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사태’ 금감원·거래소 불똥…당국 책임론 부상
[파두가 부른 후폭풍]③
거래소·금감원 검증 모두 넘긴 파두
증권신고서 1차 정정만으로 심사 통과
깐깐해질 기술특례…시장 위축 우려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 사태가 금융당국의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파두의 충격적인 실적 악화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파두가 기술특례상장 트랙으로 증시에 입성한 만큼 특례상장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 특례상장을 준비하던 기업은 물론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증시 ‘무혈입성’ 성공한 파두
파두는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은 회사다. 코스닥 시장에서 간만에 나온 조(兆) 단위 대어로 공모 단계에서부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상장예비심사 청구(승인)→증권신고서 제출(승인)→수요예측→일반청약→상장’으로 이어지는 IPO 절차도 큰 문제없이 통과했다.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는 IPO의 첫 관문이다. 제출된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토대로 거래소 심사역들이 해당 기업이 상장사로서 적정한 곳인지를 심사한다.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상 예심 청구일로부터 4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약 2개월 이상의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
파두는 올해 3월 1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심 신청서를 제출했고, 3달여만인 6월 23일 승인에 성공했다. 일반적인 소요 기간(2개월)보다는 조금 지체됐지만, 상반기 예심 청구 기업이 몰린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 파두는 상장예심 통과 일주일만인 6월 30일에 증권신고서도 제출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는 IPO의 마지막 관문으로 통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가 신고서를 수리한 날로부터 15일 이상의 기간 동안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흡한 부분을 정정 요구하게 된다. 금감원의 깐깐한 심사에 신고서 정정을 거듭하다 결국 상장 일정을 철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파두는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후 7월 13일 정정신고서를 자진 제출하긴 했지만, 금감원의 추가 정정 요구 없이 차례 정정만으로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사실 파두의 증권신고서 통과엔 운도 뒤따랐다. 당시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 관문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증권신고서 제출 요구에 철회 기업들이 급증한 여파였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7월초 17개 증권사 IPO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증권신고서 집중 심사기간을 줄이고, 정정으로 발생하는 효력 재기산 일정도 단축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상장 문턱을 낮춘 사이 파두는 무난하게 증시 입성에 성공한 셈이다.
“당국, 투자자 보호 제 역할 못 해”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상장 단계에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이 파두의 2분기 실적 추정치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파두의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그동안 금감원의 정정 요청이 빈번했던 사안인데, 파두는 이러한 절차 없이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파두는 7월 자진정정 신고서에서 △상환전환우선주 및 전환사채의 발행 내역 △자금의 사용 목적 △유동비율 및 차입금 의존도 △공모가 선정 기준 등을 보완했지만 2·3분기 실적 추정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파두가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해외 그룹의 경우 올해 2분기 실적이 반영됐지만, 파두는 증권신고서에서 2분기 실적은 제외했다.
상장 후 파두가 밝힌 올해 2분기 매출은 5900만원, 3분기 매출은 3억원이다. 이는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에 적힌 올해 연간 예상 매출(1203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파두의 상장 직전 1분기 매출(176억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다.
결과적으로 파두 사태는 투자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파두는 당시 공모가 3만1000원에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KB증권 등 6개 증권사에서 청약을 진행했고 총 27만6692명이 1937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파두가 선택한 기술성 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성 특례 상장은 기업이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일정 등급(A, BBB) 이상을 받으면 당장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상장 예심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기술성을 토대로 미래 실적 개선에 베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매출 추정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수다.
시장에선 향후 기술성 특례 상장 심사가 깐깐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두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투자자 보호 일환에서 현미경 심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기술성 특례 제도로 상장예심을 청구 중인 곳은 씨어스테크놀로지, 아이빔테크놀로지, 엑셀세라퓨틱스 등 3곳인데 모두 작년 연간 매출이 10억원대에 그친다. 일부 기업은 상장 시기를 기약없이 미루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는 제도 자체의 허점 여부나 금융당국의 심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낳았다고 본다”며 “투자자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기 때문에 당국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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