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7000! 아리가또 닛케이”…日증시, 34년 만에 황금기인 비결은
[일학개미 시대 열렸다] ①
닛케이 225 지수, 지난 1년 상승률 나스닥도 웃돌아
기업가치 제고책·적극적 가계 투자 유치가 주가 부양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일본 주가지수가 나날이 승승장구하면서 역대 최고점 돌파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증시 투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일본 증시 투자자인 ‘일학개미’들이 웃음 지었다. 이 같은 일본 증시 호황세는 일본 금융당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문과 적극적인 가계 투자 유도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3일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는 전 거래일(9일) 대비 2.8% 오른 37963.97에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지난 9일 34년 만에 3만7000을 돌파한 데 이어 3만8000을 넘보고 있다. 거품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 도달도 턱밑까지 왔다.
일본 주가지수는 다른 국가의 주요 증시와 비교해봐도 성적표가 뛰어나다. 2월 14일 오전 9시 42분 기준 지난 1년 동안 닛케이 지수는 36.53% 상승했다. 이는 나스닥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인 30.9%를 웃돈 수치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불과 5.64% 오르는 데 그쳤다.
기간을 5년으로 늘려봐도 마찬가지다. 나스닥 지수가 5년 새 109.51% 오르는 동안 닛케이 지수는 80.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50(44.68%)의 성장 폭보다도 컸다. 이 기간에도 코스피는 19.03% 상승에 그쳤다.
“PBR 높여라” 당국 불호령에 호응한 증시
이런 일본 증시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본 당국의 적극적인 기업 가치 제고 요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 Value Ratio·PBR)이 1 이하인 상장기업 약 3300개를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보유한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따라서 회사가 들인 자본과 시장에서 인정하는 값어치가 같을 경우 PBR은 1배가 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해당 기업이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지난달 15일 도쿄증권거래소는 개별 상장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들의 명단을 공표했다. 선언적으로만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PBR 1 이하 공시 대상 기업 3300여 곳 중 1115곳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주를 위한 경영 개선계획을 적거나 적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표는 앞으로 매월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6월에는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ROE)이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을 초과하는 기업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가 신설됐다. 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아 일본 시총 1위인 도요타와 주요 금융사들이 해당 지수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공적연금과 기관투자자에게 JPX 프라임 150 사용을 요청하고 있다.
“NISA, 평생 비과세”…세제 혜택 대폭 확대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가계 금융자산을 은행 예적금에서 금융투자상품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밝혔다. 그간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은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어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아 기업 투자가 위축됐다. 실제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54%가 은행 예적금에 가입돼 있었고, 금융투자상품 보유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의 핵심은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의 세제혜택 대폭 확대다. 바로 지난달부터 출시된 신(新)NISA는 연간 비과세 납입 한도를 기존 120만엔(약 1064만원)에서 360만엔(약 3194만원)으로 3배 확대했다. 비과세 적용기간도 일반형 기준 최대 5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비과세 총 투자 한도도 1800만엔(약 1억5972만원)으로 기존의 2배 이상 늘렸다. 사실상 개인투자자가 NISA로 버는 돈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일본 정부는 개인연금계좌(iDeCo)의 납입한도를 상향하고 가입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확정기여(DC)형 기업연금 가입자의 iDeCo 월납입 한도를 1만2000엔(약 11만원)에서 2만엔(약 18만원)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기업연금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iDeCo를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입 연령도 65세 미만에서 70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 시장 강세는 NISA 제도 변화에 따른 소액 투자 활성화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일본의 대미 수출이 구조적으로 대중 수출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증시 강세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닛케이 지수는 2024년 연간으로 추가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금융정책 정상화를 앞두고 증시 부양을 위한 정책 도입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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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는 전 거래일(9일) 대비 2.8% 오른 37963.97에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지난 9일 34년 만에 3만7000을 돌파한 데 이어 3만8000을 넘보고 있다. 거품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 도달도 턱밑까지 왔다.
일본 주가지수는 다른 국가의 주요 증시와 비교해봐도 성적표가 뛰어나다. 2월 14일 오전 9시 42분 기준 지난 1년 동안 닛케이 지수는 36.53% 상승했다. 이는 나스닥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인 30.9%를 웃돈 수치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불과 5.64% 오르는 데 그쳤다.
기간을 5년으로 늘려봐도 마찬가지다. 나스닥 지수가 5년 새 109.51% 오르는 동안 닛케이 지수는 80.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50(44.68%)의 성장 폭보다도 컸다. 이 기간에도 코스피는 19.03% 상승에 그쳤다.
“PBR 높여라” 당국 불호령에 호응한 증시
이런 일본 증시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본 당국의 적극적인 기업 가치 제고 요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 Value Ratio·PBR)이 1 이하인 상장기업 약 3300개를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보유한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따라서 회사가 들인 자본과 시장에서 인정하는 값어치가 같을 경우 PBR은 1배가 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해당 기업이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지난달 15일 도쿄증권거래소는 개별 상장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들의 명단을 공표했다. 선언적으로만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PBR 1 이하 공시 대상 기업 3300여 곳 중 1115곳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주를 위한 경영 개선계획을 적거나 적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표는 앞으로 매월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6월에는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ROE)이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을 초과하는 기업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가 신설됐다. 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아 일본 시총 1위인 도요타와 주요 금융사들이 해당 지수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공적연금과 기관투자자에게 JPX 프라임 150 사용을 요청하고 있다.
“NISA, 평생 비과세”…세제 혜택 대폭 확대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가계 금융자산을 은행 예적금에서 금융투자상품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밝혔다. 그간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은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어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아 기업 투자가 위축됐다. 실제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54%가 은행 예적금에 가입돼 있었고, 금융투자상품 보유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의 핵심은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의 세제혜택 대폭 확대다. 바로 지난달부터 출시된 신(新)NISA는 연간 비과세 납입 한도를 기존 120만엔(약 1064만원)에서 360만엔(약 3194만원)으로 3배 확대했다. 비과세 적용기간도 일반형 기준 최대 5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비과세 총 투자 한도도 1800만엔(약 1억5972만원)으로 기존의 2배 이상 늘렸다. 사실상 개인투자자가 NISA로 버는 돈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일본 정부는 개인연금계좌(iDeCo)의 납입한도를 상향하고 가입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확정기여(DC)형 기업연금 가입자의 iDeCo 월납입 한도를 1만2000엔(약 11만원)에서 2만엔(약 18만원)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기업연금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iDeCo를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입 연령도 65세 미만에서 70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 시장 강세는 NISA 제도 변화에 따른 소액 투자 활성화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일본의 대미 수출이 구조적으로 대중 수출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증시 강세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닛케이 지수는 2024년 연간으로 추가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금융정책 정상화를 앞두고 증시 부양을 위한 정책 도입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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