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알프스’ 도야마시의 영리한 고령화 대처법[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인구 감소와 도시] ② 신도시 개발 대신 컴팩트 시티 전환해야
주택뿐 아니라 교통시설 정비, 상업·서비스 공간 기획 필요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인구감소시대를 알리는 첫 신호탄은 바로 고령화 쇼크다. 지금까지는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이 농촌이었다면 이제 대도시 차례다. 과거 많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며 서울과 지방에서 유입된 젊은 층을 수용했던 대도시들이 이제 인구구조로부터 역습을 당하고 있다.
고령화는 장수의 증거이며 기술 진보의 결과다. 하지만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노동인구의 감소와 소비지출의 정체, 연금지출의 증가 등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 고령화는 정부 재정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퇴 이후의 삶은 길어지는 추세지만 정작 60대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임금 수준도 낮다. 주택 자산가치는 낮아지고 물가인상으로 화폐가치까지 하락하면 개인들의 자산가치는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 죽기 전까지 소득을 얻기도, 이미 저축해 놓은 재산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개인이든, 국가(혹은 시·정부)든 이전과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고령화 쇼크, 농촌→대도시권으로 이동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준비하는 도시차원의 1단계 대응은 외연적 확산(urban sprawl)을 멈추고 스마트한 축소에 나서는 것이다. 국내 상황에서는 도심 외곽의 신도시 개발 등을 멈추는 사례가 그것이다. 이미 지방 대도시들의 교외 신시가지 개발은 도심의 공동화를 일으킨 지 오래다. 수도권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이미 계획된 신도시가 여전히 많다. 우리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들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멈추고 컴팩트 시티로 이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교통망을 중심으로 도시의 기능을 재배치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인구팽창기에 설계된 교통노선들은 이용객 감소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준공영제 실시 등으로 일부 보완을 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의 주요 기능을 더 컴팩트하게 재배치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전국 지자체에 컴팩트 시티 조성을 장려하고 있다. 2019년 기준 272개 지자체가 컴팩트 시티 계획을 발표했고 나머지 205개 지자체도 컴팩트 시티 조성을 검토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컴팩트 시티 개념이 소개 및 적용되고 있지만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주요 거점지역 '용적률 상향의 도구'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컴팩트 시티의 핵심이 아니다.
최근 국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기존보다 상업공간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등이 보편화되고,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고 있어서다. 다만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공서비스 공간과 단지 밖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려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건축 측면에서 주택은 새로 짓고 아파트 단지는 내부 공간만 계획하고 고민한다. 상업공간이나 공공서비스 공간, 단지 밖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와 기획은 사실상 전무하다.
반면, 일본의 컴팩트 시티는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도 적용되고 있다. 주택 신축뿐 아니라 주거지 이전과 재배치, 대중교통시설의 정비, 상업 및 공공서비스 공간에 대한 기획이 더 중시된다. 새로 부지를 마련하기보다 기존 유휴공간을 재활용하는 식이다.
특히 학생 수 감소로 폐교한 초등학교나 대학건물을 지역포괄케어센터(교육공간·피트니스 시설·카페·주차장 등)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공실율이 높은 상업공간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도야마시의 컴팩트한 마을 만들기
일본 중부지역에 있는 도야마시(富山市)는 인구 41만명의 중소도시로 ‘일본의 알프스’, ‘설벽’(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으로 유명한 도시다.
도야마시는 이미 2010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곳의 65세 이상 고령자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곳은 세대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전국 2위를 기록할 만큼 자가용 의존도가 높은 도시였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시민의 30%가 자가용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게 됐고, 노인들은 쇼핑난민이 돼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컴팩트 시티로의 전환이다.
먼저 도야마시는 기존 교통망 노선을 위계에 맞게 재조정(중심 시가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감소한 이동자 수에 맞춰 철도차량을 경차량으로 교체, 시내 순환선 신설 등)한 이후에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거주지나 상업시설을 이전하고 재배치했다.
걷고 싶은 도시, 걷기 편리한 거리를 조성하는 일도 병행했다. 이는 주민들의 공공서비스 접근성이 상승하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서비스 대상이 집적돼 행정비용 감소 효과도 있다. 도야마시는 교통망 재구성이 끝나자 개인과 사업자들이 공공교통망 연계지역으로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주택을 건설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했다.
정기 외출권 사업도 흥미롭다. 이는 교통사업자와 연계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내 각지에서 도심으로 외출 시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1회 100엔으로 할인해주는 제도다. 정기 외출권을 통해 고령자들의 외출 수요가 상승하고 이들이 도심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됨으로써 대중교통시설의 이용객 확보, 도심 상업공간의 활성화까지 노릴 수 있다.
실제 도야마시 고령자 중 24%가 외출정기권을 소지할 정도로 이용률이 꽤 높은 편이다. 도야마시는 컴팩트 시티 조성사업을 통해 도시 내 공공교통시설의 만성적자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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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는 장수의 증거이며 기술 진보의 결과다. 하지만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노동인구의 감소와 소비지출의 정체, 연금지출의 증가 등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 고령화는 정부 재정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퇴 이후의 삶은 길어지는 추세지만 정작 60대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임금 수준도 낮다. 주택 자산가치는 낮아지고 물가인상으로 화폐가치까지 하락하면 개인들의 자산가치는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 죽기 전까지 소득을 얻기도, 이미 저축해 놓은 재산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개인이든, 국가(혹은 시·정부)든 이전과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고령화 쇼크, 농촌→대도시권으로 이동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준비하는 도시차원의 1단계 대응은 외연적 확산(urban sprawl)을 멈추고 스마트한 축소에 나서는 것이다. 국내 상황에서는 도심 외곽의 신도시 개발 등을 멈추는 사례가 그것이다. 이미 지방 대도시들의 교외 신시가지 개발은 도심의 공동화를 일으킨 지 오래다. 수도권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이미 계획된 신도시가 여전히 많다. 우리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들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멈추고 컴팩트 시티로 이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교통망을 중심으로 도시의 기능을 재배치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인구팽창기에 설계된 교통노선들은 이용객 감소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준공영제 실시 등으로 일부 보완을 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의 주요 기능을 더 컴팩트하게 재배치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전국 지자체에 컴팩트 시티 조성을 장려하고 있다. 2019년 기준 272개 지자체가 컴팩트 시티 계획을 발표했고 나머지 205개 지자체도 컴팩트 시티 조성을 검토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컴팩트 시티 개념이 소개 및 적용되고 있지만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주요 거점지역 '용적률 상향의 도구'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컴팩트 시티의 핵심이 아니다.
최근 국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기존보다 상업공간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등이 보편화되고,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고 있어서다. 다만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공서비스 공간과 단지 밖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려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건축 측면에서 주택은 새로 짓고 아파트 단지는 내부 공간만 계획하고 고민한다. 상업공간이나 공공서비스 공간, 단지 밖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와 기획은 사실상 전무하다.
반면, 일본의 컴팩트 시티는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도 적용되고 있다. 주택 신축뿐 아니라 주거지 이전과 재배치, 대중교통시설의 정비, 상업 및 공공서비스 공간에 대한 기획이 더 중시된다. 새로 부지를 마련하기보다 기존 유휴공간을 재활용하는 식이다.
특히 학생 수 감소로 폐교한 초등학교나 대학건물을 지역포괄케어센터(교육공간·피트니스 시설·카페·주차장 등)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공실율이 높은 상업공간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도야마시의 컴팩트한 마을 만들기
일본 중부지역에 있는 도야마시(富山市)는 인구 41만명의 중소도시로 ‘일본의 알프스’, ‘설벽’(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으로 유명한 도시다.
도야마시는 이미 2010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곳의 65세 이상 고령자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곳은 세대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전국 2위를 기록할 만큼 자가용 의존도가 높은 도시였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시민의 30%가 자가용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게 됐고, 노인들은 쇼핑난민이 돼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컴팩트 시티로의 전환이다.
먼저 도야마시는 기존 교통망 노선을 위계에 맞게 재조정(중심 시가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감소한 이동자 수에 맞춰 철도차량을 경차량으로 교체, 시내 순환선 신설 등)한 이후에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거주지나 상업시설을 이전하고 재배치했다.
걷고 싶은 도시, 걷기 편리한 거리를 조성하는 일도 병행했다. 이는 주민들의 공공서비스 접근성이 상승하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서비스 대상이 집적돼 행정비용 감소 효과도 있다. 도야마시는 교통망 재구성이 끝나자 개인과 사업자들이 공공교통망 연계지역으로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주택을 건설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했다.
정기 외출권 사업도 흥미롭다. 이는 교통사업자와 연계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내 각지에서 도심으로 외출 시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1회 100엔으로 할인해주는 제도다. 정기 외출권을 통해 고령자들의 외출 수요가 상승하고 이들이 도심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됨으로써 대중교통시설의 이용객 확보, 도심 상업공간의 활성화까지 노릴 수 있다.
실제 도야마시 고령자 중 24%가 외출정기권을 소지할 정도로 이용률이 꽤 높은 편이다. 도야마시는 컴팩트 시티 조성사업을 통해 도시 내 공공교통시설의 만성적자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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