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그룹, 김창수 회장 장남 ‘승계 핵심’은 화장품 회사?[지배구조 돋보기]
비상장 가족회사 에프앤코 통해 승계 밑그림
홀딩스 회장 지분 줄여 장남 승계 부담 경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F&F그룹이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에프앤코(F&CO)를 활용해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F&F 회장이 올해 들어 두 번에 걸쳐 시간외매매로 F&F홀딩스의 주식을 에프앤코에 넘기면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F&F홀딩스는 장내매수를 통해 올해 7월 한 달간 지속적으로 자회사인 F&F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F&F홀딩스의 F&F 지분율은 6월 말 30.54%에서 현재 31.67%로 높아졌다. 이처럼 F&F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F&F홀딩스는 F&F 지분매입으로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가족회사 ‘에프앤코’에 지분을 넘기며 관계를 쌓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2일 보유중이던 F&F홀딩스 주식 41만500주를 시간외매매로 에프앤코에 넘겼다. 평균 처분단가는 1주당 1만9480원으로 약 8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에프앤코의 F&F홀딩스 지분율은 3.26%가 됐다.
에프앤코는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 등을 보유한 화장품 회사다. 김 회장은 애프앤코의 대표직도 맡고 있다. 그의 장남인 김승범 F&F 디지털본부 총괄 또한 에프앤코 본부장(상무이사)으로 재직하며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에프앤코는 2005년 출범 당시 F&F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지만, 이후 김 회장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F&F 오너가의 가족회사가 됐다. 김 회장 일가는 에프앤코 지분 88.96%를 보유 중이다.
앞서 김 회장은 올해 4월에도 에프앤코에 F&F홀딩스 주식 86만3930주를 넘겼다. 당시 평균 처분단가는 2만3150원으로 약 200억원 규모다. 당초 에프앤코는 F&F홀딩스 보유 주식 수가 없었지만, 4월 주식 거래를 계기로 처음으로 F&F홀딩스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의 주식 처분은 F&F 그룹의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 올해 두 번의 주식 처분으로 김 회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67.68%에서 현재 64.42%로 줄었다. 장남인 김 상무의 지분율은 여전히 6.7%다. 김 회장의 주식 보유량이 줄어들면 김 상무가 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가기 위한 지분 확보, 상속세 등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이후 지주회사 지분율을 늘린 에프앤코의 최대주주로 김 상무가 올라서면, 자연스레 F&F홀딩스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승계 시나리오도 예측 가능하다. 게다가 김 회장이 지분을 넘긴 에프앤코는 오너가와 관계가 깊은 회사인 만큼 김 회장 일가에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에프앤코는 코로나19 사태로 화장품 업계가 주춤했을 때에도, 2020년을 제외하면 모두 흑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1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올랐고,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2% 감소했다. 추후 화장품 시장이 반등하면 에프앤코 또한 ‘알짜회사’로 올라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오너일가에서 비상장사를 활용한 승계 방식을 택한 사례는 또 다른 패션기업 LF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본걸 LF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비상장사 고려디앤엘을 기반으로 그룹 지주사 지분율을 높이고 있는 사례다. 고려디앤엘은 지속적인 LF 지분 매입으로 지분율 9.22%로 2대 주주까지 꿰찼다. 구성모씨는 고려디앤엘 주식 91.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들 패션기업에서 비상장 가족회사를 중심으로 승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주식 증여로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비상장사를 활용해 지분을 확대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F&F 관계자는 “F&F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 운용 차원에서 F&F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김 회장과 에프앤코 간 주식 거래는 개인의 주식 거래라, 그 배경을 자세히 알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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