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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9조 순익’ 만든 기업대출…반년 새 22조 늘었다[부채도사]

4대 시중은행 상반기 순이익 9.2조원
상반기, 가계대출 감소했지만 대기업대출 15.6%↑
기업대출 금리만 연 5.3%...“경제위기 만든 장본인” 지적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주요 기업체 건물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54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은행과 기업 사이의 불안한 상생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들은 고금리 영향에 따라 대출을 줄였지만, 기업들은 금리와 무관하게 대출을 계속 늘리고 있다. 특히 대기업대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가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만큼 최근 현상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4대 은행 기업대출, 반년 만에 22.6조 늘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달성한 9조1828억원 당기순이익은 기업대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순이익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3354억원(3.8%) 증가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을 보면 총 638조7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22조6000억원(3.7%)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11조4000억원(2.0%) 감소한 54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 규모로 보면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의 2배 가까이 된다. 

특히 대기업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4대 은행의 대기업대출은 올해 상반기 동안 15조3000억원(15.6%) 증가한 128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액 중 대기업대출 증가액이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보통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고, 큰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 금리 연 5% 상회…연간 ‘32조’ 이자로 번다

국내 4대 은행의 간판. [사진 연합뉴스]
이런 현상에 대해 은행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대출 금리 수준이 가계대출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기업대출 금리는 연 5.32%로 가계대출의 연 4.81%보다 0.51%p 높았다. 대출 별로 대기업대출 금리가 연 5.25%, 중소기업대출이 연 5.37%다. 

올해 들어 기업대출 금리가 평균 연 5%를 상회한 가운데 기업의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6월 말에 64.5%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72.0%다. 

단순 계산으로 4대 은행의 기업대출 638조7000억원에 연 5% 금리를 적용하면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이자이익은 총 31조9000원에 달한다. 기업들이 3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올해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278개사 중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한계기업은 518개사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평가데이터와 함께 1612개 상장사의 지난해 재무 상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2%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44.1% 급감했다. 

한은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기업대출 문제 존재”

금융권에서는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업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출을 늘릴 경우 금융권 위기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최연교 과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난 60년 경제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재무지표 변화’ 보고서를 지난달 31일 내놨다. 

이 자료에서 조 위원은 우리나라가 맞은 1971~1972년, 1980~1981년, 1997~1998년 등 3번의 경제·금융위기 원인에는 가계부채가 아니라 모두 기업부채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기업부채 비율이 증가하고 매출 하락, 유동성 악화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위원은 “과거 정부의 금융 개입과 과도한 정책적 지원이 대기업들의 안정성을 저하시키고, 외부충격이나 경기변동에 취약하게 해 결국 부채위기를 맞게 됐다”며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차입금의존도, 부채비율, 낮은 이자보상배율이 지속되는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 악화와 함께 기업대출 수요 증가에 따라 은행 영업점마다 기업 영업을 강화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기업대출 연체율이 낮지만 언제든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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