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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00억 넘게 발행됐는데…주인 못 찾은 모셔널 스톡옵션 상당

기준 충족 필요한 RSU 특성상 점진적 지급
직원별 계약 조건 상이…근속기간·성과 등 포함
발행 한도 무제한…향후 인재 채용 활용 가능성

칼 이아그넴마(Karl Iagnemma) 모셔널 최고경영자(CEO).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앱티브(Aptiv)사가 합작 설립한 자율주행 업체 모셔널이 지난 4년 간 발행한 2071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일부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직원 간 스톡옵션 계약 조건이 상이해 일괄 지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모셔널이 해당 유가증권 발행 한도를 따로 설정하지 않은 만큼 향후 경력직 직원 채용 등에 스톡옵션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모셔널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발행한 207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상당수를 발행만 하고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셔널은 지난 3년 간 임직원 스톡옵션 제공을 위해 1억6554만 달러(한화 약 2071억원)에 달하는 유가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모셔널은 현대자동차그룹 3사와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가 지난 2020년 합작 설립한 회사다. 모셔널의 지분 구조는 ▲현대차 26% ▲기아 14% ▲현대모비스 10% ▲앱티브 50% 등이다. 모셔널은 앱티브의 기술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차량에 접목해 자율주행 차량(로보 택시) 개발 및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톡옵션과는 다른 보상책

모셔널이 천문학적 스톡옵션을 발행하고도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해당 유가증권이 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s, RSU)이기 때문이다. RSU와 스톡옵션은 회사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주식 보상 형태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지급 방식과 별도 기준 설정 유무에서 차이를 보인다.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RSU는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회사가 직원에게 직접 주식을 증여한다. RSU는 설정한 기준에 따라 주식 보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가증권 발행 시점과 지급 시점이 다를 수 있다. RSU에 적용되는 기준은 근속기간과 직책별 성과가 포함된다. 

모셔널 역시 스톡옵션 지급을 위해 발행한 유가증권에 클래스 A-2 유닛(Class A-2 Units)을 획득하기 위한 제한된 등가물 옵션을 적용했다. 클래스 A-2 유닛은 모셔널이 스톡옵션을 임직원에게 지급하기 위해 별도로 설정한 기준으로 근속기간과 성과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직원이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 유닛 단위로 설정된 보상을 모셔널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모셔널의 일부 엔지니어들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지급되는 주식 규모와 보유 연한 등이 설정돼 있다. ▲3년 근속 시 부여된 보상 중 25% 주식 지급(6개월 이상 보유) ▲5년 근속 시 부여된 보상 중 50% 주식 지급(6개월 이상 보유) ▲9년 근속 시 보상 주식 모두 지급(보유 기간 제한 없음) 등이다. 즉 해당 직원의 경우 9년 근무라는 기준을 충족해야만 주식 보상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모셔널 대주주인 현대자동차차그룹측은 모든 직원들이 일률적인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 아닌 만큼 스톡옵션의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방식에 대해 설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유가증권은 임직원 주식보상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스톡옵션으로 부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톡옵션 관련해서 각 개인별 지급조건은 상이하다”며 “근로계약 시 개별 역량에 맞춰 조건을 달리한다. 하나의 일률조건으로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모셔널이 개발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기반 로보택시.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매력적 선택지 될수도

시장에서는 모셔널이 향후 RSU 추가 발행을 통해 자율주행 인재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인재 영입 등에 주식 보상이라는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해 구직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자율주행의 경우 기술 개발을 위한 인재 확보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RSU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모셔널은 RSU 지급을 위한 유가증권의 발행 한도를 별도로 설정하지 않은 상태다. 

실제 모셔널은 최근 스톡옵션 지급에 필요한 유가증권을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모셔널은 전체 발행액의 53%에 해당하는 8929만 달러(약 1131억원)를 지난 1년 새(2022년 3월~2023년 5월) 발행했다. 모셔널이 직원 보상을 위해 얼마나 공격적으로 스톡옵션을 발행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RSU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식 기반의 보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함과 동시에 일정 기간 동안의 보유를 유도하고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활용된다”며 “주식 보상의 지급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직원들의 장기적인 근속을 보장할 수 있고 회사 성과와 주가 상승에 대한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셔널이 유가증권 발행한도를 설정하지 않은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인재 채용 과정에서 RSU를 추가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셔널은 레귤레이션 D(Regulation D) 규정에 따라 비공개 방식(사모)으로 유가증권을 발행했다. 규칙 506(b)(Ruel 506(b)로도 불리는 레귤레이션 D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정한 규정으로 미국 내에서 비공개로 판매되는 증권에 대한 예외 규정을 제공한다. 기업 입장에선 증권을 비공개로 판매하면서 SEC의 등록 요구를 준수하지 않아도 돼 비용 절감 등의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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