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CEO’는 옛말···자산운용업계, 세대교체 '칼바람'
KB·신영·우리·DB자산운용 등 4개 운용사 수장 교체
치열해지는 시장 점유율 경쟁...실무형 수장 전진 배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자산운용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운용사들은 최고경영자(CEO) 교체 주기를 맞아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인사를 일제히 수장으로 선임해 경영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11일까지 주요 증권사 4곳의 CEO가 교체됐다. KB·신영·우리·DB자산운용 등이다.
먼저 KB자산운용이 5년 만에 CEO직을 교체하며,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는 1969년생으로 한성고등학교와 미네소타대 경제학 학사, 템플대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1996년부터 삼성생명 채권운용매니저로 금융투자업계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2002년부터 2014년 3월까지는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을 역임했고 이후 공무원연금공단 해외투자팀장을 거쳐 2016년 12월 KB자산운용에 합류해 글로벌운용본부장(상무)와 연금·유가증권 부문장(전무)을 역임했다.
김영성 신임 대표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시장 전문가로 특히 해외투자와 채권분야에서 상품 다양성을 강화하며 ETF시장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신영자산운용도 8년 만에 CEO직을 교체했다. ‘가치투자 1세대’이자, 국내 가치주, 중소형주 투자의 산증인으로 명성이 높은 허남권 대표가 사임하면서 엄준흠 전 신영증권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자리하게 됐다.
엄 신임 대표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수원대학교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전공했다. 이후 신영증권의 SP(Structured Products)팀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팀을 이끌다 2011년부터는 파생상품본부장을 맡아 신영증권의 ELS 운용을 진두지휘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신영증권은 대형사인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헤지운용 북 규모가 작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팀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2016년 홍콩 H지수 급락 사태에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신영증권의 파생상품본부 기틀을 닦은 인물로 알려져 있어, 신영자산운용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된다.
DB자산운용은 12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2012년부터 DB운용을 이끌어온 오재환 대표가 물러나면서 정경수 LDI 부문 대표가 새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DB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LDI 부문을 신설하고, DB손해보험에서 자산운용 부문을 총괄하던 정 대표를 영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말 DB운용이 그룹 품에 안기면서 감지됐다. DB운용은 최대 주주인 DB금융투자의 지분(55%)에 더해 DB손해보험이 시중 및 지방은행들의 DB운용의 지분(44.67%)을 인수하면서 이후 운용자산(AUM) 42조원의 중대형 운용사로 거듭났다.
우리자산운용도 신임 수장으로 최승재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낙점했다. 최 대표는 1976년생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경영학 학사와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2006년 미래에셋증권(舊 대우증권) PI부에서 금융 업무를 시작했다. 2016년 멀티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대안투자팀장, 글로벌대체투자본부 상무 등을 거쳐 2021년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풍부한 대체투자 및 글로벌 분야 경력으로 우리자산운용의 시장 지배력 강화와 전통자산과 대체투자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1월 통합법인 출범으로 업계 10위 종합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이번 운용사의 세대교체 바람은 업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업계는 핵심 사업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시장점유율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ETF 순자산 총액이 13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 기세라면 연내 ‘200조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운용사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오기 위해선 실무에서 경험이 풍부한 수장으로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전문성과 의사 결정이 중요해 각자 대표 체제가 많은 게 증권업계의 특징으로, 바뀐 시장 상황에 따라 수장들도 전문성을 갖춘 새 인사가 임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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