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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저PBR株 기대감…투자자 매수 타이밍 '눈치싸움'

[기업가치를 높여라]②
외국인 8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수…저PBR주, 상위권 대거 포진
전문가 “앞으로도 상승 여지 있어…주주환원 확대 여력 등 체크해야”

[사진 오픈AI 달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올 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언급된 뒤 주가가 크게 상승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향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특히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최근 국내 증시의 조정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밸류업 정책은 계속되므로 중장기적인 투자 접근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시각과 주가가 너무 오른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데 섞여 나온다.

앞서 5일 코스피(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0.93%(24.87포인트) 하락한 2649.40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7일 2600대에 진입한 이후 약 한 달 동안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지부진한 장세에도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사자’를 단행했다.

지난 2월 22일~3월 5일 외국인은 코스피를 총 2조714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이 3562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간을 늘려 정부가 밸류업 계획을 처음 언급한 지난 1월 17일 이후로 보면, 1월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은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들이 산 종목을 살펴보면 주요 반도체주들과 저PBR주들이 상위에 자리했다. 은행·보험·지주·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 5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K하이닉스로 759억8300만원을 순매수했다. 다음은 496억4700만원을 순매수한 KB금융이었다. 이밖에 삼성전자, 신한지주, KT, 삼성생명, 삼성물산, SK스퀘어 등이 높은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지금 들어가면 고점?…저PBR주, 30~70% 올랐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는 저평가 종목의 기업가치 개선 기대감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예고가 나온 1월 17일 코스피는 2435.90이었지만, 1개월여 뒤인 2월 19일에는 2680.26까지 10% 넘게 뛰어올랐다.

문제는 저PBR 종목의 주가 상승세가 초반부터 너무 가파르다는 데 있다. 향후 추가적인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71.03% 급등했다. 다른 보험주인 흥국화재도 같은 기간 67.18%나 올랐다. 이 외 제주은행 60.05%, 키움증권 46.36%, 하나금융지주 44.55%, 동양생명 40.37%, 기아 39.93%, KB금융 39.56%, 메리츠금융지주 38.31%, 현대차 36.96% 등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서 1~2월 외국인 순매수가 역대급 규모를 나타낸 점이 주가에 부담처럼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금융감독원장의 ‘미흡 상장기업 페널티 검토’ 발언에 주가가 반등했던 것처럼 3월 중 추가 정부 조치가 나온다면 자금 유입이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감독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환원 등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사는 증권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퇴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악화가 적기에 시장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성장 동력이 있는 기업에 돈이 가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증권가 “밸류업은 장기 정책…주주환원 등 따져 옥석 가려야”

전문가들은 저PBR주의 상승 여지가 남았다는 분석이다. 일부 저PBR주들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을 발표한 직후, 정부 정책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며 단기 조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진행될 정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조준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와 반도체주가 나란히 달리며 한국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과매수와 버블(거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먼저 도망갈 필요는 없다. 밸류업 관련 모멘텀은 적어도 총선 전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저PBR주에서 옥석을 가리기 위해선 수익성·안정성·주주환원가능성 등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겨 골라낼 필요가 있다”며 “이미 상승세를 보인 종목이면 조정 시에 매수하고, 아직 주목받지 못한 저평가 종목을 새롭게 접근하는 것도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김윤정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PBR 1배 미만이라는 단일조건만으로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경계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있는 기업 위주의 접근 전략이 유효하다”며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업 세제 인센티브나 상속세 문제 등 상법 개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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