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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 화물 매각 결정…"이제부터가 시작 "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화물사업부 매각안 가결
국내 LCC, 화물사업 인수 쉽지 않은 상황
남은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함 심사 돌발 변수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 항공기 등이 세워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안을 가결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한고비를 넘겼다. 다만 남은 해외 경쟁당국의 까다로운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되는 등 최종 합병을 위한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논의한 결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방안을 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이사인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가 최근 사임하면서 5명으로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안에 대해 과반인 3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1명, 나머지 1명은 기권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임시 이사회를 열었지만 8시간의 논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했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에 찬성함에 따라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원회(EC)의 조건부 합병 승인을 얻기 위해 ‘기업결합을 한 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시정조치안을 곧 제출할 계획이다. 

EC에 제출하는 시정안에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등 자사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 반납과 합병 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안을 담을 계획이다. 앞서 EC는 유럽과 한국 간 주요 여객·화물 노선에 대한 경쟁제한 완화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약 한 달 넘게 소요돼 내년 1월말 심사가 승인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화물사업을 살 수 있을 만한 국내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지만, 이 중 가장 대형업체인 티웨이항공은 인수 포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기업들은 여객기 10대 미만의 중소형 LCC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회사가 각국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큰 항공사’로 평가받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대한항공은 유럽과 미국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화물기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각국 경쟁당국의 화물운송 독점 우려를 해소하려 했으나 EU 경쟁당국이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더 큰 회사’를 요구하며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가격은 5000억~70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인수 기업은 1조원가량으로 예상되는 화물사업 관련 부채도 맡아야 한다. ‘새우가 고래를 인수하는 모양새다’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험이 적은 국내 LCC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며 “EU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최종 합병승인이 나오지 않은 만큼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남은 해외 경쟁당국 승인 쉽지 않을 것”

EU로부터 승인을 얻는다 하더라도 남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지난 2020년 11월 산업은행의 통합 추진 발표로 본격화한 두 항공사의 합병은 대한항공이 올해 초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EU와 미국, 일본을 제외한 11개국으로부터 승인받으면서 성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EU가 지난 5월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EU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같은 독과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이 미국, 일본 심사에서 합병 승인을 위한 추가 노선을 반납 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미국에서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주요 노선에 대해 여객과 화물 모두 줄이는 것이 유력하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 승인 과정에서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고, 중국에서도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위해선 미국 법무부(DOJ)와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일본의 경우 정식신고서 제출 후 내년 초 심사 종결을 목표로 아시아와의 합병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고용승계 및 유지를 조건으로 화물사업부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고용승계 및 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하되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한편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에 반발하며 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혀 고용승계 관련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허용했으며 EU가 기업 결합 심사를 승인할 경우 인수계약금 3000억원 중 1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전환, 인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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