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EU 넘고 美만 남았다…‘완전 승인’ 조건은?
14개 ‘필수 신고국’ 중 13개국 승인 획득…‘까다로운’ EU 문턱 넘어
유럽 노선 이관-아시아나 화물 매각 조건부 승인…국내 LCC도 변화
대한항공, 美 당국 설득 집중…올해 상반기 내 승인 절차 매듭 전망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 탄생이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14개국 중 이제 미국만 남았다. 약 3년간 이어지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한 얘기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두 항공사 결합 시 그 규모는 ‘세계 10위권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매출 합계는 20조원대에 달한다.
이번 승인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여객 4개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 타항공사 이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전제로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경쟁 제한 우려’ 해소를 목적으로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라고 했다. 올해 말까지 시정 조치를 완료해야 완전한 승인이 떨어진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EU 집행위원회 승인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가장 까다로운 절차가 예상됐다. 이 관문을 넘으면서 합병 절차는 미국 경쟁 당국의 심사만 남았다. 항공업계에선 EU 집행위원회가 내건 시정 조치를 완료하면 미 당국의 승인을 비교적 수월하게 획득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 역시 ‘미 당국과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 중’이란 입장이다. 이르면 미 당국의 승인도 올해 상반기 내 나올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EU 집행위원회 승인에 앞서 ▲튀르키예(2021년 2월) ▲대만·태국·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베트남(2021년 11월) ▲한국·싱가포르(2022년 2월) ▲호주(2022년 9월) ▲중국(2022년 12월) ▲영국(2023년 3월) ▲일본(2024년 1월)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했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마쳤다.
EU 집행위원회가 내건 ‘유럽 여객 4개 노선 이관’의 대상 기업도 정해진 상태다. 대한항공은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에서 해당 지역으로 향하는 노선에 티웨이항공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 A330-300 대형 기체를 보유했고, 오는 5월 인천∼자그레브(크로아티아) 노선 취항을 통해 장거리 노선 운항 이력도 갖출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후보로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달부터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원회가 내건 시정 조치 수행과 동시에 미 당국 승인을 얻기 위한 절차에 집중할 방침이다. 회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이번 인수·합병 논의가 시작된 점 ▲미국 내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에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적극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 LCC의 통합 절차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국제선 독점 현상으로 인해 항공 요금이 더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유일 국적항공사로서 일부 장거리 국제노선을 독점 운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항공운임 변경은 정부 승인을 받는 구조라 임의 인상이 없으리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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