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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 공판 시작…‘사법 리스크’ 해소할까

5일 오후 1시 42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지 약 3년 5개월 만에 1심 선고가 이뤄진다. 오랜 시간 삼성그룹이 겪어온 오너의 ‘사법 리스크’ 해소 여부에 세간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해당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5일 1시 42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에 보라색과 푸른색 패턴이 들어간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취재진은 이 회장에게 ▲3년 5개월 만에 1심 선고를 받는 심경이 어떤가 ▲주주들에게 손해 끼칠 줄 몰랐다는 입장 변함없나 ▲불법승계 논란을 피하고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인 것 아닌가 등을 물었다. 이 회장은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선고 공판은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을 시작했다. 이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이 위법했는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다. 검찰이 2020년 9월 1일 이 회장을 기소한 뒤로 줄곧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의 해소 여부가 나오는 선고 공판이라 일찍이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이날 이 회장의 법정 출석 모습을 보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 등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부 지지자는 “이재용 파이팅”, “삼성 힘내라” 등을 외치기도 했다.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1심 선고가 있기까지 검찰과 삼성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약 3년 5개월간 106회 공판이 열렸다. 이 회장은 이 중 95회를 직접 출석했다. 대통령 해외순방 등 주요 일정을 제외하곤 사실상 모든 재판에 참석한 셈이다. 재판 일정 탓에 조부인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검찰 수사 기록만 19만쪽에 달한다. 서초구에 발이 묶인 채 삼성의 글로벌 경영을 이끌었던 셈이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부당한 방법을 쓴 혐의를 받는다.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한 혐의도 받는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을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규정,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반면 이 회장은 “합병과 관련해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고,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며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무죄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그해 8월 가석방된 뒤 이듬해 8월 사면됐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치권에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주며 부정한 거래를 했다는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반면 이날 선고되는 사건은 승계 작업 자체가 불법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점을 다룬다.

재계에선 판결 이후 삼성의 미래 행보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이 회장이 무죄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경우, 경영 참여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 사건과 관련해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서 이재용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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