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 보다 끝난다?...한국서 승용차 판매 주저하는 中 BYD
[유턴하는 중국 전기차]①
지난해부터 제기된 BYD 한국 진출설
딜러 모집·상표권 출원·채용 나섰지만 “구체적 계획 없다”
[글·사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중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안 좋아졌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다. 비야디(BYD) 관련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이 같은 말을 들었다.
전기차 대전환기 ‘신흥 강자’로 떠오른 BYD가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에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일 수밖에 없다.
차근차근 한국 진출 준비한 BYD
BYD는 중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다. 2003년 휴대전화 등 배터리 제조업체였던 BYD가 시안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2008년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이 지분 10%를 매입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2016년 삼성전자가 BYD에 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화제가 됐다. 공교롭게도 BYD는 같은 해 한국 법인인 BYD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전기버스, 지게차 등 상용차 및 특장차 사업에 집중했다.
BYD가 한국 승용차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중국 현지에서 가져와 전국 주요 딜러사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BYD는 한국 시장에서 승용차 사업을 도와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BYD와 전국 딜러사간의 교류 소식은 자동차업계에 빠르게 번졌고,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설이 퍼져나갔다. 이후 BYD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존 인천지역 외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새로운 업무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은 글로벌 수입차 브랜드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한국 법인이 있는 곳이다.
BYD는 올해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지난 8월에는 한국 수입차 시장의 실정을 잘 아는 홍보 대행사와의 계약도 체결했다. 해당 대행사는 2003년 재규어랜드로버로 시작해 일본의 닛산까지 20년간 수입 승용차 브랜드 등을 홍보해 온 곳이다.
더욱이 BYD는 사후관리 및 차량 인증 등 국내 인력 채용도 지속해서 진행했다. 여기에 돌핀(Dolphin), 실(Seal), 아토(Atto) 등 자사 친환경차 모델명에 대한 국내 상표권까지 출원했다. 이후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BYD의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BYD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BYD의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BEV+PHEV 포함)은 199만3000대로 세계 1위에 해당한다. 시장 점유율은 20%를 웃돈다.
BYD가 지금과 같은 시장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가성비’라는 확실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BYD는 2000만~3000만원대(보조금 미적용 기준) 가격에 1회 충전으로 400km 이상(중국 인증 기준) 달릴 수 있는 승용차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와 비교하면 최소 1000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전기차 상품성의 핵심 요소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유사함에도 말이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자동차를 함께 하는 업체라 가격 측면에서 타 완성차 대비 유리한 점이 많다”면서 “BYD가 가성비를 앞세워 한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의 흐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면 인증 거리, 판매 가격 등이 현지 상황과 달라지겠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BYD는 자국 외에도 태국 등 동남아지역으로 승용차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재팬모빌리티쇼 2023(옛 도쿄모터쇼)에 참석해 일본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BYD의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올해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BYD 본사가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주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BYD의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본사에서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회의적으로 입장이 바뀐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 등을 연초보다 더 안 좋게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BYD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승용차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존 홈페이지에서는 트럭, 버스, 승용차 등을 홍보해 왔지만 현재 승용차 항목이 사라진 상태다. 대신 전기 트럭·전기 버스·전기 지게차 등 전면에 내세워 상용차 및 특장차 사업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BYD는 지난 4월 GS글로벌과 손잡고 1톤 전기 트럭 티포케이(T4K)를 국내 출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버스나인(eBus9) 등 전기 버스를 판매하고 있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승용차 출시와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현재 상용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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