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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에코프로그룹주, 머티리얼즈 상장 소식에도 왜 빠지나

리튬 등 광물 가격 하락…전기차 수요·IRA 모멘텀 감소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내부 매출 대부분…중복상장 우려도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공장 전경. [사진 에코프로비엠]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고공행진하던 에코프로그룹주가 최근 힘이 빠지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예비심사 통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향방이 불안한 모습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8.05% 하락한 8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8.89% 내린 26만1500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올 들어 2차전지 대표주로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에코프로는 지난 7월 17일 종가 기준 99만원에서 다음날인 18일 111만8000원으로 오르면서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에 등극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장중 153만9000선까지 올랐으나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에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이달 11일 종가 기준 100만원선을 하회하며 황제주 자리를 반납했고, 이날 다시 90만원 선이 무너졌다. 현재 주가는 지난 7월 장중 고가(153만9000원)와 비교하면 40% 넘게 빠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리튬, 니켈 등 광물 가격 하락으로 실적 우려가 커진 것이 2차 전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소재 업체의 평균판매단가(ASP)도 내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판가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비싼 가격일 때 사들인 리튬으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판매할 때 하락한 리튬 가격을 적용한 단가에 제품을 팔아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리튬 등 광물 가격이 판가에 연동됨에 따라 ASP가 지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ASP 하락은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수익성 악화로도 이어지므로 (에코프로 등) 양극재 업체의 하반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도 역성장 전망을 내놨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현 주가 수준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과매수 영역이라며 투자 의견 ‘매도’를 제시했다. 다만 목표가는 20만원을 유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조원과 842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41%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익 역성장의 주원인은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양극재 판가 하락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동공구용 양극재는 수요가 부진하고, 전기차용 양극재는 물량 증가에도 판가 하락으로 예상보다 낮은 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양극재 판가는 리튬 가격에 후행해서 정해진다”고 말했다.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지자 지난 주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예비심사 통과 소식에 대한 기대감도 주춤한 모습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27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이후 에코프로그룹 주가에 기대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전 회장이 2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고, 관련 불확실성에 거래소 심사가 4개월 넘게 지연됐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이 전 회장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오너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거래소도 심사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하이니켈 전구체를 생산하는 회사다.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는 3조원에 달해 연내 상장시 두산로보틱스, SGI서울보증보험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조 단위 대어급 신규 상장사로 꼽힌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6652억원의 매출과 3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4%, 140% 증가한 수치다. 

에코프로는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전구체 생산 라인 증설에 투입해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으로 2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전구체 자립을 강화해 배터리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지도록 임직원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사의 매출이 대부분 핵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에 원료로 납품하는 내부 매출이라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요 실적이 이미 지주사 에코프로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자체가 계열사 내 중복상장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과열 양상을 보여 왔던 2차 전지주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서 주가 조정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긴축이 장기화한다면 성장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보안, 2차전지 등 성장주가 시장에 매우 많이 있다”며 “해당 테마 중에서는 2차전지에 대한 관심을 낮추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리스크도 우려된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말 이후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 미국 9월 예산안 합의 이슈에 따른 IRA모멘텀 저하 등이 작용 중”이라며 “상반기와 같이 수급 쏠림에 따른 주가 급등이 재현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며 오직 롱(Long·매수)을 외치던 개인의 센티멘털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 주목팔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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