 개발해 참여사 모두 활용하자는 얘기다. 

다만 이 사업에 참여한 일부 업체들은 표준API 활용으로 비교·추천을 하면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보여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표준API 활용 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결국 보험상품을 단순 열거하는 수준에 그쳐 ‘제2의 보험다모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표준API 개발 후 중계기관 도입’ 의견 제출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빅5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최근 협의를 통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시행 예정인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공통된 표준API를 개발해 적용하자’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PI란 데이터를 주고받는 전산망을 말한다. 특정 인터페이스에서 데이터를 공유할 때 어떻게 데이터를 요청하고, 제공받을 지를 결정하는 방식인 셈이다. 

보험 비교·추천을 예로 들면 회사명, 보험료, 보험상품 등에 대한 정의값을 미리 짜놓고 데이터 요청이 들어오면 이 값이 전송된다. 손보업계는 이를 통일화한 오픈형 API를 만들어 다른 회사들도 활용케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API를 따로 만들어 적용하면 각각의 값에 대한 정의를 업체마다 다르게 정리할 수 있고 비교·추천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며 “표준API를 활용하는 것이 원활한 보험 비교·추천을 위해 필요하다고 협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당국에 전달된 손보사들의 협의 내용 중에는 ‘API 중계기관을 두자’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추천을 위해서는 플랫폼사들이 보험사의 보험상품 정보를 API로 받아야 한다. 이때 너무 불필요한 정보까지 플랫폼에 전달될 수 있어 중계기관을 두고 이를 관리하자는 얘기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API 공유 과정에서 회사의 보험료 산출 등 대외비 수준인 회사의 주요 정보까지 유출될 문제가 있다”며 “또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공룡 플랫폼사들이 지위를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힘 빠지는 빅테크와 중소형사?

표준API 적용은 이번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참여 업체별로 다른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자체 구축 기술 인프라 부족 및 비용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중소형 손보사나 핀테크 회사들에게는 표준API 적용이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다만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자체 API 활용을 고려했었던 업체들은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표준API 적용 시 보험 비교·추천에서 자신들만의 특색을 보여주기 힘들 것으로 보여서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대상인 자동차, 실손, 여행자보험 등 온라인(CM) 상품은 오프라인 상품 대비 보장 내용이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상품 구조가 간편한 자동차보험도 보험 특성상 정책, 보상 범위 등을 획일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각 사별로 정책이나 특약 종류, 가입금액 범위 등이 다른데 표준API로 해당 내용을 다 담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예적금 상품은 금리만 비교하면 되지만 보험은 상품구조가 복잡한 편이라 비교해야 될 부분이 많다”며 “그런부분을 여러가지 정보들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비교해줘야 하는데 표준API로 한정된 정보만을 활용하게 되면 비교·추천에서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사진 각 사]

또 빅테크와 다양한 협업을 노렸던 중소형 손보사들도 힘이 빠질 수 있다. 표준API 적용으로 빅테크사들의 비교·추천 강점이 사실상 활용되기 어려워지면 이들과의 협업도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손보사들의 표준API 제시 배경에 대해 ‘자동차보험’과 ‘빅테크 견제’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위기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2000만명이 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이용률이 높을 전망이다. 자동차보험은 1년 마다 갱신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라 자연스레 비교에 나서는 고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 이상은 대형 손보사 4곳이 점유하고 있다. 온라인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업계 1위 삼성화재가 30~4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사와 빅테크 제휴로 온라인 자동차보험 판매 점유율이 분산될 수 있다. 대형사들이 이 부분을 고려해 표준API 도입을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이번 보험 비교·추천을 통해 자동차보험 상품이 판매되면 보험사는 플랫폼에 4%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상품이 많이 판매될수록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도 커진다. 

제2의 보험다모아 될까

일각에서는 표준API 적용으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사실상 실패한 ‘보험다모아’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5년 11월 출시한 보험비교플랫폼 보험다모아.[사진 보험다모아 홈페이지]

보험다모아는 2015년 11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함께 주도해 출시한 보험 비교 플랫폼이다. 비대면 가입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지만 정확성이 떨어지고 단순 상품 열거 수준에 그치며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해왔다.

금융당국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으로 보험사와 플랫폼간 자율계약, 제휴 등으로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 방식들이 등장하길 원했다. 하지만 보험 비교·추천이 표준API로 획일화된 정보만을 열거하는 서비스에 그치면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금융위의 도입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다모아는 표준API를 통해 획일화된 정보만을 보여주며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보험 비교·추천이 ‘제2의 보험다모아’처럼 만들어진다면 대형 손보사 외 참여업체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이 손보업계의 ‘중계기관을 두는 방식의 표준API 활용’ 의견을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다만 공통된 API 적용 시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관리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어 수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표준API 도입 시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 시기는 더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회사별 전산시스템의 공유 및 프로그램화 등의 작업기간이 필요해서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보험사와 핀테크 업체 25곳이 참여 신청을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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