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라고 무시했는데...이젠 없어서 못 사는 중국산[백카(CAR)사전]
LFP 배터리 탑재한 테슬라 모델 Y 국내서 인기
NCM 배터리 대비 화재 위험도 낮고 가격 저렴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중국산)라고 하면 흔히 ‘싼 게 비지떡’(값이 싼 물건은 당연히 품질도 나쁘다)이라고 한다. 모든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같은 편견을 갖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유독 중국과 연결되는 것을 싫어한다. 지난해 6월 기아는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기아 최초의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였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산 배터리 확인하고 바로 취소한다” “중국산은 용납할 수 없다” 등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신차 출시 첫 해 니로EV의 국내 판매 실적은 4481대(구형 610대 포함)로 기대 이하였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의 비야디(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의 강세가 이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최근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테슬라코리아가 지난 17일 국내 출시한 모델 Y만 봐도 알 수 있다. 해당 모델은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후륜구동(RWD) 기반 전기차로 테슬라의 중국 생산공장인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전량 생산된다.
중국산 테슬라 모델 Y는 국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주문 계약이 몰리면서 테슬라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계약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2만명 이상이 중국산 모델 Y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테슬라코리아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1000여대 안팎으로 예상된다. 1년 만에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를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뭘까.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재 우려에 대한 피로감과 높은 전기차 가격 부담은 전기차 구매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LFP 배터리가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건에 불과했던 전기차 화재 사고는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매년 늘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1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가 0.78대에 불과해 내연기관차보다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소방당국의 진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받고 있다. 특히 외부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 훼손 시 발화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BYD 측이 공개한 ‘LFP vs NCM 배터리 관련 안전성 평가’라는 영상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에서 못이 관통된 NCM 배터리는 큰 폭발음과 함께 불에 휩싸였다. 반면 LFP 배터리는 못이 통과해도 연기만 발생할 뿐 불이 나지 않았다.
가격 측면에서도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값 싼 철이 주된 원료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가격이 저렴하면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부담이 낮아진다. 배터리가 전기차 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테슬라코리아가 최근 국내 출시한 중국산 모델 Y의 가격이 기존보다 2000만원가량 낮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 업체들도 결국 LFP 배터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전기차 시대로 오면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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