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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수는 없다” 산업은행, KDB생명 매각…10년 묵은 숙제 풀까

[산업은행의 과제들]②
하나금융 참전…최종 주인은 누구?
흑자행진에 재무구조 개선 ‘청신호’
강석훈 회장 “이번엔 다르다” 자신감

KDB생명 본사 전경. [사진 KDB생명]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KDB생명이 또 다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 2014년부터 네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매각만큼은 꼭 성공시키겠다는 대주주 산업은행의 의지가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그간 KDB생명이 흑자를 내고, 재무구조 개선 등에 힘써온 만큼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하나금융, 인수전 참전…유력 후보 급부상

최근 KDB생명 매각 본입찰을 마감한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 PEF)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의 92.73% 전량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하나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내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품을 경우 단숨에 덩치를 키워 보험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산업은행 또한 보험업에 이해도가 높은 원매자를 찾고 있었던 만큼, 하나금융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나선 것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포함해 모빌리티·헬스케어·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적극 제휴 및 투자하며 업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KDB생명 매각을 진행 중이다. 매각 재무자문은 한영회계법인, 계리와 법률은 밀리만과 법무법인 광장이 각각 맡았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다섯 번째 매각을 개시했을때만 해도 올해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2분기 거래 종결을 목표로 했다.

다만 올해부터 보험업계에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경영 지표 산출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매각 절차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게 산업은행 측의 설명이다. 올해부터 보험업계에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새로 적용됐다. 


KDB생명 매각 일지 및 당기순이익 추이.

“이번엔 다르다”…몸값 낮추고 유동성 확보

지난 10년 간 네 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KDB생명은 다섯 번째 매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후순위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확보했고, 무상감자로 원매자의 부담을 덜어냈다.

지난달 23일 KDB생명은 10년 만기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당시 모집금액 900억원의 6배에 달하는 총 5350억원 규모의 물량이 몰렸다. 후순위채권은 자본성증권으로 분류돼 조달한 자금은 모두 보험사의 자본으로 인정된다. 특히 이번 후순위채는 산업은행이 지급 보증을 하면서 흥행했다는 평가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5월 KDB생명이 2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시기가 도래하자,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하는 등 해결사로 나선 바 있다. 이처럼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자본성 증권 발행으로 KDB생명의 유동성 우려가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DB생명은 지난달 8일에는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75%에 대한 무상감자 안건을 의결했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을 줄이되 주주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매각가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자본금이 줄어 몸값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상감자를 통해 KDB생명의 자본금은 4743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에 따라 KDB생명의 몸값은 기존 4000억원대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KDB생명은 실적까지 개선되며 매각 성공에 한걸음 다가섰다.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32억원에서 2022년 481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377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완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020년 네 번째 매각 시도 과정에서 JC파트너스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매각이 성사되는 듯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고배를 마신 적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매각 완주 여부가 주된 변수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0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은 매각 도전만 다섯 번째지만 이번에는 과거 시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올해 1분기에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에 비견되는 정도의 당기순익을 올리고 있고, 매각 건에 관련해 다수의 원매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번 본 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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