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예요] 늦캉스 계획했는데…‘유커’ 발길에 호텔 방값 ‘천정부지’
9월 말 제주도 호텔 가격 2~3배 껑충
5성급 호텔 50만원~70만원대 형성
중저가 호텔 너마저...평균 숙박료 6% ↑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호텔 방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 같은 고급 호텔 숙박료가 급등한 데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을 6년 만에 전격 허용하면서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장기화하며 사실상 끊겼던 유커의 입국이 재개되면 숙박 가격은 더 폭등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본격적인 유커 유입은 중국의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 기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국내 주요 호텔 가격은 이미 2~3배 가량 치솟았다. 실제 유커들의 대표 휴가지인 제주도의 호텔 숙박 요금을 검색해보면, 9월 말 기준 신라·롯데호텔·씨에스 호텔 앤 리조트 등 5성급 호텔은 50만원에서 7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인원 수가 늘어나면 추가 요금이 발생해 가격은 더 높이 뛴다.
비성수기 가격이 20만원 후반에서 30만원대라는 걸 고려할 때 거의 2~3배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통상적으로 제주 숙박료는 9~10월 비성수기가 성수기보다 30~50%가량 더 저렴하다. 이 기간 제주 왕복 항공권은 반값으로 뚝 떨어진다.
5성급 호텔뿐만 아니다. 코로나19 이전 유커들을 맞이하기 위해 평균 4만~5만원대의 가격을 내건 중저가 호텔들은 현재 10~20만원대까지 뛴 상황이다. 실제 최근 호텔 숙박료는 오름 추세다. 통계청이 이달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휴양시설 이용료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2%, 호텔 숙박료는 6.9% 올랐다. 서울은 예년과 비슷한 2~3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제주도가 중국인 단체관광 전면 개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제주와 중국 간 관광교류 활성화를 위한 수용 태세를 개선하고 환영 분위기를 조성하며 유커들을 적극적으로 맞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4만3000여명이다. 사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6년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06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한한령으로 2017년에는 75만명, 2018년에는 67만명으로 급감했다. 2019년 107만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항공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2021년 6300여명, 2022년 9800여명에 그친 바 있다.
호텔 예약률 역시 8~90%에 이르고 있다. 실제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중국 국경절 및 중추절 골든위크 특수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일 기준 최대 1400실 중 1200실이 예약 완료됐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객실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유커들의 귀환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예전과 달리 높아진 물가 등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부터는 항공권값도 비싸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9월 국제선 편도기준 유류할증료가 지난달 대비 40% 정도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항공사 유류할증료가 덩달아 뛰며 해외여행 항공권 값은 당분간 비싸질 전망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여파로 신음하던 호텔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소비자들은 신음하고 있다. 직장인 이 모(35세)씨는 “7~8월 성수기를 지나 9월에 ‘늦캉스(늦은 휴가)’를 가려고했더니 호텔 방값이 너무 올랐다”라며 “방값은 물론 뷔페, 레스토랑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니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호텔업계는 중국어 안내 문구를 배치·부착하는 등 유커 맞이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숙박 예약의 절반 가량이 유커였다”라면서 “유커의 귀환에 호텔 예약률이 올라가면 객실 단가 상승으로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호텔)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나면 가격 인상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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