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끌던 ‘50년 만기 주담대’…사실상 은행서 사라진다
은행마다 잠정 판매 중단·연령 34세 제한 둬
당국의 “DSR 우회” 지적 영향
“50년 만기 상품 제한 둬도 주담대 증가세는 지속될 것”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분위기다. 은행마다 해당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두고 있어서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당국이 은행의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은행들이 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판매 중단·연령 제한 확대 중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0년 만기 주담대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내놓은 NH농협은행은 다음 달부터 이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BNK경남은행은 28일부터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고, 같은 계열 은행인 BNK부산은행도 출시를 잠시 보류한 상황이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은 연령 제한 등을 검토한 뒤 상품 판매를 결정할 예정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해당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나이 제한을 두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광주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할 때부터 각각 만 34세 50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뒀다. 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뒀고, 대구은행도 같은 연령대로 판매 제한을 두고 있다.
인터넷은행에서는 카카오뱅크가 50년 만기 주담대에 만 34세 연령 제한을 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나머지 은행들에서도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평균 기대 수명이 만 84세 정도이기 때문에 만 34세부터 받아야 돈을 갚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기 50년으로 늘면 ‘DSR’ 완화 효과 커
은행 자체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제약을 두고 있는 이유는 당국으로부터 이 상품이 DSR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이 급증하는 모양새로 당국에서는 해당 상품이 가계부채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가계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한은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3년 2/4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주담대는 14조1000억원 확대된 103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증가액으로만 보면 지난 분기(4조5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특히 이번 증가액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3분기(20조9000억원 증가) 이후 최대 규모다.
이런 현상은 올 하반기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50년 만기 주담대 규모도 8월 9일부터 21일까지 1조3000억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고객이 연간 벌어들이는 소득이 같아도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서 DSR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이고 대출이 전혀 없는 직장인의 경우, 연 5.00% 금리와 30년 만기 기준으로 2억5000만원 주담대를 받으려 하면 DSR이 41.31%를 기록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 대출자 별로 DSR이 40%를 넘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한 규제 영향이다. 하지만 대출 만기가 50년으로 늘면 같은 조건에서도 DSR은 34.89%로 낮아져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객들 사이에 50년 만기 주담대가 인기를 끌자 당국은 제동을 걸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이 상품에 대해 연령제한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은행들이 주담대 산정에서 DSR 관리가 적정했는지 실태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50만기 상품 억제해도 부채 확대 억제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연령 제한만 둬도 사실상 상품 판매가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보통 만 34세 이하는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며 “연령 제한을 두면서 사실상 해당 상품의 대출 수요가 크게 줄고 은행도 취급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 34세 연령 제한을 둬도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대출 증가세가 강해진 이유는 50년 만기 상품 때문이 아니라 ‘금리 인하’ 기대와 ‘집값 바닥론’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부동산 관계 대출이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이 금리가 안정돼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예측이 많아지고 ‘집값이 바닥이니 대출받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평가했다.
B은행 관계자는 “30년 만기 주담대라고 해도 평균 7~8년에는 대부분 중도 상환이 되고 있다”며 “50년 만기라고 해서 무조건 50년을 채우는 것이 아닌데 마치 이 상품 때문에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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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중단·연령 제한 확대 중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0년 만기 주담대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내놓은 NH농협은행은 다음 달부터 이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BNK경남은행은 28일부터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고, 같은 계열 은행인 BNK부산은행도 출시를 잠시 보류한 상황이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은 연령 제한 등을 검토한 뒤 상품 판매를 결정할 예정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해당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나이 제한을 두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광주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할 때부터 각각 만 34세 50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뒀다. 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뒀고, 대구은행도 같은 연령대로 판매 제한을 두고 있다.
인터넷은행에서는 카카오뱅크가 50년 만기 주담대에 만 34세 연령 제한을 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나머지 은행들에서도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평균 기대 수명이 만 84세 정도이기 때문에 만 34세부터 받아야 돈을 갚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기 50년으로 늘면 ‘DSR’ 완화 효과 커
은행 자체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제약을 두고 있는 이유는 당국으로부터 이 상품이 DSR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이 급증하는 모양새로 당국에서는 해당 상품이 가계부채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가계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한은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3년 2/4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주담대는 14조1000억원 확대된 103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증가액으로만 보면 지난 분기(4조5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특히 이번 증가액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3분기(20조9000억원 증가) 이후 최대 규모다.
이런 현상은 올 하반기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50년 만기 주담대 규모도 8월 9일부터 21일까지 1조3000억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고객이 연간 벌어들이는 소득이 같아도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서 DSR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이고 대출이 전혀 없는 직장인의 경우, 연 5.00% 금리와 30년 만기 기준으로 2억5000만원 주담대를 받으려 하면 DSR이 41.31%를 기록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 대출자 별로 DSR이 40%를 넘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한 규제 영향이다. 하지만 대출 만기가 50년으로 늘면 같은 조건에서도 DSR은 34.89%로 낮아져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객들 사이에 50년 만기 주담대가 인기를 끌자 당국은 제동을 걸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이 상품에 대해 연령제한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은행들이 주담대 산정에서 DSR 관리가 적정했는지 실태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50만기 상품 억제해도 부채 확대 억제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연령 제한만 둬도 사실상 상품 판매가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보통 만 34세 이하는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며 “연령 제한을 두면서 사실상 해당 상품의 대출 수요가 크게 줄고 은행도 취급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 34세 연령 제한을 둬도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대출 증가세가 강해진 이유는 50년 만기 상품 때문이 아니라 ‘금리 인하’ 기대와 ‘집값 바닥론’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부동산 관계 대출이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이 금리가 안정돼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예측이 많아지고 ‘집값이 바닥이니 대출받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평가했다.
B은행 관계자는 “30년 만기 주담대라고 해도 평균 7~8년에는 대부분 중도 상환이 되고 있다”며 “50년 만기라고 해서 무조건 50년을 채우는 것이 아닌데 마치 이 상품 때문에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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