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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자유롭게 생활"…생각의 역발상이 투자 불렀다[이코노 인터뷰]

박영은 고수플러스(독립생활) 대표 인터뷰
보증금없는 월 단위 주거구독 플랫폼 운영
VC 사로잡은 비결은 '역발상·칠전팔기 정신'
"수백번 거절당해도 묵묵히 달리면 성공"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지 기자] “당연하고 익숙한 것을 비틀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니 또 다른 시장이 열렸어요. 이 시장에서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나갔더니 누적 거래액 19억원, 5만 유저를 돌파하게 됐죠.”

주거구독 서비스 ‘독립생활’을 운영하는 박영은 고수플러스 대표에게 수많은 투자사로부터 주목받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역발상과 꾸준함, 확신, 실행력이 모두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낸 결과라는 것이다.

고수플러스는 보증금 없이 월 단위로 주거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고시원을 연결해주는 주거구독 서비스 ‘독립생활’을 운영한다. 사용자는 발로 뛰지 않더라도 실제 환경과 동일한 3D 영상으로 주거공간을 둘러볼 수 있고, 온라인 비대면 계약 프로세스로 간편하게 수요에 맞는 주거공간에 입실할 수 있다. 특히 특정 날짜에 맞춰 대면으로 현금다발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월 단위로 입실료를 자동 지불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독립생활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어니스트벤처스와 MYSC로부터 프리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내년 안으로 25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하고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젊은 세대가 무서운 속도로 플랫폼 안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은 회사에 러브콜을 속속 보내고 있다.
박영은 고수플러스 대표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연지 기자]

 고시원은 ‘진흙 속 진주’…사회적 가치↑

국내 VC들이 고수플러스에 주목한 이유는 ‘역발상’에 있다. 고수플러스의 독립생활은 비좁고 어두우며 칙칙한 이미지를 가진 고시원을 ‘도시 인프라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직주근접(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 수단’으로 보고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영은 대표는 “시골에서 상경해 취업할 때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며 “보증금이 없어 당시 고시원을 택했는데, 역세권에서 가까워 도시 인프라를 누리기 좋았고 비용 또한 일반 원룸 대비 저렴했으며, 무엇보다 이동 시간이 줄어들어 온전한 내 시간을 활용하기에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시원이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만 한다면 1인 가구의 주거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봤다”며 “사회적으로 거주불안이 큰 문제로 떠오르는 만큼, 사회적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시원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고 정보 비대칭성과 복잡한 거래 절차 등 다양한 불편함을 제거하면서 20~30대 고객이 몰려들었다. 이 중 확장현실(XR) 기술 접목을 통해 현장감있는 공간 정보를 제공하며 허위매물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이 유저 확보에 주효한 역할을 했다. 회사에 따르면 독립생활은 청결 상태와 수압, 가구 크기 등 현장에 가야 볼 수 있는 사항을 앱 상에서 확인시킨다는 점에서 유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고시원 운영자들도 앱을 통해 광고 효과뿐 아니라 입실문의 응대 부담 감소, 공실률 감소를 통한 수익 제고 혜택을 보면서 제휴 문의가 늘어갔다. 

실제 독립생활은 앱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거래액 19억원, 유저수 5만명을 돌파했다. 회사의 결제건수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예컨대 올해 1분기 결제액은 지난해 4분기(1억5000만원) 대비 460% 증가한 6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로 회사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합심해 우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민간 회사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간이 투자하고 정부가 후속 연계 지원하는 구조다. 팁스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2년간 최대 7억원의 R&D 자금과 사업 연계 지원, 해외 마케팅 등의 추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진주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셈이다.

사진 김연지 기자

“칠전팔기 정신으로 세계로 나아갈 것”

박 대표의 칠전팔기(七顚八起) 도전정신 또한 VC 눈을 사로잡은 요소 중 하나다. 안경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대표는 “안경 사업을 꾸릴 때부터 주거구독 플랫폼을 선보인 현재까지 투자사와 유저 등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수백 번의 거절을 당했다”며 “그 과정에서 지혜가 쌓였고, 거절당할 때 그 이유를 넘어서는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투자사들과의 미팅을 예로 들었다. 그는 “플랫폼 사업은 초기 개발·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해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못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독립생활의 경우 고시원 운영자와 유저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운영자는 공실률 해결뿐 아니라 입실 계약, 월세 등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고, 유저는 고시원을 보다 쉽게 검색 및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의 피해도 보지 않고 효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내세운 셈이다. 그는 “되돌아보면 고통과 번뇌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자양분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난관이 있겠지만, 나답게 묵묵히 승부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에게 회사의 목표 및 비전을 물었다. 그는 “주거 플랫폼으로서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주거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유저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고시원 어매니티(Amenity·손님의 편의를 꾀하고 격조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객실 등에 준비된 각종 서비스 용품)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이커머스 몰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쯤 매출 250억원을 달성해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돌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전에 대해 박영은 대표는 “세상 모든 이들이 세계 어디서든 비싼 주거비 부담 없이 내가 원하는 곳, 쾌적한 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하고 싶다”며 “지금은 고시원이라는 업으로 출발했지만, 향후 주거뿐 아니라 사무실 등 다양한 형태의 공실을 해결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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