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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 오가는 물가에 ‘高금리’ 지속된다…서민 고통 가중[부채도사]

소비자물가 상승률 1월 2.8%→2월 3.1%
한국은행, 기준금리 장기 동결 가능성↑
美연준 금리 인하 예측, 6월 아닌 7월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76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물가가 굉장히 울퉁불퉁하게 내려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변동과 관련해 ‘울퉁불퉁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의미다. 장기적 추세 하락은 예상되지만, 일시적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를 섣불리 낮출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이런 이유로 자영업자 등 대출자의 이자 고통도 길어지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 복귀

이 총재의 말대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1월 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하며 목표치 2%를 향하는 듯 했지만 한 달 만에 3%대로 복귀했다. 

물가 상승률 3%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배럴당 78.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6일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WTI는 3월에만 4.6% 올랐고, 올해 들어 11% 상승했다. 

[제공 한국은행]
유가 상승은 중동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 산유국 협의체가 감산을 지속한 영향을 받았다. 앞으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유가 안정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美 연준 비둘기파도 ‘고금리 지속’ 예측

물가 상승률이 3%대에서 등락하는 모습이 계속될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현 기준금리 3.5%를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물가를 더 높이는 부작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예측도 빗나가고 있다. 올 초까지 3월에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현재는 ‘6월 금리 인하설’마저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이스 장(Joyce Chang)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7월로 예상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같은 날 “미국 경제의 강세를 감안할 때 금리 인하는 시급하지 않다”라고 했다. 래피얼 총재는 연준 내에서도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파로 꼽히는 데도 이 같은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한은도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투자 이탈 등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2.47%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사진 연합뉴스]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경우 서민 고통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국내 대출의 부실 위험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신용 갭은 지난해 3분기 말 10.5%포인트(p)를 기록했다. 2020년 2분기부터 10%p를 웃돌았다. 신용 갭이 10%p를 초과한 국가는 BIS 조사 대상 44개국 중 일본(13.5%p)과 한국뿐이다.

신용 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는 부채위험평가 지표다. BIS는 신용 갭이 10%p를 초과하면 ‘경보’, 2~10%p면 ‘주의’, 2%p 미만이면 ‘보통’으로 분류한다.

이는 고금리 상황이 풀리지 않으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고통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대출자 중에서 자영업자의 이자 고통이 심각해진 모습이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 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335만8499명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총 1109조6658억원으로 1년 사이 27조4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1.69%에서 2.47%로 상승했다. 연체율은 29세 이하에서 6.59%까지 치솟았고, 30대 연체율은 3.90%로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3만1283명이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양 의원은 “젊은 층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급증하는 대출과 취약한 상환 능력을 감안할 때, 이대로 방치하다가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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