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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이후 달라진 노사 관계

[위기의 철강업계] ②
창사 첫 파업 위기 넘긴 포스코…현대제철 노사 임금 협상 ‘난항’
“내년 임금 협상도 쉽지 않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인 가운데 내부에선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분위기다.

창사 첫 파업 위기에 내몰린 포스코 노사는 극적으로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했지만, 이번 타결을 두고 노동조합 내부에서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의 경우 회사 측의 2차 제시안을 거부하고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국내 철강업계가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임금 인상 규모에 대한 노사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라는 진단이 나온다. 회사 측은 “수익성 악화 등을 고려하면 과도한 임금 인상은 어렵다”라고 호소하는데, 노조 측은 “실적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맞선다. 일부에선 “내년 임금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온다.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10월 31일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 합의안을 두고 11월 9일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51% 찬성으로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중 1만85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찬성 5527표, 반대 5329표로 찬반투표 문턱을 넘었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임금(Base-Up) 10만원 인상(자연 상승분 포함 17만원 수준) ▲주식 400만원 지급 ▲일시금 및 상품권 300만원 등이 담겼다. 포스코는 “올해 교섭은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일본 등 경쟁업체의 저가 공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진행됐지만, 비상 경영에 동참해 준 직원의 사기 진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예년 임금 인상률을 넘는 안을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타결로 1968년 창사 이래 지켜온 노사 무분규의 전통을 이어가게 됐지만, 노사 갈등 우려의 ‘불씨’는 살아있는 모양새다. 포스코 노조 조합원 상당수가 이번 타결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성호 포스코 노조 쟁의대책위원회 의장은 11월 10일 잠정 합의안 가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큰 기대만큼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고 밝혔다. 김성호 의장은 “조합원 여러분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교섭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고, 조정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쟁의 투표로 조합원의 단결력을 보여줬다”라면서도 “이번 잠정 합의안이 파업 전 평화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는 최선의 안이라는 판단으로 포스코의 변화를 위해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열망에 실망감을 안겨줬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포스코 노동조합이 9월 6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제철 노사 임금 협상 ‘험로’

포스코 노사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면, 현대제철의 노사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영업이익의 25%를 70주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 ▲각종 수당 인상 ▲하기휴가 및 산정 휴일 확대 등을 요구했는데, 현대제철 측은 난색을 보이다 11월 3일 ▲1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400% ▲격려금 1200만원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올해 첫 임금 협상 제시안을 11월에 마련한 것이다. 그만큼 임금 인상 규모 등에 대한 노사 입장차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회사 측의 첫 제시안을 거부했고 현대제철 측은 2차 제시안을 내놨는데, 노조 측이 또다시 거절했다. 현대제철이 11월 10일 제시한 안에는 ▲기본급 10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미래 산업 변화 대응 격려금 100% 등의 변화가 있었다. 현대제철 노조는 회사 측의 2차 제시안에 대해 “15차 교섭에서 사측의 추가 제시안에 대해 1차 제시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임금성 부분이 현장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을 질타했다”라며 “추가 제시를 위해 사측이 정회를 요청한 후 속개된 교섭에서도 마찬가지로 크게 진전된 안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지회장은 ‘사측은 연내 타결의 의지만 있을 뿐 현장의 기대치와는 괴리감이 크다’라고 전했다”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지속 제기된다. 철강업계에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임금 협상도 해를 넘겨 마무리할 것”이란 말이 들린다. 지난해처럼 현대제철 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현대제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파업 찬반투표 찬성 가결 등의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가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부터 임금 협상을 둔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라며 “노조가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외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히 진행된 철강업계 노사 임금 협상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라며 “올해 협상뿐 아니라 내년 협상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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