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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잡초’에서 ‘검은 반도체’로...한국, 김 수출 강대국 된 까닭

K-김, 수출규모 가파른 성장세…정부도 활성화 나서
한류 열풍 영향에 인기↑…대상, 풀무원 등 생산 박차

[사진 해양수산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과거 ‘검은 종이’로 불리며 바다의 잡초 취급을 받았던 김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김밥은 물론 김스낵, 김부각 등이 간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김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김에 대한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어, 김의 수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김 생산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다. 이 중 ‘K-김’의 세계 시장 점유율 분석치는 무려 70%에 달한다. 각국이 생산하는 김의 형태는 모두 제각각이다. 일본은 대부분 초밥, 주먹밥을 위한 용도로 김을 생산해 내수 시장에서 주로 소비되는 한편 중국은 수프, 탕에 들어가는 김을 주로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금과 기름으로 맛을 낸 조미김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화한 여러 형태의 김을 선보이며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K-김’은 매년 수출국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1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김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국가는 미국으로 전체 김 수출액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김 열풍은 수출액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물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김의 연간 수출 실적은 6억7000만 달러(8673억원)를 달성해 2016년 3억5000만 달러(4531억원) 대비 약 두배 증가했다. 2007년 6000만 달러(777억원)에 불과했던 김 수출 규모는 2021년까지 10배 넘게 성장했으며 2017년 5억 달러(6470억원)를 넘어선 이후 최근 3년 연속 6억 달러(7764억원)를 넘었다.

특히 김은 지난 2019년 부동의 수출 품목 1위인 참치를 제치고 2021년과 2022년 수산물 수출 1위 품목으로 등극했다. 김은 원양산인 참치와 달리 전량이 국내 연안에서 생산되고 가공·유통 등 산업 전 과정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져 지역 어촌 경제에 많은 보탬이 되는 품목으로 꼽힌다. 2021년에도 김은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 1위 품목이었으며 114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K-김 산업 활성화…해외 수출액 고공행진


정부에서도 김 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2017년 7월 우리나라가 제안한 ‘김 제품 규격안’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아시아 규격으로 채택되는 등 ‘K-김’의 세계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같은해 9월 해양수산부가 ‘김 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하며 오는 2024년까지 연 수출 10억 달러(1조2900억원)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1년 12월부터 김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세계화를 위한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김 수출의 체계적 육성 토대가 마련됐다.

또 올해 9월 해양수산부는 K-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 및 지원,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제 1차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이 기본 계획은 품질이 우수한 김 생산과 지속 가능하고 세계화된 김 가치 창출, 수출금액 10억 달러(1조 2900억원) 달성을 목표로 ▲고품질 원료 공급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지속 성장형 산업 ▲국제적 수요 창출이라는 4개 추진 전략과 이에 따른 12개 세부 추진 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김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정부의 김 산업 육성 방안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대상이다. 대상은 현재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미국·뉴질랜드 등 30여 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다. 대상의 2022년 수출을 포함한 해외 매출액은 800억원으로 2021년 530억원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2022년 국내외 김 사업 총 매출액은 950억원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국내외 김 사업 총 매출액은 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전체 국내외 김 사업 총 매출액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의 높은 성과에는 ‘해조류연구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 해외 기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기준 하에 물김, 마른김의 품질 등급제 적용, 공정 표준화를 통한 차별적 품질 경쟁력 확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별 맞춤형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 2017년 전라남도 목포시와 ‘수산 식품산업 활성화 및 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민간 최초로 ‘해조류연구센터’를 구축해 그해 9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해조류연구센터’를 통해 국내 김 생산 패러다임을 기존 양적 생산 위주에서 질적 생산방식으로 바꾸
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체계적으로 관리된 고품질의 김을 생산하고 있다. 

대상 청정원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O`Food) 치즈맛 김(시즈닝).[사진 대상]

특히 해외 김 산업에서 눈에 띄는 격전지는 인도네시아다. 대상은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을 준공해 그 이듬해부터 김 생산에 돌입했다. 인도네시아 생산 물량은 현지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며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마마수카 브랜드 3종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마마수카 올리브 도시락김 등이 있다. 마마수카 김 스낵은 현지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태국 유명 김 스낵 브랜드 ‘타오케노이’를 뛰어넘어 주요 유통 채널에서 김 스낵 제품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기준 대상 마마수카 점유율은 63.5%로 태국 타오케노이 32.6%보다 월등히 높았다. 대상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 등 해외 현지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할랄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조미김, 시즈닝 김 등 총 5개 품목의 인도네시아 무이(MUI) 할랄인증을 받아 동남아 국가에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올해 제품 다각화 및 운영채널 확대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지위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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