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술? ‘하이볼’로 위스키 즐긴다 [민지의 쇼핑백]
위스키, 하이볼 유행에 진입 장벽 낮아져
인기 주도 소비층 대부분 2030세대
유통업계, 한정판 출시 등 제품군 확대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던 김연주(30)씨는 최근부터 집에 위스키를 구비해 뒀다. 하이볼을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하이볼을 접하게 되면서 식사를 하며 한 잔씩 곁들이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김씨는 “하이볼은 위스키향이 느껴지면서도 가볍게 마실 수 있다”며 “위스키 한 병으로 온더락, 스트레이트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도 좋다”고 말했다.
소위 ‘아재술’로 통하던 위스키가 올해도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혼술(집에서 마시는 술)·홈술(혼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지난해부터 하이볼 문화가 유행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대세 주류로 등극했다.
하이볼은 은은한 위스키 향에 알코올의 쓴맛은 희석되고 청량함까지 더해진 위스키 칵테일이다. 위스키, 탄산수, 얼음만 있으면 제조도 간단하며, 조합에 따라 맛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위스키에 탄산수, 레몬만 더해진 깔끔한 하이볼부터 유자, 복숭아, 얼그레이 하이볼 등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하이볼 인기에 위스키 수입량 ‘역대 최대’
하이볼 인기를 입증하듯 위스키 소비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위스키보다 중저가 제품이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 무역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위스키 수입량은 2만6937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2022년 연간 수입량에 맞먹는 규모다.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1만5662t에서 2022년 2만7038t으로 72.6% 급증했다.
특이점은 수입량 증가폭에 비해 수입액 증가율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0월 위스키 수입액은 총 2억2146만달러(약 2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엔 총 위스키 수입액이 2억6684만달러(약 3500억원)로 전년 대비 52.2% 증가했다. 1~10월 수입 위스키의 t당 가격 역시 8220달러로 2022년(9869달러) 대비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프리미엄 위스키 가격 상승과 중저가의 위스키를 주 베이스로 하는 하이볼 열풍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하이볼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일본산 위스키 판매량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일본 위스키 수입액은 526만달러(약 69억원)로 전년 동기(224만달러) 대비 134.8% 급증했다.
유통·외식업계도 위스키 열풍 합류
위스키 인기를 이끈 주된 소비층은 MZ세대다. 대표적으로 젊은 1인 가구가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 위스키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편의점 3사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1월 위스키 누계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0% 성장했다. 판매량이 전년 대비 거의 2배로 늘었다.
GS25도 성장률이 54%를 기록했는데 2021년(60.8%), 2022년(65.6%)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50%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CU의 경우에도 11월까지 누계 위스키 매출 신장률이 21%로 높았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변화를 빠르게 적용해 소비자 접점을 대폭 늘렸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에 위스키를 전면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갖춰 구매 장벽을 낮췄다. 식품·외식업계는 각종 위스키와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을 추천하는 마케팅을 진행해 시너지를 일으켰다.
위스키 할인 행사 때는 인기 상품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오픈런’(영업 시작 전부터 줄 서서 대기하는 것)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홈플러스에서 진행한 ‘김창수 위스키’ 팝업은 매장 영업이 끝날 때부터 밤새 기다리는 ‘폐점런’을 넘어 매장 영업 시간인 전일 오전 11시부터 고객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마트도 올해 들어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발베니, 맥캘란, 산토리가쿠빈, 짐빔, 싱글톤 등 인기 위스키를 대상으로 대규모 특가 행사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이마트 역시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위스키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10% 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SPC의 ‘쉐이크쉑’도 지난해 연말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와의 협업을 통해 ‘버번 베이컨 버거’와 ‘쉑 하이볼’을 겨울 한정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위스키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설 명절선물 세트로 위스키 세트를 예년보다 강화해 출시한다.
이마트는 이번 설 선물 세트 판매 행사에서 양물 선물 세트 종류 80여종을 선보인다. 지난해 설보다 10종 늘렸고 물량도 20% 확대했다.
이마트 추석 위스키세트의 전년 대비 매출은 2020년 16.3%, 2021년 39.5%, 2022년 17.8% 늘었다. 이에 5년 전만 해도 와인세트 매출의 절반 수준이었던 위스키세트 매출은 올 설 기준 90%에 달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롯데마트의 경우에도 설 선물로 한국판으로 론칭한 프리미엄 위스키 ‘글렌파클라스 25년 코리아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주류 매출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MZ세대의 소비 패턴과 위스키의 유행이 맞물려 이같은 대중화를 이끌었다”며 “업계에서도 위스키와 관련한 마케팅, 제품을 출시해 MZ세대에게 충분하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와인의 성장세가 시들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위스키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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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아재술’로 통하던 위스키가 올해도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혼술(집에서 마시는 술)·홈술(혼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지난해부터 하이볼 문화가 유행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대세 주류로 등극했다.
하이볼은 은은한 위스키 향에 알코올의 쓴맛은 희석되고 청량함까지 더해진 위스키 칵테일이다. 위스키, 탄산수, 얼음만 있으면 제조도 간단하며, 조합에 따라 맛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위스키에 탄산수, 레몬만 더해진 깔끔한 하이볼부터 유자, 복숭아, 얼그레이 하이볼 등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하이볼 인기에 위스키 수입량 ‘역대 최대’
하이볼 인기를 입증하듯 위스키 소비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위스키보다 중저가 제품이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 무역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위스키 수입량은 2만6937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2022년 연간 수입량에 맞먹는 규모다.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1만5662t에서 2022년 2만7038t으로 72.6% 급증했다.
특이점은 수입량 증가폭에 비해 수입액 증가율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0월 위스키 수입액은 총 2억2146만달러(약 2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엔 총 위스키 수입액이 2억6684만달러(약 3500억원)로 전년 대비 52.2% 증가했다. 1~10월 수입 위스키의 t당 가격 역시 8220달러로 2022년(9869달러) 대비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프리미엄 위스키 가격 상승과 중저가의 위스키를 주 베이스로 하는 하이볼 열풍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하이볼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일본산 위스키 판매량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일본 위스키 수입액은 526만달러(약 69억원)로 전년 동기(224만달러) 대비 134.8% 급증했다.
유통·외식업계도 위스키 열풍 합류
위스키 인기를 이끈 주된 소비층은 MZ세대다. 대표적으로 젊은 1인 가구가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 위스키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편의점 3사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1월 위스키 누계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0% 성장했다. 판매량이 전년 대비 거의 2배로 늘었다.
GS25도 성장률이 54%를 기록했는데 2021년(60.8%), 2022년(65.6%)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50%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CU의 경우에도 11월까지 누계 위스키 매출 신장률이 21%로 높았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변화를 빠르게 적용해 소비자 접점을 대폭 늘렸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에 위스키를 전면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갖춰 구매 장벽을 낮췄다. 식품·외식업계는 각종 위스키와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을 추천하는 마케팅을 진행해 시너지를 일으켰다.
위스키 할인 행사 때는 인기 상품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오픈런’(영업 시작 전부터 줄 서서 대기하는 것)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홈플러스에서 진행한 ‘김창수 위스키’ 팝업은 매장 영업이 끝날 때부터 밤새 기다리는 ‘폐점런’을 넘어 매장 영업 시간인 전일 오전 11시부터 고객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마트도 올해 들어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발베니, 맥캘란, 산토리가쿠빈, 짐빔, 싱글톤 등 인기 위스키를 대상으로 대규모 특가 행사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이마트 역시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위스키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10% 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SPC의 ‘쉐이크쉑’도 지난해 연말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와의 협업을 통해 ‘버번 베이컨 버거’와 ‘쉑 하이볼’을 겨울 한정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위스키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설 명절선물 세트로 위스키 세트를 예년보다 강화해 출시한다.
이마트는 이번 설 선물 세트 판매 행사에서 양물 선물 세트 종류 80여종을 선보인다. 지난해 설보다 10종 늘렸고 물량도 20% 확대했다.
이마트 추석 위스키세트의 전년 대비 매출은 2020년 16.3%, 2021년 39.5%, 2022년 17.8% 늘었다. 이에 5년 전만 해도 와인세트 매출의 절반 수준이었던 위스키세트 매출은 올 설 기준 90%에 달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롯데마트의 경우에도 설 선물로 한국판으로 론칭한 프리미엄 위스키 ‘글렌파클라스 25년 코리아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주류 매출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MZ세대의 소비 패턴과 위스키의 유행이 맞물려 이같은 대중화를 이끌었다”며 “업계에서도 위스키와 관련한 마케팅, 제품을 출시해 MZ세대에게 충분하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와인의 성장세가 시들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위스키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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