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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살아난 ESG채권 시장…‘녹색’을 노려라

[채권도 ESG시대] ①
올해 주인공은 녹색채권…발행 족족 흥행가도
비중은 사회적채권이 가장 높아…금융권에 집중

ESG관련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채권 시장이 녹색채권을 중심으로 살아나는 모양새다. 고환율과 특수채권의 한계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기가 시들했으나 올해 초 정부의 지원책 발표와 함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화와 GS에너지, LG에너지솔루션 등 민간 기업들을 필두로 대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함에 따라 ESG채권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사회적책임투자채권 공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채권 시장에서 발행된 ESG채권 규모는 지난 18일 기준 총 42조1201억원으로 전년 동기(34조406억원) 대비 23.7% 증가했다.  ESG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기업의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체 사회적채권이 ESG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사회적채권은 사회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주로 금융권에서 발행하는 ESG채권이다. 

올해 발행된 사회적채권은 총 34조9627억원으로 전년 동기(25조1976억원) 대비 38.8% 증가했다. 이는 올해 발행된 ESG채권 중 83%에 해당된다. 다만 사회적채권의 경우 주택금융공사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주기적으로 발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ESG채권 대비 증가율과 비중이 주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 사례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사회적채권이 있다. 해당 채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미국 뉴욕의 다세대 임대주택인 스프링 크릭 타워와 일리노이주립대 대학생 기숙사의 지분 투자를 위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회적채권이지만 올해 주인공은 단연코 녹색채권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비중 변화는 없었으나 발행하는 족족 흥행가도를 이어가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서만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주로 탄소배출을 줄인 설비 투자와 친환경 발전단지 조성 등에 사용된다. 올해 녹색채권은 총 5조574조원이 발행돼 같은 기간(4조910억원) 대비 23.6% 늘었다. 이는 발행된 전체 ESG채권에서 12%에 해당된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출범 후 첫 발행한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모두 녹색채권으로 발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000억원을 최초 발행 금액으로 신고했지만 수요예측 결과 최소 발행 신고금액의 9배가 넘는 4조72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1조원으로 확대 발행했다. 이는 지난 2012년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녹색채권 발행 금리는 2년물 40.097%, 3년물 4.196%, 5년물 4.298%다. 이는 AA급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 평가 금리)보다 11~20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에는 GS에너지가 3년물 600억원, 5년물 400억원 총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총 1조240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다. 포스코퓨처엠도 3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모집에 1조600억원의 자금이 모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일반 기업 최초로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화는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7050억원의 수요가 몰리며 2000억원으로 증액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 전경[사진 LG에너지솔루션]


지속가능채권 발행량 대폭 감소

반면 지속가능채권은 대폭 줄었다. 지속가능채권은 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에 부합하는 카테고리를 산정하고 취지에 맞는 프로젝트나 대출에 사용된다. 올해 발행된 지속가능채권은 총 1조88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7520억원) 대비 60.4% 급감했다. 지속가능채권이 사회적채권과 녹색채권의 특성을 모두 취하는 만큼 발행 조건이 까다롭고 상대적으로 다른 채권들의 수요가 높다 보니 발행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지속가능연계채권은 현대캐피탈이 2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ESG채권 중 하나인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 시 핵심성과지표에 기반한 지속가능성과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이자율과 만기상환 금액이 달라진다. 

현대캐피탈은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만기에 따라 모두 5종목으로 구성했다. ▲1년 6개월물 2종은 800억원 규모 ▲2년물은 700억원 ▲3년물 600억원 ▲4년물 100억원 등이다. 현대캐피탈은 ‘친환경 차 할부 비중 확대’를 이번 채권의 목표치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녹색채권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고 다른 채권 발행도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ESG채권 시장이 다시금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다른 회사채 대비 높지 않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ESG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더해지면서 녹색채권을 중심으로 발행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활성화를 위해 올해 녹색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기업에 최대 3억원의 이자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형 녹색채권은 발행자금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의해 정의된 녹색경제활동에 사용되는 ESG채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ESG에 신경쓸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ESG채권 발행량 감소로 이어졌다”면서도 “올해 들어서는 정부의 지원책 발표와 기관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ESG채권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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