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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 협상 막바지에도 철강사 웃지 못한 이유[이코노Y]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 공세에 협상력 ‘약화’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 [사진 포스코]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분위기다. 철강사와 조선사가 후판 가격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가격 인하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철강사 안팎에선 “철강 제품 전반에 걸쳐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 그나마 꾸준한 수요가 있는 조선용 후판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란 하소연이 나온다. 반면 조선사 주변에선 “중국과 일본의 후판 가격과 비교하면, 국내 후판 가격 인하는 불가피하다”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 등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철강사와 조선사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마무리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반기와 하반기 등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 협상을 한다. 통상 3~4개월 정도의 협상 기간을 거쳐 가격이 정해졌는데,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2021년에 철광석 등 철강 제품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후판 가격을 둔 철강사와 조선사의 이른바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협상도 12월에서야 마무리 된 바 있다. 

믿을 건 조선인데…애타는 철강사 

철강사와 조선사의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역시 길어지고 있다. 철강사 측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과 관련해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조선사는 가격 인하로 맞섰다. 철강사는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전기료 인상 등을 고려해 후판 가격도 올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초 톤당 110달러에서 움직이던 북중국(CFR) 현물 기준 철광석 가격은 11월 중순을 지나 130달러를 넘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11월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0.6원 인상한 것도 철강사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근거로 후판 가격 협상력을 키워온 철강사에 맞서 조선사는 중국 등 국내보다 저렴한 외국산 후판 비중을 늘렸다. 국내 철강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외국산 후판을 확대해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92만 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중국산 후판 수입량(64만 톤)을 넘어서는 규모로 중국산 후판 수입량을 늘린 것이다. 이에 국내 철강사는 가격 인상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이다. 

실제 현대제철 측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선사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 저가 후판 사용을 늘리고 있다”라며 “기존 조선향(向) 판매 비율 55%를 45%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철강사 관계자는 “철강사에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후판 판매 비중을 낮추겠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조선사가 저가 후판 비중을 늘리면서 철강사가 후판 가격 협상에서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라고 말했다. 

철강사 내부에선 조선사가 공격적으로 외국산 후판을 수입하는 것에 대한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철강사 관계자는 “조선사 불황 당시 철강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후판 가격 동결을 유지했다는 전례를 고려하면 조선사의 가격 인하 요구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라며 “건설, 가전 등 철강 제품 전반에 걸친 수요 둔화로 현재 기댈만한 수요처는 후판인데, 이 분야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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