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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위기 여전

[불안 감도는 신용등급 정기평가]②
SK하이닉스, 메모리 한파 직격타…등급 전망 불안
신평3사, LGD 신용등급 강등…계속된 적자가 원인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사진 SK하이닉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단기간 내에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들은 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당분간 재무건전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향후 조정을 위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신평은 LG디스플레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변경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하향했다. 나신평도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유지)로 하향했다. 한기평은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 조정에 나선 것은 최근 이어진 대규모 적자와 관련이 있다. 주요 매출원 중 하나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단가가 수요 위축과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크게 하락하면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차세대 패널인 OLED 역시 TV를 비롯한 전방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매출원가는 4조7940억원으로 매출(4조4110억원)을 뛰어넘었다. 즉 LG디스플레이는 4조411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3830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SK하이닉스 DDR5 D램.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SK하이닉스의 경우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직접적인 등급 조정을 받지 않았다. 다만 메모리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기존 ‘BBB-’를 유지했다. 메모리 수요 감소에 따라 단가 하락과 재고 상승으로 인한 SK하이닉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P는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고객사와 공급업체의 과잉 재고까지 겹치면서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신용지표가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잉여 영업 현금흐름은 올해도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 예정된 설비투자 계획을 매우 축소했지만 현금흐름 감소분을 상쇄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익성과 영업현금흐름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향후 1~2년간 2.0배를 웃도는 경우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신용평가 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향후 SK하이닉스의 재무여건이 악화될 경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순차입금이 2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신평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재무안정성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 신용도 재점검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며 “SK하이닉스의 재무여력이 소진돼 신용등급이 안전하다고 단언하기 이르다”고 밝힌바 있다.

이어 “호황(업사이클) 수혜의 고점을 낮출 수 있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도 앞으로 신용도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차입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중국 내 생산설비 비중이 경쟁사보다 높아 생산기반 조정을 위한 투자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 LG디스플레이]

장기적으로 회복 가능성 높아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가 전방산업 수요 둔화라는 외부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서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단가 하락폭이 점차 줄어 들고 있는 추세다. 챗GPT(Chat GPT)를 비롯한 초거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감산 효과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의 경우 단가 하락폭이 10~1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D램 가격 하락폭은 전분기 대비 15~20% 수준이었다. 낸드플래시 역시 10~15%에서 5~10%로 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OLED를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OLED 시장을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 800만 대에서 올해 990만 대, OLED 패널을 쓰는 스마트폰은 같은 기간 5억8800만 대에서 6억460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거론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모그룹의 지원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여력이 있는 만큼 업황 악화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했다. 차입기간은 오는 2026년 3월 30일까지로 이자율은 연 6.06%다. SK하이닉스 역시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시설 투자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필요가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특성상 신용등급 조정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등급이 아닌 전망만 부정적으로 바뀌더라도 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해 회사의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 역시 모그룹의 지원과 회사채 발행 등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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