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는 결국 온다” [이코노 인터뷰]
[자율주행 시대 선결 조건]⑤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 인터뷰
AI 기반 객체 인식 SW SVNet 개발
내년 CES서 한층 진보된 기술 공개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요소는 자율주행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이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우리는 언제쯤 자율주행을 체감할 수 있게 될까.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스트라드비젼 서울 오피스에서 김준환 대표를 만나 자율주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트라드비젼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으로 자율주행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용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 ‘스트라드비젼네트워크’(SVNet)을 공급하고 있는 비전 AI 기술 분야 선도 기업이다. 2014년 설립됐으며, 국내를 비롯해 미국·일본·독일·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현재 3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전체 인력의 75%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될 정도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시대가 당연히 온다고 자신했다.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시스템에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 스스로 모든 도로 및 조건에서 운전하는 완전 자동화 수준을 말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5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의 대상이 승용차인지, 로보택시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결국은 비용 문제”라면서 “가격 측면에서 덜 민감한 로보택시는 10년 정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사람이 운전하는 수준까지 가능해지려면 10~15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승용차는 비용 측면까지 고려했을 때 3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각보다 머지않은 미래일 수 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말은 허황된 것일까. 그가 운영 중인 스트라드비젼의 현재 상황 등을 보면 전혀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SVNet은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을 AI 기술로 분석해 주변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차선·신호등 같은 것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라면서 “차량이 브레이크 등을 걸기까지 주변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SVNet의 역할이다. 사람의 시신경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SVNet이 세상에 나온 것은 약 4년 전이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후 2015년까지는 머신러닝 기반의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2016년부터 딥러닝 기반으로 전환했다”며 “2017년 양산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9년부터 완성차에 우리 기술이 탑재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VNet을 머신러닝에서 딥러닝 기반으로 전환한 것은 정확성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악천후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하기에 딥러닝 방식이 더욱 강건하다”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머신러닝 방식은 정확도가 75%이지만, 딥러닝은 90%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트라드비젼은 글로벌 수주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9년 이후 최근까지 전 세계 150만대 차량에 SVNet이 적용됐다. 특히 올해 성과가 두드러진다. 회사 내부에서 올 한 해에만 100만대의 차량에 SVNet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SVNet은 SAE가 정의한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에 해당한다. 차선 및 앞차와의 간격, 일정 속도 유지 등이 가능한 부분 자동화라고 할 수 있다. 오작동률은 1~3% 수준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정확도는 97~99% 수준이다. 날씨 등 환경에 따라 조금 다르다”면서 “카메라와 레이다를 혼용하면서 오작동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드비젼이 현재 보유한 자체 기술력은 레벨 2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제조사, 부품사와 레벨 2는 물론이고 레벨 3도 협업하고 있다”면서 “오는 2026년부터는 레벨 3 수준의 기술력이 적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운행 가능 영역(ODD)이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에서만 가능한지, 도심 주행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이다. 자체 기술력은 레벨 4 수준까지 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스트라드비젼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당장 저희가 주력하는 부분은 자동차에서 레벨 2+ 정도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하지만 스트라드비젼의 미래는 AI 기반 비전 기술을 자동차로 한정하지 않고 모빌리티, 서비스 혹은 다양한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스트라드비젼은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비전 AI 기술을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보급하는 데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비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새로운 기술도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올해 기존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2017년 개발한 기술에서 시간, 거리 계산 등에 딥러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드비젼은 내년 4분기 기술특례 상장도 추진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수주 물량 100만대 돌파, 이미 확보된 자체 기술력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최근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 전문기관으로부터 모의 기술성에 대한 평가로 A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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