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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등급 전망 더 '부정적'…양극화 심해지는 회사채

[신평사 등급 결산]②
신용등급 전망, 투자등급보다 투기등급이 더 ‘부정적’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우량·비우량채 차별화 심화
“올해 크레딧 시장 가장 큰 특징…양극화의 장기화”
'A'급도 쉽지 않은데…'BBB' 강등 위기 처한 곳들 '긴장'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안혜신 기자] 올해 회사채 시장은 우량채와 비우량채의 신용등급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기업 신용등급 평가 결과 투자등급보다 투기등급에 부여된 ‘부정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사태의 여파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량채 선호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 ‘2023 신용등급 투자·투기등급별 전망 및 등급감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긍정적’ 전망 9건, ‘부정적’ 전망 16건으로 부정적 전망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투기등급은 상향 2건 하향 7건으로 하향이 세 배 이상 더 많았다. 투자등급보다 투기등급의 신용등급 전망이 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장기 신용등급은 원리금 지급 확실성에 따라 AAA부터 D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나뉜다. AAA부터 BBB까지를 원리금 지급 능력이 인정되는 ‘투자등급’, BB부터 D까지는 장래 안정성이 부족하거나 채무불이행 발생 가능성이 있는 ‘투기등급’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AA급 이상을 우량채로, A급 이하는 비우량채로 분류된다.

크레딧 시장에서는 올해 투기등급의 하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등급 기업은 비교적 양호한 경쟁 지위와 환경 대응력, 재무역량 등을 갖추고 있어 부정적 요인을 일정 기간 감내할 수 있다. 반면 투기등급 기업은 실적변화가 재무위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도 취약해 단기간 내 신용도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투자등급은 2021~2022년 신용등급 상향 기조가 일단락되면서 하향 기조로 전환했다”며 “투기등급의 경우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해 하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파로 크레딧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우량채 선호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단 시각도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CCC’로 강등했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 사태가 신용 스프레드 확대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신용등급 간 차별화는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량채·비우량채 간 차별화 심화는 불가피할 전망이고, 특히 회사채·여전채 섹터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태영건설 이슈로 인해 연말 크레딧 시장의 가격 부담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A급도 쉽지 않은데…BBB급 강등 위기 처한 곳은

올해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에서는 AA급 중에서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006800)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등은 AA급 신용등급과 연초효과에도 불구하고 발행금리가 민간 채권평가사(민평) 평가 금리 대비 높은 수준(오버)에 결정됐다.

AA급 우량채조차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A급 이하는 더욱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그나마 회사채 시장을 찾을 수 있는 A급 중에서도 BBB급으로 강등될 수 있는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 등장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올해 회사채 수요예측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작년 말 기준 'A등급'의 끝자락에 아슬아슬 걸려있는 곳은 어디일까.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두 곳으로부터 공통적으로 ‘A-, 부정적’ 등급을 부여받은 곳은 효성화학(298000)이다. 효성화학은 작년 3분기 기준 15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2분기 1033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3분기 28억원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대규모 프로판탈수소화공정(PDH) 설비 증설 등으로 프로필렌 계열 제품 수급 여건이 여전히 비우호적인 점은 수익성 회복 제약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원은 “3분기 베트남 공장 정상 가동에도 손익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추가 스프레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수급 저하 영향으로 단기간 내 큰 폭의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NICE신용평가는 효성화학 외에도 동화기업과 풀무원식품 등 두 곳에도 ‘A-, 부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동화기업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이 부진해진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동화기업은 전방 산업 업황 부진으로 3분기 연결 기준 177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전방 산업 업황 부진 지속으로 외형 및 영업수익성은 단기간 내 과거 수준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풀무원식품에 대해서는 국내식품사업 안정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 실적부진이 전체적인 이익창출을 제약하고 있다고 봤다.

한국기업평가에서 ‘A-, 부정적’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휴비스, 키움저축은행, 케이프투자증권 등 세 곳으로 주로 금융사가 차지하고 있다. 키움저축은행과 케이프투자증권 등은 최근 금융권을 흔들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케이프투자증권은 작년 9월 말 기준 전체 부동산 자산 투자금액 중 PF 관련 자산 비중이 50.5%로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케이프투자증권 측은 “작년 9월 말 기준 PF관련 자산은 전체 자기자본 대비 10% 이하 수준”이라면서 “이는 업계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화학 섬유소재 전문기업 휴비스 역시 ‘BBB’등급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한 곳 중 하나다. 대규모 적자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상태임은 물론 비우호적인 수급 상황으로 인해 단기간에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크레딧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의 장기화”라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한 국채 금리 하락이 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를 확대하더라도 비우량 회사채까지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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