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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승리로 끝난 ‘한국앤컴퍼니 2차 형제의 난’…경영권 분쟁 불씨 여전

조현식·MBK 측, 지분 8.8% 확보
목표치 절반도 못 채워…전량 미매수
‘공개매수 시세조종 의심’ 금감원 조사
MBK “지켜보겠다”…법정 공방 이어질까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왼쪽)과 조현범 회장(오른쪽) [사진 한국앤컴퍼니그룹]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경영권 분쟁을 예고한 한국앤컴퍼니(000240) 오너가 장남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공개매수에 응찰한 지분은 당초 목표치의 절반보다 낮은 8.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형제의 난’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향후 법정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공개매수 대행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25일까지 21일간 진행된 공개매수 결과 공개매수 청약주식 수는 838만8317주를 기록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8.8% 규모다. 당초 목표치(발행주식총수의 20.35~27.32%)의 최소 목표 수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 것이다. 

조현식 고문 측의 공개매수는 실패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공개매수청약 마감일은 25일이지만 23일부터 사흘동안 휴일로 인해 실질적인 공개매수 청약은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이 마감 기한이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2일 공개매수와 관련해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조현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봤다. 공개매수 선언 이후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백기사로 나섰고, 큰아버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효성첨단소재(298050)도 조카인 조 회장 측에 우호지분을 몰아주면서다. 

조현식 고문(18.93%) 측 우호 지분은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과 차녀 조희원 씨(10.61%) 등 총 30.35%에 그쳤다. 반면 조현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7.19%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5일 공개매수 단가를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높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실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지난 14일(종가 2만1150원)을 마지막으로 줄곧 공개매수가 아래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공개매수 응찰에 따른 차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인이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개매수 결과가 저조한 성적에 그치면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 응한 물량 전량을 매수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계획을 밝히면서 “응모주식 수가 최소 목표수량에 미달할 경우 응모주식 전부를 매수하지 않는다”고 알린 바 있다. 

다만 향후에도 법정공방 여지는 남아있을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을 돕기 위해 지분을 사들이자 지난 15일 시세조종과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 등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한국앤컴퍼니 역시 공개매수 전인 지난 8월 주가가 급등한 점이 이번 공개매수와 무관하지 않다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계속해서 지켜보겠다”고 선언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공개적으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을 남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조양래 명예회장의 한정후견(고령 등 이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를 받는 제도) 개시 심판 청구 2심 결과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장녀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2020년 7월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지분 전량(23.59%)을 매각한 것이 ‘자발적 의사’에 따른게 아니라는 취지로 한정후견 개시를 요청했다. 

이후 3년만인 지난 4월 1심 법원은 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가 최근 법원에 제출되면서 내년 1월 11일로 심문 기일이 확정됐다. 2심에서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신청이 인정될 경우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에게 넘긴 블록딜 건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조현범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를 두고 누나인 조희경 이사장이 “회사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제대로 된 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맞다”며 “(조현범 회장은) 회사 가치를 훼손한 경영자, 문제 있는 오너가의 일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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