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계곡물에 발 담그면 더위가 ‘싹’…옛 선인들의 놀이터, 구곡 가볼까 [E-트래블]
시원한 계곡이 많은 충북 괴산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소백산맥에서 뻗어 내린 높고 낮은 산이 그림처럼 둘러싸고 있는 충북 괴산. 어디서나 소백산 치맛자락을 적시며 춤추듯 휘돌아가는 물줄기를 만나고, 동양화 한 폭을 감상하듯 눈이 시원해지는 동네다. 그만큼 산도 높고 골도 깊어 물이 많은 곳. 전국 40여개 구곡 가운데 20여개가 충북에 있는데 그중 7개의 구곡이 괴산이 있을 정도로 예부터 많은 사람이 괴산을 찾아 여유를 즐겼다. 그래서일까. 올여름 푹푹 찌는 더위도 이 깊은 계곡에서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다. 다만 요즘처럼 갑작스러운 폭우나 폭우예보가 있다면 계곡 근처는 매우 위험하니 근처에도 가지 말 것을 당부한다.
에어컨도 필요 없는 청량감…피서지로 제격
더위를 피해 먼저 찾아간 곳은 연풍면에 자리한 수옥폭포.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절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청량감과 장쾌함을 선물하는 장소다.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20여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조령산(1017m) 능선 서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빚어낸 절경으로 연일 계속되는 비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폭포에는 연풍 현감 조유수가 1711년(숙종 37년) 숙부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은 수옥정이 폭포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는데. 지금의 정자는 지난 1690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그림 같은 폭포와 정자가 어우러져 영화나 TV 사극의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폭포의 모습은 마치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은 듯 이어지는 기암 가운데로 계단처럼 반듯한 암반을 때리며 흘러내린다. 그 우렁찬 폭포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다 울릴 지경이다. 그래도 한참을 듣다보면 머리까지 맑게 하는 듯한 마법 같은 소리로 변하는데 이 소리에 반해 문경새재나 이화령을 오가던 옛사람들도 이 폭포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고된 걸음을 쉬었을 것이다.
폭포에서 더위를 식힌 후 찾아간 곳은 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 사이의 ‘이화령’(548m). 이 고개에도 한 여름철에 꼭 소개하고픈 숨은 폭포가 있다. 우선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다. 해발 548m로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불렸다. 1925년 일제가 만든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개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이화령휴게소 정상에 서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산줄기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 대학생과 동호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는 보통 5일을 잡는다. 남한 땅의 중심부 이화령 구간이 가장 험난한 코스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이곳에서 울창한 숲속을 지나는 약 700m 산책로 끝에는 용추폭포가 있는데 높이 약 10m로 너른 암반을 통과해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가뭄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폭포다. 전국에 이름이 같은 폭포와 계곡이 많지만, 괴산의 용추폭포는 초록 숲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물줄기가 청량함을 뽐낸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깊은 숲속에 메아리를 만들어 귀로 즐기는 피서가 되어준다.
옛사람의 멋과 사상이 흐르는 구곡의 계곡
여기까지 왔다면 어찌 계곡에 발을 담그지 않을 수 있을까. 옛 선인들도 괴산의 계곡을 찾아 심신을 수양하고 학문에 매진했던 곳이다. 사실 어찌 공부만 했을까. 가끔 그들도 물장구도 치면서 더위를 날렸을 것이다. 개중에는 풍경 좋은 곳마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을 터. 이들의 놀이 문화를 ‘구곡(九曲) 문화’라 높여 부르기까지 했을 정도다. 괴산의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의 계곡에 옛사람의 멋이 함께 흐르는 이유도 이런 연유다.
처음 찾아간 구곡은 갈론구곡. 충북 괴산 괴산수력발전소에서 12㎞ 정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깊은 계곡이다. 갈론마을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거슬러 펼쳐지는 계곡으로, 이곳에는 총 9곳은 명소가 있다고 해서 갈론구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해 장암석실·갈천정·옥류벽·금병·구암·고송유수재·칠학동천·선욱암이 구곡을 형성한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다.
선유구곡은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약 2㎞에 걸쳐 있다. 퇴계 이황이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 있다.
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 구곡 중 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2곡 경천벽, 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나고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나게 된다. 중간지점쯤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화양동계곡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적혀 있다.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 구간의 계곡이다. 호롱소·소금강·병암(떡바위)·문수암·쌍벽·용소·쌍곡폭포·선녀탕·장암(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쌍곡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이곳에 머물렀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뤘다.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 쌍곡폭포는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데 반해 그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어컨도 필요 없는 청량감…피서지로 제격
더위를 피해 먼저 찾아간 곳은 연풍면에 자리한 수옥폭포.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절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청량감과 장쾌함을 선물하는 장소다.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20여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조령산(1017m) 능선 서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빚어낸 절경으로 연일 계속되는 비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폭포에는 연풍 현감 조유수가 1711년(숙종 37년) 숙부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은 수옥정이 폭포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는데. 지금의 정자는 지난 1690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그림 같은 폭포와 정자가 어우러져 영화나 TV 사극의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폭포의 모습은 마치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은 듯 이어지는 기암 가운데로 계단처럼 반듯한 암반을 때리며 흘러내린다. 그 우렁찬 폭포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다 울릴 지경이다. 그래도 한참을 듣다보면 머리까지 맑게 하는 듯한 마법 같은 소리로 변하는데 이 소리에 반해 문경새재나 이화령을 오가던 옛사람들도 이 폭포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고된 걸음을 쉬었을 것이다.
폭포에서 더위를 식힌 후 찾아간 곳은 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 사이의 ‘이화령’(548m). 이 고개에도 한 여름철에 꼭 소개하고픈 숨은 폭포가 있다. 우선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다. 해발 548m로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불렸다. 1925년 일제가 만든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개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이화령휴게소 정상에 서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산줄기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 대학생과 동호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는 보통 5일을 잡는다. 남한 땅의 중심부 이화령 구간이 가장 험난한 코스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이곳에서 울창한 숲속을 지나는 약 700m 산책로 끝에는 용추폭포가 있는데 높이 약 10m로 너른 암반을 통과해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가뭄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폭포다. 전국에 이름이 같은 폭포와 계곡이 많지만, 괴산의 용추폭포는 초록 숲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물줄기가 청량함을 뽐낸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깊은 숲속에 메아리를 만들어 귀로 즐기는 피서가 되어준다.
옛사람의 멋과 사상이 흐르는 구곡의 계곡
여기까지 왔다면 어찌 계곡에 발을 담그지 않을 수 있을까. 옛 선인들도 괴산의 계곡을 찾아 심신을 수양하고 학문에 매진했던 곳이다. 사실 어찌 공부만 했을까. 가끔 그들도 물장구도 치면서 더위를 날렸을 것이다. 개중에는 풍경 좋은 곳마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을 터. 이들의 놀이 문화를 ‘구곡(九曲) 문화’라 높여 부르기까지 했을 정도다. 괴산의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의 계곡에 옛사람의 멋이 함께 흐르는 이유도 이런 연유다.
처음 찾아간 구곡은 갈론구곡. 충북 괴산 괴산수력발전소에서 12㎞ 정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깊은 계곡이다. 갈론마을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거슬러 펼쳐지는 계곡으로, 이곳에는 총 9곳은 명소가 있다고 해서 갈론구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해 장암석실·갈천정·옥류벽·금병·구암·고송유수재·칠학동천·선욱암이 구곡을 형성한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다.
선유구곡은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약 2㎞에 걸쳐 있다. 퇴계 이황이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 있다.
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 구곡 중 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2곡 경천벽, 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나고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나게 된다. 중간지점쯤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화양동계곡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적혀 있다.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 구간의 계곡이다. 호롱소·소금강·병암(떡바위)·문수암·쌍벽·용소·쌍곡폭포·선녀탕·장암(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쌍곡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이곳에 머물렀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뤘다.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 쌍곡폭포는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데 반해 그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2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3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4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5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6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7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
8상법 개정 되지 않는다면 “국장 탈출·내수 침체 악순환 반복될 것”
9열매컴퍼니, 미술품 최초 투자계약증권 합산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