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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기술특례상장, 절반 이상이 공모가 아래서 ‘빌빌’

[파두가 부른 후폭풍]②
올해 기술특례로 32곳 상장 ‘역대최대’
3분기 누적 매출보니…연간 목표 달성 요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파두의 ‘뻥튀기 상장’ 사태로 인해 기술특례상장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다른 기술특례상장 기업 또한 파두 사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공모가 대비 크게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공모가 밑도는 주가에 매출도 부진

본지가 올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 28곳(스팩 제외)의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11월20일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곳은 총 18개사로 집계됐다. 최근 실적 급감에 ‘뻥튀기 상장’으로 이슈가 된 파두의 주가 역시 공모가 3만1000원보다 35.2% 하락한 상태다.

공모가 대비 현재가가 파두보다 더 크게 떨어진 상장사도 존재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사업을 펼치는 에스바이오메딕스는 58.3%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시지트로닉스(-51.7%), 씨유박스(-50.2%), 버넥트(-49.4%)의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나머지 주가 하락 기업 13곳의 하락률 평균치는 19%를 나타냈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매출 부진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률이 가장 큰 에스바이오메딕스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억6356만원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가 공모 과정에서 올해 연간 목표 매출액으로 제시한 47억원과 비교하면 5.5% 수준에 그친다. 

이밖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의 올해 연간 매출 목표치 대비 3분기 누적 매출액을 살펴보면 자람테크놀로지(22.4%), 시큐레터(31.6%), 센서뷰(33.7%), 씨유박스(37.7%), 큐라티스(47.6%)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4분기 매출액이 1~3분기 누적 매출액을 넘어서지 못하면, 사실상 연간 목표치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 대비 현재가가 2배가량 오르며 주가 흐름이 안정적인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11월20일 주가가 2만6050원으로 공모가보다 100% 이상 올랐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회사의 올해 연간 매출액을 136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분기 매출은 ▲1분기 22억원 ▲2분기 15억원 ▲3분기 6억8000만원 등으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로, 연간 매출액 추정치를 달성이 요원한 상황이다. 

非바이오사에 문호개방…꾸준한 성장세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2005년부터 운영돼왔다. 코스닥 시장에만 있는 제도로 당장 실적이 없거나 부진한 기업이더라도 기술성과 사업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증시 입성을 허용해 비교적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은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의 최소 재무 요건을 갖추면 된다.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땐, 바이오 업종만 기술특례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13곳에 불과했다. 2014년 기술특례 적용 대상이 비바이오업종으로 확대된 후 상장 기업이 증가했다.

2015년에는 12곳이 기술특례로 상장했고, 이후 2021년 31곳이 해당 제도를 통해 상장하면서 해당 제도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듯 보였다. 올해는 연초부터 11월20일까지 기술특례 상장기업 수가 32곳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쓰고 있다.

이처럼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점차 늘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제도 자체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는 기업의 흑자 전환 등 목표치를 고려해 투자하지만 일명 ‘파두 사태’가 벌어지며 더 이상 기업이 상장 시 제시한 청사진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적 부진이 상장 취소의 근거가 되진 않았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 중 상장 폐지된 경우는 유네코 단 1곳에 불과하다. 유네코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아직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상장 폐지된 기술특례 기업은 없다.

제도의 문제일까…내년부턴 주관사 책임 ↑

이번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상장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수요는 여전하다. 올해도 아직 에이텀과 그린리소스, 와이바이오로직스 등이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 입성을 노리고 있다. 추후 기슬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거나 준비중인 기업들은 추정실적과 공모가 산정 등에 대한 검증을 더 엄격하게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의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방안’ 시행을 위함이다. 주관사들은 최근 3년 이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2년 안에 관리·투자환기 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다음 주선시 풋백옵션(주식을 되사주는 옵션) 의무가 확대된다. 의무인수주식 보호예수기간도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된다.

기술특례상장 유형도 체계화한다. 기술력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 트랙’을, 사업모델이 차별화된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도록 개편하고,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기술특례상장이 가능해진다. 이번 개선 사안은 향후 이해관계자, 시장참여자 의견수렴 및 금융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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