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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떠나는 DGB…BNK‧JB는 아직 ‘우물 안’ 왜?

[우물 밖 개구리 DGB]③
제주은행, 전국 확산 유인 없어
BNK‧JB, 지배구조 요건 충족 못해
BNK, 시중銀 전환 안 해도 “전국구 공략”

지방금융·은행의 전국구 확산 전망.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대구‧경북 기반의 지역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약 56년간 갇혀 있던 우물에서 떠난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복안이다. 이 가운데 지방금융사인 BNK‧JB금융의 은행 계열사들은 대구은행의 전국구 도약을 바라만 보고 있다. 

요건 갖춘 제주은행 “전환 유인 없어”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가를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자본금 요건’인 최소 자본금 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인 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 등이다. 

현재 대구‧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6곳은 모두 자본금 요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지배구조 요건을 갖춘 곳은 대구·제주은행뿐이다. 이에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나섰고, 금융위원회의 인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은행 역시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췄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가 75.31%의 지분을 보유한 지역은행이다. 자본금은 1606억원이다. 다만 제주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제주은행의 점포는 주로 제주도에 몰려있다. 제주은행의 점포는 지점‧출장소를 합해 총 31곳인데, 이 중 제주도를 벗어난 점포는 단 두 곳이다. 서울과 부산에 지점을 한 곳씩 마련해 뒀다. 이 지점마저도 내부적인 관리 차원의 영업점으로, 서울‧부산 지역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점포는 아니다. 

제주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제주은행은 자본금 등을 살펴봤을 때 시중은행 전환 요건은 충분하지만, 전환 시 투입해야 하는 비용을 충당하기엔 기대되는 수익이 작다”면서 “제주도 지역의 은행이라는 특색 또한 강하기 때문에 시중은행 전환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BNK금융 본사(왼쪽)와 JB금융 본사 전경. [사진 각 사]

‘지방 1위’ 부산은행, 시중銀 전환 불가
지방금융그룹 중 순이익 1위인 BNK금융의 계열사 BNK부산‧경남은행의 전국구 진출에도 눈길이 쏠린다. 특히 부산은행의 자본금은 9774억원으로 지방은행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경남은행 역시 자본금 4321억원으로 요건을 맞췄지만 시중은행 전환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부산‧경남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배구조 요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경남은행의 모회사인 BNK금융의 최대주주는 롯데다. 롯데그룹 및 특수관계인이 BNK금융 지분 10.42%를 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BNK금융 경영엔 개입하지 않지만,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원하고 있다.

다만 BNK금융은 은행계열사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전국구 영업망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2026년 3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전국 영업망 구축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중은행 전환을 도모하긴 어렵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빈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경제 활력 저하, 인구의 고령화라는 지역 상황과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고려해 다양한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와의 제휴 강화, 수도권 거점영업센터, 아웃바운드 영업 채널 확대, 비대면 채널 고도화 등으로 전국 단위 영업망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은행의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영업점 현황을 보면, 현재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 주로 위치해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산은행 영업점 210곳 중 196곳이 부울경 지역에 마련돼 있다. 경남은행은 154곳 중 144곳이 부울경에 몰려 있다. 

JB 계열은행…은산분리에 발목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JB금융이 각각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은행이다. 자본금은 전북은행이 4616억원, 광주은행이 2565억원으로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JB금융 역시 지배구조 요건에 발목을 잡혔다.

JB금융의 최대주주는 식품그룹인 삼양그룹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양사 및 특수관계인이 JB금융 지분 14.61%를 보유하고 있다.

JB금융 관계자는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관련 사안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금융과 JB금융의 사례처럼 은산분리 부담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일각에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은행이 본연의 모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금융환경 하에서는 지방은행이 지방은행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며 경영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인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미 수도권 진출을 확대하면서 대형화하고 있는 지방은행들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전환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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