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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수집하려면 나가”...미국 의회, 중국 기업에 철퇴

[미중 바이오 패권 전쟁]②
BGI·우시 겨냥하는 ‘생물보안법’ 통과
중국 기업 반발…공백 메울 기업 주목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체 기업 베이징게놈연구소(BGI)그룹.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바이오산업으로 퍼지고 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두 국가의 갈등이 국가 안보 문제로 번져서다. 바이오산업은 사람의 유전·생체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룬다. 최근에는 바이오 기술의 발전으로 대규모 정보 구축도 가능하다. 한 국가가 바이오 분야 특정 기술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면, 다른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바이오 기업이 자국민의 바이오 분야 정보를 다루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중국 기업이 바이오 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다양한 제도와 제재를 통해 중국의 안보 위협을 저지하려는 모습이다.

미 상원, 생물보안법 통과

지난 3월 미국의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상·하원이 지난 1월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의 바이오 기업이 미국인의 건강과 유전 정보를 활용하거나, 이를 자국으로 유출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특정 기업을 ‘우려 기업’으로 꼽았다는 점이다. 우려 기업으로 꼽힌 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체 기업 베이징게놈연구소(BGI)그룹과 우시앱텍을 비롯한 우시(Wuxi)그룹의 계열사 일부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 분야의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중국 기업을 명확하게 겨냥한 셈이다. 생물보안법이 ‘중국 압박용 법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 생물보안법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 정부는 공공산업과 민간산업을 융합하는 전략을 통해 BGI를 비롯한 기업이 정부에 정보를 넘기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쓰여있다. BGI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미국인의 건강, 유전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임상시험수탁기업(CRO)인 우시앱텍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우시앱텍은 중국의 군사-민간 융합 행사를 후원했고, 관련 펀드에서 투자받았다”며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크리스 첸 대표도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의학 아카데미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고 언급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 정부, 군사와 연관돼 있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중국 기업 공백 누가 메울까

시장에서는 생물보안법이 바이오산업에 끼칠 파장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 기업은 최근 미국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며 시장 지위를 높이고 있다. BGI와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이 생물보안법으로 자리를 비우면, 새로운 기업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두 국가의 갈등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시장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란 뜻이다.

물론 생물보안법 실제 제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안의 내용도 바뀔 수 있다. 다만 생물보안법은 미국 상·하원이 함께 법안을 발의한 만큼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바이오 분야 첨단기술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생물보안법이 제정된다면 미국 정부나,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민간 기업, 연구기관 등은 우려 기업으로 꼽힌 곳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의약품을 미국의 공공보험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를 통해 공급하는 기업은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CRO와 CDMO 기업은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미국의 많은 기업은 이미 중국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생물보안법이 제정되면 미국 내 여러 기업이 우시그룹의 계열사와 계약을 중단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당뇨병 치료제 명가인 일라이 릴리를 비롯한 기업들은 우시그룹의 계열사 우시앱텍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CDMO 분야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도 많다.

생물보안법에 중국 기업 반발

생물보안법의 표적이 된 중국 기업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생물보안법으로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실제 법안에 기업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곳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우시앱택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출의 65%가량을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매출 규모만 261억3000만 위안(약 4조845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현지에서 올린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한 73억7000만 위안(약 1조3666억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게 리 우시앱텍 회장은 연초 생물보안법이 발의된 후 “크리스 첸 대표가 중국 기관과 연관돼 있다는 정보는 잘못됐다”며 “향후 법안이 변경될 수 있으니, 이해관계자와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서비스 이용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CDMO 기업의 한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생물보안법 발의 후 전반적으로 가격을 낮췄다”며 “최근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된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도 보고서를 통해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BGI그룹, 우시그룹의 계열사와 계약하는 것은 물론, 이들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한다”며 “생물보안법이 제정되면 특정 기업의 개입을 통제할 수 있게 돼, 우려 기업들이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협력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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