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 듯 안 잡히는 물가…'하락 요인'도 안 보인다
[인플레이션 고착화된다]① 3~4%대에서 등락하는 고물가
주요국 중앙은행 긴축 장기화, 수입 물가 자극 우려
전문가들 “물가 내려갈 이슈가 없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인플레이션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며 내놓은 성명의 주된 내용이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대까지 내려오려면 2025년에야 가능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고물가 현상이 고착화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입장에서도 절대 반가운 소식이은 아니다.
국내 물가, 연말까지 3~4%대 등락 우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상승세다. 목표치인 2%를 넘어 3~4%대에서 등락하는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내년에도 고물가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최근까지 2%대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들어 3.4%를 기록했다. 6~7월에 2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며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향해가고 있었지만 석 달 만에 1.1%p 수직 상승하며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가 품목별로 보면 사과가 30.5%, 쌀이 7.8%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보다 2.7% 올랐다. 공업제품은 2.6% 올랐고 서비스 물가는 3.0% 상승했다.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은 21.1% 급상승하며 서민 부담을 키웠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 구성)는 전년 동월 대비 3.9% 올랐다. 전월 1.8% 상승률보다 2%p 이상 높아졌다.
농산물 및 석유류가 제외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8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올랐다. 근원물가는 올해 3월 4.8%에서 ▲4월 4.6% ▲5월 4.3% ▲6월 4.1% ▲7월 3.9% ▲8월 3.9% 등을 기록했다. 이번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근원물가도 다시 4%대 상승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9월 5일 한은 본관에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7월 중 2%대로 낮아졌다가 8월 중 3.4%로 반등했는데, 상당 부분 기저효과에 기인한다”며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보는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중심의 긴축으로 강달러 지속
업계에서는 국내 고물가 현상이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에 주는 물가 충격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긴축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라 이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는 9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ECB 기준금리는 연 4.5%까지 높아졌다.
ECB 금리는 지난해 7월 0.50%로 오른 이후 10회 연속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ECB의 긴축 행보가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8월 연속 5.3%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상황이 전혀 해소되고 있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확신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고, 로베르토 홀츠만 통화정책위원 겸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ECB가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올해 8월 25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필요시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있다”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확신이 들어야 현재의 긴축 기조를 풀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로 7월 상승률(3.2%)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다시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수입 물가 상승률 0.4%→4.4%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국내 물가 상승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그 영향으로 국내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4.4% 상승하며, 7월 상승률 0.4%와 비교해 큰 폭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수입 물가는 5월(-3.1%)과 6월(-3.9%) 연속 하락한 바 있다.
수입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치솟는 국제 유가가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두바이 유가의 평균 가격은 6월에 배럴당 74.99달러에서 7월 80.45달러, 8월 86.46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 압력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장기화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해외 에너지 가격도 상승하며 국내 물가가 하락할 만한 사안이 없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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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며 내놓은 성명의 주된 내용이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대까지 내려오려면 2025년에야 가능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고물가 현상이 고착화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입장에서도 절대 반가운 소식이은 아니다.
국내 물가, 연말까지 3~4%대 등락 우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상승세다. 목표치인 2%를 넘어 3~4%대에서 등락하는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내년에도 고물가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최근까지 2%대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들어 3.4%를 기록했다. 6~7월에 2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며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향해가고 있었지만 석 달 만에 1.1%p 수직 상승하며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가 품목별로 보면 사과가 30.5%, 쌀이 7.8%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보다 2.7% 올랐다. 공업제품은 2.6% 올랐고 서비스 물가는 3.0% 상승했다.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은 21.1% 급상승하며 서민 부담을 키웠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 구성)는 전년 동월 대비 3.9% 올랐다. 전월 1.8% 상승률보다 2%p 이상 높아졌다.
농산물 및 석유류가 제외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8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올랐다. 근원물가는 올해 3월 4.8%에서 ▲4월 4.6% ▲5월 4.3% ▲6월 4.1% ▲7월 3.9% ▲8월 3.9% 등을 기록했다. 이번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근원물가도 다시 4%대 상승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9월 5일 한은 본관에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7월 중 2%대로 낮아졌다가 8월 중 3.4%로 반등했는데, 상당 부분 기저효과에 기인한다”며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보는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중심의 긴축으로 강달러 지속
업계에서는 국내 고물가 현상이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에 주는 물가 충격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긴축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라 이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는 9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ECB 기준금리는 연 4.5%까지 높아졌다.
ECB 금리는 지난해 7월 0.50%로 오른 이후 10회 연속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ECB의 긴축 행보가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8월 연속 5.3%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상황이 전혀 해소되고 있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확신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고, 로베르토 홀츠만 통화정책위원 겸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ECB가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올해 8월 25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필요시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있다”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확신이 들어야 현재의 긴축 기조를 풀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로 7월 상승률(3.2%)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다시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수입 물가 상승률 0.4%→4.4%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국내 물가 상승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그 영향으로 국내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4.4% 상승하며, 7월 상승률 0.4%와 비교해 큰 폭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수입 물가는 5월(-3.1%)과 6월(-3.9%) 연속 하락한 바 있다.
수입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치솟는 국제 유가가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두바이 유가의 평균 가격은 6월에 배럴당 74.99달러에서 7월 80.45달러, 8월 86.46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 압력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장기화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해외 에너지 가격도 상승하며 국내 물가가 하락할 만한 사안이 없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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