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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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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면 정부가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 실현까지 평균 5년이 걸리는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이 안정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사업을 추진하려면 통합고용세액공제의 일몰 기한을 최소 10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고용세액공제는 기업이 고용한 근로자의 수가 전년 대비 늘었을 때 일정 기간 동안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한경협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의 사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의 규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첨단재생바이오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한경협 관계자는 "원료물질 수입 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 원료를 빠르게 조달하도록 돕는 특별법,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시설의 제조 위탁 활용을 통해 시설 투자 비용을 절감하도록 지원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며 "이들 법인이 통과되면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의 사업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2023년 196억8000만달러에서 2029년 438억5000만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이 14.3%에 달할 전망이다. 매출이 높은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향후 5년 내 상당수 만료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은 통상 특허 만료 이후 효능이 유사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가 쏟아진다. 바이오시밀러 수요가 높은 바이오의약품인 키트루다, 다잘렉스, 옵디보, 오크레부스도 국내외 여러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했다.미국 정부가 추진해온 생물보안법도 국내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인 우시 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우시 앱텍,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등 중국 기업과의 거래 및 계약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시 바이오로직스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북미 시장에서 올려,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받을 타격이 크다.한경협 관계자는 "중국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은 저렴한 인건비와 낮은 생산 단가로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했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정서 및 자국 산업 보호 기조로 미국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중국 기업의 대체로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들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면서, 생물보안법 등 국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4.03 06:00

2분 소요
‘2024 글로벌 인플루언서 엑스포’, K-POP 공연으로 하이라이트 장식 예정

정책이슈

2024년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3홀에서 개최되는 ‘2024 글로벌 인플루언서 엑스포(GIE 2024)’의 둘째 날인 12월 14일(토)에는 K-POP 콘서트가 펼쳐질 예정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K-POP 콘서트는 브브걸(BBGIRLS), 노매드(NOMAD), 원어스(ONEUS), 유니스(UNIS), 러브원(LOVE ONE), 휘브(WHIB) 등 다채로운 라인업이 공개되어 K-콘텐츠와 글로벌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브브걸은 2011년 브레이브걸스로 데뷔해, 역주행 히트곡 ‘롤린(Rollin')’으로 주목받았다. 팀명 변경 후에도 ‘ONE MORE TIME’ 등의 곡으로 꾸준히 활동 중이며,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노매드(NOMAD)는 2023년 데뷔한 5인조 보이그룹으로, 사랑과 청춘을 노래하며 감성적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신인임에도 탄탄한 음악성과 퍼포먼스를 갖춘 팀으로, 이번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원어스(ONEUS)는 2019년 데뷔해 독창적인 콘셉트와 퍼포먼스로 글로벌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6인조 그룹으로 이번 엑스포 무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와 스토리텔링이 담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유니스(UNIS)는 올해 3월 데뷔해 다양한 표현력과 완성형 라이브로 강렬한 매력을 뽐내는 중이다. 특히 2024 KGMA에서 트렌드 오브 더 이어, IS루키 등 첫해부터 각종 시상식을 싹쓸이 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러브원(LOVE ONE)은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아티스트로, 감성적인 보컬과 감각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고 있다. 엑스포 공연에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휘브(WHIB)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으로, 독특한 콘셉트와 트렌디한 음악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데뷔 첫 주부터 '괴물 신인'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그룹이다.이번 2024 글로벌 인플루언서 엑스포(GIE 2024)는 이러한 케이팝 공연 등 K-콘텐츠를 중심으로 기업과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며, 세계 120개국에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송출되어 글로벌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한다.특히, 둘째 날 K-POP 공연은 엑스포의 하이라이트로, 기업과 인플루언서, 팬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2.11 16:51

2분 소요
중국 기업 옥죄는 '바이오보안법'...미국 하원 통과

바이오

미국 의회가 중국의 바이오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발의한 바이오보안법(Biosecure Act)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바이오보안법이 시행되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바이오 기업 활동이 규제 대상이 된다. 일부에서는 중국 기업의 자리를 국내 기업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해외 매체 따르면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는 이날 바이오보안법을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통과시켰다. 바이오보안법이 의회를 최종 통과하려면 상원의 승인과 대통령의 서명 단계를 거쳐야하지만, 업계에서는 바이오보안법의 시행 가능성을 70% 정도로 점치고 있다.바이오보안법은 기업들이 중국의 바이오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이다. 법안의 내용에 중국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 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업인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가 명시돼 중국 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오보안법의 유예 기간은 2032년 1월까지다.바이오보안법을 발의한 미국 오하이오주 브래드 웬스트럽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은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생명공학 산업을 장악하려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다"며 "미국인 수백만명의 데이터가 잠재적으로 위험에 처한 셈"이라고 했다. 제임스 코머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도 "바이오보안법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관여하기 전 미국인의 데이터를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단계"라고 했다.

2024.09.10 15:16

1분 소요
“유전체 수집하려면 나가”...미국 의회, 중국 기업에 철퇴

바이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바이오산업으로 퍼지고 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두 국가의 갈등이 국가 안보 문제로 번져서다. 바이오산업은 사람의 유전·생체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룬다. 최근에는 바이오 기술의 발전으로 대규모 정보 구축도 가능하다. 한 국가가 바이오 분야 특정 기술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면, 다른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특히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바이오 기업이 자국민의 바이오 분야 정보를 다루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중국 기업이 바이오 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다양한 제도와 제재를 통해 중국의 안보 위협을 저지하려는 모습이다.미 상원, 생물보안법 통과지난 3월 미국의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상·하원이 지난 1월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의 바이오 기업이 미국인의 건강과 유전 정보를 활용하거나, 이를 자국으로 유출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특정 기업을 ‘우려 기업’으로 꼽았다는 점이다. 우려 기업으로 꼽힌 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체 기업 베이징게놈연구소(BGI)그룹과 우시앱텍을 비롯한 우시(Wuxi)그룹의 계열사 일부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 분야의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중국 기업을 명확하게 겨냥한 셈이다. 생물보안법이 ‘중국 압박용 법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실제 생물보안법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 정부는 공공산업과 민간산업을 융합하는 전략을 통해 BGI를 비롯한 기업이 정부에 정보를 넘기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쓰여있다. BGI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미국인의 건강, 유전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중국의 임상시험수탁기업(CRO)인 우시앱텍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우시앱텍은 중국의 군사-민간 융합 행사를 후원했고, 관련 펀드에서 투자받았다”며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크리스 첸 대표도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의학 아카데미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고 언급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 정부, 군사와 연관돼 있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중국 기업 공백 누가 메울까시장에서는 생물보안법이 바이오산업에 끼칠 파장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 기업은 최근 미국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며 시장 지위를 높이고 있다. BGI와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이 생물보안법으로 자리를 비우면, 새로운 기업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두 국가의 갈등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시장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란 뜻이다. 물론 생물보안법 실제 제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안의 내용도 바뀔 수 있다. 다만 생물보안법은 미국 상·하원이 함께 법안을 발의한 만큼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바이오 분야 첨단기술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만약 생물보안법이 제정된다면 미국 정부나,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민간 기업, 연구기관 등은 우려 기업으로 꼽힌 곳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의약품을 미국의 공공보험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를 통해 공급하는 기업은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CRO와 CDMO 기업은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미국의 많은 기업은 이미 중국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생물보안법이 제정되면 미국 내 여러 기업이 우시그룹의 계열사와 계약을 중단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당뇨병 치료제 명가인 일라이 릴리를 비롯한 기업들은 우시그룹의 계열사 우시앱텍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CDMO 분야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도 많다.생물보안법에 중국 기업 반발생물보안법의 표적이 된 중국 기업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생물보안법으로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실제 법안에 기업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곳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우시앱택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출의 65%가량을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매출 규모만 261억3000만 위안(약 4조845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현지에서 올린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한 73억7000만 위안(약 1조3666억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게 리 우시앱텍 회장은 연초 생물보안법이 발의된 후 “크리스 첸 대표가 중국 기관과 연관돼 있다는 정보는 잘못됐다”며 “향후 법안이 변경될 수 있으니, 이해관계자와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우시바이오로직스는 서비스 이용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CDMO 기업의 한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생물보안법 발의 후 전반적으로 가격을 낮췄다”며 “최근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된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도 보고서를 통해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BGI그룹, 우시그룹의 계열사와 계약하는 것은 물론, 이들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한다”며 “생물보안법이 제정되면 특정 기업의 개입을 통제할 수 있게 돼, 우려 기업들이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협력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04.01 07:01

4분 소요
반도체 이어 바이오까지…미중 패권 경쟁 ‘확전’ 양상[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최근 미(美) 의회에서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발의됐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동 법안은 미·중 기술패권경쟁이 바이오산업에서도 본격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법안에서는 이례적으로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이름을 명시했다. 법안에 명시된 비지아이(BGI)·엠지아이(MGI)· 콤플리트 제노믹스(Complete Genomics) 등은 모두 중국 기업이다. 이 가운데 MGI는 BGI의 자회사, Complete Genomics는 MGI의 자회사로 모두 BGI 산하 기업이다. 법안의 조문에는 미·중 기술패권경쟁의 맥락, 미국인 유전자 정보가 중국 정부에 의해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 등이 나타나 있어 바이오산업뿐만 아니라 향후 미·중 갈등의 전개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이 법안은 상원에서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올해 1월에 각각 발의됐다. 하원 버전이 법안의 이름과 발의 배경을 포함하는 것을 제외하면 두 법안의 조문이 동일하다. 두 법안 모두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공동발의의 형태로 참여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하원의 법안은 ‘중국 공산당에 관한 특별 위원회’ 구성원인 갤러거(Gallagher) 공화당 하원의원(위원장)과 크리쉬나무르티(Krishnamoorthi)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발의에 참여하였는데,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한 미 의회의 인식과 전략을 짐작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동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과 하원의 지지를 폭 넓게 받고 있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미 의회 생물보안법 발의…미·중 갈등 시사발의 이후 상원에서 3월 6일 찬성 11명, 반대 1명으로 국토안보위원회를 통과했다. 상임위에서 많은 법안이 사장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안의 상임위 통과는 실제 입법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실제 입법에 이르기까지는 상원과 하원 각각에서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있고 이 과정에서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상·하원에서 통과한 법안의 조문에 차이가 있으면 이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입법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다만, 법안의 핵심적인 내용과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를 미·중 기술패권경쟁의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 법안은 정부 기관이 우려 기업으로부터 바이오 장비나 서비스를 조달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 기관이 우려 기업의 바이오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즉, 바이오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우려 기업과 관련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는 정부에 제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다. 법안에 명시된 기업(계열사 및 자회사 포함) 외에 규제의 대상이 되는 우려 기업은 관리예산국장이 관련 기관장과 협의해서 결정한다. 이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다면 중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더 넓게는 바이오 공급망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이 발의된 이후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중국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이러한 측면에서 동 법안의 발의에는 중국 바이오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대한 경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안은 중국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래의 주요 산업으로 여기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통해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을 강조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AI 기술은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만큼 대규모 유전자 정보의 활용을 통해 중국 바이오산업이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과 바이오산업의 발전은 인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지만, 이는 현재 기술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미 바이오 업계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한 예로, 규제 대상인 Complete Genomics는 일루미나와 함께 유전체 분석 분야의 최대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Complete Genomics와 일루미나는 2010년부터 특허분쟁을 벌였는데, 결국 2022년에 일루미나가 이와 관련하여 3억2500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해당 사례는 동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잘 보여주며, 중국 바이오산업의 가능성 역시 보여준다. Complete Genomics는 원래 미국 기업이었으나 2013년 BGI 그룹이 인수했다. 일각에서 이러한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기업이 보유한 첨단기술과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한다.법안은 미국인의 유전자 정보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미 정계의 국가안보 인식과 직결된다. 법안이 공급망과 관련한 함의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안에서 많은 지면을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사항은 바로 이 부분이다. 미국 기업 인수해 기술·데이터 중국으로 유출 의심법안이 정의하는 바이오 장비는 DNA 염기서열분석 장비 등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생산·분석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를 포함한다. 바이오 서비스는 연구·개발·생산·분석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저장과 전송 등을 포함한다. 또한 법안에서 규제 대상인 중국 기업 BGI가 중국 중국국립유전자뱅크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과거 Complete Genomics를 통해 미국의 유전자 정보를 구입했고, 현재도 자회사인 MGI와 Complete Genomics를 통해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타국에서 유전자 정보 수집에 관여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수집한 미국인의 유전자 정보를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의 바이오 기업,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미국인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미 정계가 경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민감한 개인의 정보에 접근함으로써 특정인을 식별하거나 표적으로 삼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등 바이오 정보는 민감한 정보임과 동시에 유전질환(genetic disease)의 위험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이러한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에서도 이러한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기업은 지원자가 동의할 때만 이러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으며 데이터는 익명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한 연구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자료를 통해서도 소수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는 비단 유전자 등 바이오 정보에만 국한된 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바이오 정보는 특히 민감한 정보이므로 미 정계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데이터와 관련한 중국의 법과 제도가 자리한다. 이 법안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민군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공공 및 민간 기업이 중국군의 현대화에 기여하도록 규정한다.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4개의 기업은 미국에서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군과 협력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미 정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법률에 따라 기업이 정부에 데이터를 넘기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 정계에서는 자국민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중국 정부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바이오산업에 기여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증폭되고 있다.미국인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동 법안은 최근 압도적인 표결로 하원을 통과한, 이른바 틱톡 금지법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미 정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틱톡이 미국인의 개인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수집하고 있고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틱톡의 사용을 금지했고, 지난해 의회에서 틱톡의 CEO를 대상으로 하는 매우 공격적인 청문회가 개최된 바 있다.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화된 미·중 기술패권경쟁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틱톡 금지법과 생물보안법은 서로 다른 분야를 대상으로 하므로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당연히 차이가 있으나 미국인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빅데이터의 유출과 인공지능(알고리즘)의 활용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중 기술패권경쟁의 또 다른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올해 2월 말,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인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우려국(countries of concern)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행정명령의 대상에는 유전체·생체인식·개인 건강 데이터 등의 신체와 관련된 데이터 및 위치·금융·개인 식별이 가능 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이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은 데이터가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로 흘러 들어가 활용 또는 악용되는 사태에 대한 정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생물보안법이나 틱톡 금지법의 취지와도 상응한다. 규제 대상 지목된 중국 기업들, 중국군과 협력 부인 한편, 동 법안에서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중국의 기업들은 입장문을 통해 중국군과의 협력을 부인하고, 민감한 개인정보의 관리와 관련하여 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어떤 국가의 안보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 또한 이러한 입법의 배후에는 경쟁사를 제거하려는 미국 기업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항변이 미 정계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바이오협회도 법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동 법안의 규제 근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초당적인 대(對)중 강경 기조가 자리 잡은 미 정계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와 상관없이 중국의 바이오산업을 견제하는 입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 법안을 발의한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 크리쉬나무르티 민주당 하원의원은 바이오 공급망과 관련하여 외국인 투자 및 해외 투자 규제, 수출 통제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중 일부는 기존의 법률을 통해서도 시행될 수 있으므로 중국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견제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논란이 계속되겠지만, 앞서 미국이 실시한 대(對)중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나타나듯이 이러한 조치는 한 번 시행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동 법안은 이미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경쟁이 바이오산업으로 확산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4.04.01 06:00

7분 소요
세계 최대의 동물 복제공장 설립공백을

산업 일반

세계 최대 동물복제 센터 설립을 목표로 하는 한-중 합작벤처가 내년 상반기 중국 해안도시 톈진에서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2억 위안(약 357억원)을 투자하는 이 시설은 궁극적으로 연간 최대 100만 마리의 복제 송아지뿐 아니라 개와 멸종위기종 동물을 생산하려는 목표다.이 복제 센터는 중국의 시니카, 베이징대학 분자의학연구소, 톈진 국제생물의약연합연구원 그리고 한국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하 수암)이 공동으로 설립한다. 수암은 2006년 주요 줄기세포 연구 결과 조작사건으로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은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조직이다. 시니카는 줄기세포 연구와 재생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우시 소재 보야라이프 그룹의 자회사다.“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고 보야라이프 그룹의 쉬샤오춘 CEO가 가디언 신문에 말했다. 보야라이프 그룹은 정부 후원 사업개발단지인 ‘톈진 경제기술개발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것을 세우고 있다.”보야라이프 그룹은 처음엔 소 배아 10만 개를 생산해 “시장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한 육우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지난 11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밝혔다. 궁극적으로 중국에서 도살되는 프리미엄 축우의 최대 5%를 공급하고자 한다.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육류 소비가 1971년 이후 4배, 1991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1996~2014년 중국의 우육 시장이 4.8% 성장한 반면, 돈육 수요는 3.5%, 계육은 3.4% 증가했다. 네덜란드의 라보 뱅크는 지난 6월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중국에 220만t의 쇠고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그 공급 공백을 메우는 데 수입품이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톈진 시설에선 가축을 복제해 중국의 증가하는 육류 수요에 부응하는 외에도 경주마, 마약탐지견, 애완견도 복제할 계획이다.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종의 구제에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 쉬 CEO는 “세상과 우리의 삶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 신문에 말했다. “우리의 삶이 한층 좋아지게 된다.”중국 과학자들은 2000년부터 양·소·돼지를 복제해 왔다. 지난해 9월 산둥성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상업적 복제 회사도 보야라이프 그룹과 수암의 합작 벤처다. 이곳에서 순종 티베탄 마스티프 강아지 3마리를 복제하기도 했다.중국 남부 해안도시 선전에도 또 다른 중국 기업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BGI)가 운영하는 복제시설이 있다. 이곳에선 연간 500마리까지 복제 돼지를 생산한다(BBC 방송 보도). 엄밀히 말해 복제가 새로울 건 없지만 BGI는 현대의 중국다운 변화를 줬다. 바로 대량생산이다. 그 시설에선 ‘수제 복제(handmade cloning)’라는 과정을 통해 연간 무려 500마리의 복제 돼지를 생산한다(BBC 보도). BBC의 데이비드 슈크먼 기자가 공장을 견학했다. 그곳은 대체로 동물을 가둬두는 난간과 우리가 있는 일반 사육장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슈크먼 기자는 돼지 우리에 바로 인접한 여러 방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공개적으로 목격했다. 암퇘지들이 수술대 위에 눕혀져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술과 마취 준비에 들어간다. 곧바로 기술자 2명이 광섬유 탐침을 삽입해 배반포(blastocysts), 즉 실험실에서 배양한 초기 단계의 배아를 이식할 자궁을 찾는다. 이것이 BGI의 최대 발명이다. 이 공정에선 수천 달러의 장비가 필요 없고 복제 과정에 드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우리는 대규모로 복제할 수 있다”고 책임 연구원인 두유타오 박사가 BBC에 말했다. “30~50명이 함께 복제작업을 하니 이곳이 복제공장인 셈이다.”BBC 보도는 상당히 숙련된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기자와 카메라가 지켜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한다. 또한 그들이 하루에 2회 정도 복제 작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상적인 작업으로 보인다. 이식 성공률이 70~80%라고 BBC 보도는 전한다.또 다른 우리에 새끼 돼지가 여러 마리 있었다. 대다수가 적외선 가열 램프 아래서 유전자 변형을 거쳤다. 그중 여러 마리가 복제 1세대다. 나머지는 복제돼지를 복제한 결과물이다. 돼지가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이 존재 이유는 한 가지, 신약 테스트 용이다. 유전적으로 돼지는 인간과 아주 유사하다. 인간 복용 약품의 테스트에 제법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표본이 된다.과거 신발공장에서 지금은 세계 최대이자 필시 최초의 ‘복제 공장’일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유전자 염기서열분석(gene sequencing) 센터로 탈바꿈했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계가 하루 24시간 돌아간다. BGI는 사람 100만 명, 동물 100만 마리, 식물 100만 주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른 유전체 프로젝트를 감안할 때 야심만만한 과업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선 사람 1만 명의 염기서열 분석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대규모 복제와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프로젝트에서 습득한 정보가 광범위한 산업에 도움을 줄 잠재력이 있다고 BGI의 왕쥔 CEO는 말한다. 약품의 효능을 높이거나 식품의 맛을 좋게 하는 식이다. 식품 맛의 경우 BGI의 구내식당이 바로 시험장이기도 하다.왕 CEO는 “맛이 좋으면 염기서열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AVANEESH PANDEY, MICHELLE FLORCRUZ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2015.11.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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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의 해법 GMO에 있지만…

자동차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옥수수 재배 농민은 가뭄으로 성장이 멈춘 작물을 보며 혀를 찬다. 나이지리아의 얌 밭에선 농민이 쪼그라든 덩이줄기를 파내며 허탈해한다. 코스타리카에선 곰팡이병이 번져 수확을 망친 커피 농장주가 일꾼 수백 명을 해고했다. 나는 지난해 봄 뉴욕주 북부에 체리나무 몇 그루를 심었는데 여름이 되자 일본풍뎅이가 나무 껍질을 거의 다 먹어 치웠다.세계 어디를 가나 그런 재난이 갈수록 흔해진다. 우리 지구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교역의 후유증으로 휘청거린다. 열기로 작물이 말라비틀어지고, 과잉 경작과 가뭄으로 토양이 황폐해지며, 해충이 바다를 건너가 무방비 상태의 농작물을 갉아먹는다. 농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급속한 인구성장으로 상황은 갈수록 절박해진다. 우리가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없다면 궁극적으로 세계가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다.유엔과 전문가들은 세계의 식량 생산을 2050년까지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70억 명인 세계 인구는 그때가 되면 90억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35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젠 경작 가능한 새로운 땅을 찾을 수도 없다. 아니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2002~2012년 경작 가능한 땅 29만5420㎢를 잃었다. 지난 몇 년 간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더 많은 땅이 불모지로 변했을 게 분명하다. 앞으로 작물 재배 조건은 더 나빠질 것이다.그러나 곧 해결책이 나올지 모른다. 과학자들이 작물의 유전적 과정을 파악하고 조작하는 방법에 혁명을 일으킬 새로운 도구가 2012년 개발됐다. 크리스퍼(CRISPR-Cas9)로 불리는 ‘유전자 가위’다. 크리스퍼는 유전공학 분야의 기존 도구와 달리 아주 정교하다. 크리스퍼를 사용하면 단일 유전자에 초점을 맞춰 발현을 조절·제거하거나 다른 유전자로 대체할 수 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작물을 개발하는 전통 방법인 접목을 ‘구석기 시대의 창’에 비유하면 크리스퍼는 ‘최신 F-16 제트 전투기’에 해당한다. 생물학자와 유전학자들은 크리스퍼로 제2의 녹색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허용만 한다면 말이다. ━ DNA 지퍼를 다시 채우다 크리스퍼 발명에 기여한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제니퍼 두드나 교수는 지난해 ‘혁신 유전체학 계획(Innovative Genomics Initiative)’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겐 지놈(유전체)을 개조하는 아주 쉽고, 빠르며, 효과적인 기법이 있다. 그 도구로 이전엔 불가능했던 실험을 할 수 있다.” 크리스퍼의 속도와 간단함은 농업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에 견디고 적응할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아울러 더 적은 작물로 더 영양가 높은 식량과 식품을 얻을 수도 있다.과학계는 크리스퍼에 매료됐다. 지금까지 관련 논문이 150편 이상 발표됐고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코넬대학 보이스톰슨연구소 산하 유전학 기반 작물개량 실험실을 운영하는 조이스 밴 에크 교수는 “쏟아지는 논문을 따라잡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크리스퍼라는 이름은 원래 박테리아에서 염기서열이 짧게 반복되는 DNA 조각을 의미한다. 박테리아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에서 유래됐다. 침입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암호를 복제해뒀다가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할 때 쉽게 식별해 조치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경찰이 게시판에 지명수배 포스터를 붙이거나 전투에서 적군에게 야광 페인트를 끼얹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이 과정에는 조력자 2명이 필요하다. 안내 RNA라는 분자와 카스(Cas)로 불리는 단백질(효소)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효과적인 단백질이 Cas9이다. RNA는 DNA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운반체다. 세포 안에서 Cas9은 DNA 분자 주변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화학적 환경을 조성한 다음 RNA가 DNA의 선택된 부위를 찾도록 유도한다. 그 다음 RNA는 Cas9을 DNA 속으로 안내한다. Cas9은 DNA 이중나선 구조의 지퍼를 내린 뒤 과학자가 제공하는 화학적 지시에 따라 다음 3가지 중 1가지 일을 한다. 해당 부위의 작동 능력을 약화시키거나, 활성화하거나, 선택된 유전자를 잘라낸다. 그 후 세포의 수리공이 DNA 구조의 지퍼를 다시 채운다.이 과정은 작물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DNA의 일부분을 쉽게 바꿔칠 수 있다. 그 결과 맛과 영양가가 개선되고, 더 신속히 판매할 수 있으며, 보관과 유통이 더 쉽고, 기계 수확이 가능하며, 재배할 때 물이 더 적게 필요하고, 혹서에 더 잘 견딜 수 있다.지난 시절 자연 과정에 의존한 작물 육종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녹색 혁명의 아버지’로 알려진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밀 종자를 개량하는데 거의 20년이나 걸렸다. 1940년 시작된 그 혁명은 빈곤 지역에서 작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여러 작물의 생산성을 2~4배 개선했다). 이제 크리스퍼 기법으로 그 개발 주기를 며칠 또는 몇 주로 단축할 수 있다.무엇보다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히 처리·저장하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세포화학과 유전자에 관한 지식이 급속히 성장했다. 특히 다수 종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가 크게 확장됐다.이상적인 경우 우리가 선호하는 주요 농작물의 유전체에 관해 단일 유전자의 위치까지 전부 알 수 있을 것이다. 캔자스대학 연구팀은 밀의 염색체 20개 중 가장 복잡한 첫 번째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확인했다. 그 염색체는 쌀 유전체보다 훨씬 복잡하다. 연구팀은 3년 안에 나머지 19개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전부 분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밀의 유전체를 완벽하게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중 3위로 단백질을 가장 많이 함유하며 식량과 요리 재료로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곡물이다.과학자들은 유전체를 파악한 뒤 크리스퍼를 사용해 밀의 특성을 개선할 목적으로 유전자 염기서열 한 부분을 완전히 대체할 생각이다. 열대 지방에 위치한 에콰도르의 염습지(해수 소택지) 끝자락에서 자라는 밀을 생각해 보라. 미국 아이오와주 평원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밀에 비하면 왜소하며, 낱알도 작고 맛이 쓰다. 그러나 미국 밀에 에콰도르 염습지 밀의 유전체 일부를 첨가하면 해수에 더 잘 견디면서도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얻을 수 있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과정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퍼는 작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야생 종의 유전자를 이용해 고유한 유전자 특성을 미세 조정한다는 뜻이다. 작물 DNA의 작은 부분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종이 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유전자형도 같을 수 있다. 과학자들이 보기에 이 기술은 작물 종의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 능력을 보존하면서 당면한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를 돕는다. 다시 말해 자연적인 진화 과정을 가속화할 뿐이다.물론 신중함과 지침이 필요하다. 크리스퍼 시험의 초기 결과는 완벽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성공률이 최대 80%였다. 실험으로선 높은 성공률이지만 상업적 적용에는 충분치 않다. 코넬대학의 반 에크 교수는 “표적을 벗어난 DNA 상호작용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표적으로 삼은 염기서열이 아니라 유전체의 다른 곳에 있는 아주 유사한 염기서열을 의도치 않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유전자변형 기술에서도 그게 큰 문제였다. 무조건 잘될 것으로 생각하고 작물의 유전체를 화합물로 뒤덮은 경우가 많았다. 그에 비해 크리스퍼는 상당히 정확하다. 그러나 아직 신중한 입장을 표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 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크리스퍼의 새로운 버전이 개발되거나 크리스퍼가 주어지는 임무를 더 정확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효소를 발견할 수도 있다. ━ 토마토에서 희망을 맛보다 그러나 반 에크 교수와 동료들은 토마토 실험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다. “토마토는 동물 실험에서의 흰쥐처럼 작물 실험의 모범 종이다.” 그들은 곧 토마토의 내한성과 병충해 저항성을 개선하는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드럼 연주자처럼 정확하게 우리가 원하는 부위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반 에크 교수는 말했다.적응력이 더 강하며, 광합성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벼도 개발됐다. 그에 따라 크리스퍼 덕분에 물, 토양, 영양소, 기온 등 다양한 조건을 감안해 적절한 조절로 벼의 생산성과 영양가를 높일 수 있는 미래가 예상된다.요즘 바이오텍 작물은 세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은 농업용 유전자변형 작물 약 100종을 승인했다. 인도 목화의 거의 전부, 중국 목화의 90%가 유전자변형 작물이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콩의 80%, 옥수수의 35%도 마찬가지다. 방글라데시는 병충해 저항력을 강화해 수확량을 2배로 늘릴 수 있는 유전자변형 가지를 재배할 계획이다. 요리 전문 저술가 마크 비트먼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무해한 유전자변형 파파야를 즐겨 먹었다.그러나 일부 국가는 유전자변형 작물을 꺼린다. 세계 최초로 옥수수를 재배했던 멕시코는 지금 유전자변형 작물 반대 운동 때문에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다. 멕시코의 옥수수 생산성은 세계 평균보다 38% 낮으며, 미국보다 3배나 낮다(미국은 병충해 저항성을 강화한 유전자변형 옥수수 작물이 90%를 차지한다). 멕시코의 옥수수 밭은 왕담배밤나방, 검거세미나방, 가을멸강충 같은 해충으로 뒤덮여 있다. 그 해충이 옥수수 작물의 절반을 고사시킨다. 농민이 화학 살충제를 대량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유럽연합(EU)이 승인한 유전자변형 작물은 단 1종에 불과하다. 그것도 사료용 옥수수다. 이유는 정치적이다. 우선 회원국 과반수가 유전자변형 작물을 승인해야 한다. 또 모든 유전자변형생물(GMO) 반대 정서가 매우 강하다. 주요 작물의 유전자변형 작업은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 뿐더러 거센 파벌주의도 불러일으켰다. ‘황금쌀(Golden Rice)’이 대표적이다. 기존 쌀에 비타민 A 성분을 강화한 것으로 야맹증 치료와 식량 부족에 따른 영양소 결핍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매년 어린이 280만 명을 실명에서 보호해주고 100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쌀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용되지 못하고 실험실에 그대로 놓여 있다.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는 유전자변형이라는 개념에 질겁하며 폭력적으로 저항한다. 지난해 그들은 필리핀에서 실험용 ‘황금쌀’ 재배단지를 파괴했다. 비영리 단체가 아무런 상업적 조건 없이 황금쌀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데도 그들은 완강히 반대한다.과학계는 대부분 GMO가 안전하다고 말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의 88%는 GMO 기술이 무해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일반 미국인은 33%에 불과하다. 미국 대법원은 최근 유전자변형 알팔파의 안전성을 인정했다. 미국 농무부는 철저한 검토 끝에 유전자변형 사탕무를 승인했다.다양한 GMO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독립적인 연구가 지금까지 여러 건 진행됐다. 12건의 장기 연구와 12건의 다세대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가 2012년 국제학술지 ‘식품과 독성학’에 실렸다. “유전자변형 작물이 일반 작물과 영양적으로 동등하며 음식과 사료용으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독립 기구 바이오포티파이드(Biofortified)에 따르면 GMO 유해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 100여 건이 실시됐지만 해로운 결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 끊이지 않는 안전성 논란 GMO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은 과학 연구 2건을 곧잘 내세운다. 두 연구 모두 쥐, 유전자변형 옥수수, 독성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과 관련된 연구다. 또 두 연구 모두 프랑스 과학자 질레스-에릭 세랄리니가 주도했다. 세랄리니는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먹인 쥐가 대조군보다 조기 사망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논문을 싣기로 한 학술지 ‘식품과 독성학’이 게재를 취소했다. 유럽의 주요 과학·식품안전 기구 대부분이 그 연구 결과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문제 중 하나는 실험에 사용된 쥐가 암에 걸리기 쉬운 특이종이었다는 사실이었다(일상적으로 종양에 생기는 쥐가 80%나 된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의 이안 머스그레이브 교수는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대조군 설정이 잘못된 실험의 무작위적인 변이”라고 지적했다.라운드업(주성분 글리포세이트)이라는 제초제는 실제로 악명 높다. 농화학 대기업 몬산토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수년 동안 추진한 양면 전술 중 하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몬산토는 라운드업을 먼저 생산한 뒤 1996년부터 라운드업에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 작물(콩, 옥수수, 알팔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작물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농민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그러나 라운드업 레디 종자엔 어두운 면이 있다. 그 종자를 구입하는 농민은 거기서 수확한 곡물의 종자를 구입하거나 저장하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농민은 매년 몬산토에서 새 종자를 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몬산토로선 수익성이 막대하다. 몬산토는 현재 4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세계 종자 시장의 약 3분의 1을 점유한다. 몬산토의 라운드업 논란은 거세다. 특히 라운드업 레디 작물의 유전자변형 DNA가 일반 작물을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다른 문제는 글리포세이트가 유해한 물질이라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소비자 브랜드도 ‘GMO 반대’ 운동에 적극 동참한다. 미국의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 체인 치포틀은 ‘No GMO’(유전자변형 식자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를 표방한다. 일리가 있다. 미국인의 3분의 2 이상이 유전자변형 식품이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GMO 프리’를 선언하면 수익성이 좋아질 게 뻔하다. 지방 정부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버몬트주는 모든 유전자변형 식품은 반드시 상표에 GMO라고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 전문 신생업체에 대한 투자는 활발하다. 벤처투자자들만이 아니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셀진, 노바티스 같은 기존 제약사도 생명의학 분야에서 유전자변형 연구 신생업체에 투자한다.중국의 경우 농민은 유전자변형 작물에 두려움과 분노로 반응한다. 현재 중국에서 승인된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파파야가 유일하다. 그러나 중국의 막강한 과학계는 유전자 연구를 지지한다. 실험실이 400개, 연구원이 3만 명이다. 이미 쌀 3000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영양가, 수확량, 환경스트레스 내성에서 최상의 조건을 갖춘 유전자를 찾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머지않아 ‘그린 슈퍼 라이스’가 등장할 전망이다.중국 정부가 GMO 작물을 자국인에게 판매할 수 없다고 해도 동남아, 아프리카, 인도의 빈민층은 그런 작물을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최대 유전공학 연구센터 BGI의 장겡윤 생명공학 책임자는 “오늘날의 기술로 우리는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 번역 이원기

2015.06.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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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암에 걸리지 않고 지극히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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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두더지쥐의 미스터리 속속 밝혀져…심근경색·뇌중풍 예방·치료에 단서 아프리카 동북부의 땅속을 누비고 다니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미스터리의 동물이다. 길이 8cm, 무게 35g에 불과한 이 설치류는 20~300마리가 집단을 이루어 살아간다. 몇 ㎞에 이르는 터널을 뚫어 휴식처와 화장실을 만들고 식량이 되는 식물뿌리를 찾아낸다. 놀라운 것은 포유동물이면서도 개미나 벌과 동일한 사회성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지배자인 여왕 한 마리가 번식을 도맡는다. 그 아래에 여왕의 교미 상대인 1~3마리의 수컷, 전사 계급, 가장 덩치가 작은 일꾼 계급이 차례로 포진한다. 전사들은 굴에 침입하는 뱀과 싸운다. 이빨로 밀어내고 흙으로 굴을 막는다. 소속이 다른 개체들과도 싸운다. 두 군집이 파고 들어간 굴이 우연히 맞뚫리면 양측은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일꾼들은 굴을 만들고 식량을 구하고 여왕과 새끼들을 돌본다. 이들의 사회성은 워낙 강해서 동물원에서 한 마리를 격리시켜 놓으면 죽고 만다. 미국 국립동물원의 데이비드 케슬러는 “집단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고 말한다. 포유류 중 이 같은 진(眞)사회성 동물은 다마라랜드두더지쥐를 포함해 2종뿐이다.새로운 진통제 개발의 단초도 제공이들은 생리도 유별나다. 포유류 중 유일하게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능력이 없는 변온동물이다. 땀샘이나 피하지방이 없는 점은 파충류와 동일하다. 피부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염산이나 캡사이신(고추의 매운 성분)으로 문질러도 끄떡없다. 하지만 이들에게 의학적 관심이 집중되는 더 큰 이유가 있다.첫째, 엄청나게 장수한다. 설치류의 수명이 3년 안팎인데 비해 이들의 수명은 30년에 가깝다. 둘째 암이 없다. 전 세계의 동물원에서 20년 넘게 사육했지만 암에 걸린 개체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셋째, 노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생존 기간 내내 매우 활동성이 크고 뼈가 건강하며 번식 능력과 인지 능력을 그대로 유지한다. 넷째,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특별히 많이 포획하는 능력이 있다.설치류는 전반적으로 유전자의 85%가 인간과 비슷하다. 인간의 노화와 장수, 통증과 질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관심이 벌거숭이두더지쥐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1년 10월 한·중·미 합동 연구팀은 그 유전자 2만2561개를 모두 해독했다. 지놈(유전체 전체) 지도가 만들어진 것이다.일차적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인간 및 생쥐의 지놈과 비교한 결과 장수, 암 저항능력, 저산소 환경 적응능력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를 주도한 ‘베이징지놈연구소(BGI)’는 지놈 지도를 온라인으로 무료 개방 중이다.그 연구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이들이 산성이 강한 지하터널의 공기 속에서 멀쩡한 비결은 무엇일까. 2012년 9월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 저널에 발표된 미국 일리노이대학 팀의 논문을 보자. 연구팀은 이들 쥐를 산성 연기에 노출시켰다. 이런 경우 여타의 포유동물은 콧물을 흘리며 도망간다. 코에 있는 특별한 신경섬유가 활성화돼 3차 신경핵이라 불리는 뇌간의 신경 집단을 자극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산성 연기에 노출된 들쥐나 생쥐는 이 부위가 고도로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연구팀은 신경세포가 발화할 때 흔히 나타나는 신경활동의 간접표지인 특정 단백질(c-Fos )을 측정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산성화에 끄떡없는 능력은 새로운 진통제 개발의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이 상처를 입었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것은 상처 부위가 산성화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2012년 6월에는 장수의 비결이 일부 드러났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과 미국 텍사스대학, 뉴욕 시립대학의 공동연구 결과를 보자.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유전자를 기니아 피그, 들쥐 등 다른 6종의 친척 설치류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뇌의 뉴런(신경세포)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NRG-1 이란 단백질이 장수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단백질은 운동을 관장하는 소뇌에 집중돼 있었는데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서는 다른 설치류에 비해 그 함량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게다가 생후 1일된 갓난 새끼나 26세의 고령을 가리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풍부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그토록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단백질과 장수와의 관계는 다른 설치류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설치류의 공통된 형질과는 관련이 없는 독특한 형질이란 말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포 노화(Aging Cell)저널에 발표됐다.그에 앞서 5월에는 손상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유난히 뛰어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텍사스대학의 ‘바숍 장수 및 노화연구소’가 공공과학도서관 저널에 발표한 내용을 보자. 연구팀은 이 쥐의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ome)의 숫자가 다른 설치류에 비해 훨씬 많으며 간에서 이 같은 분해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연구팀은 이에 앞서 2009년 이 쥐의 단백질은 평생토록 온전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었다. 이번에 그 이유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손상된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좀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면 세포기능이 지속적으로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서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속성”이라고 말했다.이 쥐는 또한 간에 면역단백질 분해효소가 특히 많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효소는 면역계에서 생산된 후 기능을 다한 항체를 분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쥐의 간 조직에서는 유해산소에 의한 손상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면역단백질 분해효소는 산화로 인해 손상된 단백질을 처리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2012년 2월에는 산소결핍증에 끄떡없는 이유도 일부 드러났다. ‘공공과학도서관’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비결은 칼슘 차단이었다. 칼슘은 기억의 형성을 돕는 등 뇌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지만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치명적이다. 문제는 뇌세포에서 산소가 고갈되면 칼슘 유입을 조절하는 평소의 능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심장 근육의 일부가 죽거나(심근경색), 뇌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뇌중풍)뇌세포가 죽는 이유가 이것이다. 혈액이 산소를 운반해주지 못하면 칼슘이 과다유입되는 것이다.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산소가 희박해도 칼슘 통로를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환경에 진화적으로 적응인간도 신생아 때는 이런 능력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없어진다.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은 “빈 구두 상자 속에 200마리를 집어넣고 지하 1.2m에 파묻어 놓으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면서 “이 쥐는 이런 환경에 진화적으로 적응한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이런 능력은 심근경색과 뇌중풍의 예방과 치료법에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연구하면 할수록 배울 것이 더욱 많아지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 되고 있다. 암을 원천 봉쇄하고 수명을 10배로 늘리는 유전자를 발견하는 날을 향해서….

2013.01.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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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약시장 상황] 중국, 세계 의약품 생산기지 되다

바이오

홍콩 바로 옆 선전의 베이산 공업지구에 위치한 베이징 지놈연구소(BGI)에서는 160여 대의 초고속 지놈분석기가 1년 365일 쉴 새 없이 가동 중이다. 미국 전체보다 많은 최신형 지놈분석기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 최대 지놈분석센터’라는 별칭을 얻게 된 BGI는 전 세계에서 유전자 분석 연구를 요청 받아 유전자 해독에 몰입하고 있다.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에 미국, 영국, 일본이 아닌 중국이 유전자 해독 같은 기초연구에 열중하는 것일까?인건비 싸고 고급인력 풍부2000년대 이후 바이오·제약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생산성 하락’이다. 바이오·제약의 생산성은 신약 수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으로 평가하는데,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승인한 신약은 1996년 53개를 최다로 매년 급감해 2008년 이후 20여 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신약 개발비용은 1990년대 3억 달러에서 2006년 13억 달러를 넘어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혁신 역량이 감소하고 안전성 우려로 임상 규모가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글로벌 제약사는 개발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대행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바이오·제약산업의 밸류체인은 기초연구-물질탐색-물질합성-전임상-임상-허가 등 6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제약사는 이 가운데 전임상-임상단계를 아웃소싱하고 기초연구-물질탐색-물질합성 영역을 핵심 역량으로 내재화했다. 그러나 비용 증가와 생산성 하락 위기에 직면하자 인건비가 저렴하고 고급인력이 풍부한 아시아의 연구대행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표적 연구대행 기업인 욱시파마테크는 70여 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맺고 타깃 발굴부터 임상까지 거의 전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4년 2400만 달러였던 매출이 올해엔 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2005년 이후 글로벌 제약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아시아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생산 및 연구기지로 적극 활용 중이다. 이미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GSK 등은 베이징 및 상하이에 대대적으로 신약 개발 및 대외협력센터를 설립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30개의 최신 의약품 제조공장도 중국에서 가동 중이다. 세계 최대 제약기업 화이자가 한국의 제조공장을 폐쇄하고 중국 공장을 강화한 예는 글로벌 제약사의 중국 활용전략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기초연구 역량을 활용하고, 생산기지 선점을 통해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 및 아시아 제약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연구대행 기업의 활용과 더불어 바이오·제약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는 산학협력 강화다. 이 트렌드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감소에서 비롯됐다. 연구비 부족에 시달리게 된 대학은 기업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게 됐다.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대학의 뛰어난 연구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이자는 2010년 이후 뉴욕·캘리포니아·보스턴 지역의 유수 대학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각각 1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94건의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바이오 의약품에 뛰어든다2011년 6월 NIH(미국보건연구원)는 획기적 청사진을 발표해 산업계 및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콜린스 원장은 개발 중지된 약물을 공개하고 새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NIH는 사용하지 않는 구식 약물이나 개발 중지된 화합물을 선별해 용도변경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11년 4월 8000개의 기승인 의약품의 데이터를 공개했으며,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중도 포기된 신약 후보물질을 차례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물질이 의약품으로 개발될 확률은 1만 분의 1 이하지만 약물 용도변경을 통해 신약이 개발될 확률은 무려 30%에 이른다. NIH는 이런 점에 착안,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과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에 실패한 후보물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용도변경을 추진해 신약을 단기간 내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기존에도 이와 비슷한 ‘리포지셔닝’ 방법이 추진됐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약사와 협력해 신약 개발을 하는 사례는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생산성 향상이 바이오·제약산업의 본질적 문제라면 로슈-제넨테크, 화이자-와이어스 등 바이오기업의 M&A와 바이오시밀러 등 사업 다각화는 성장동력 확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2010년 870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6000억 달러로 연평균 6%씩 성장할 전망이며 단백질·항체·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은 2010년 1400억 달러에서 2020년 3300억 달러로 연평균 8%씩 성장하면서 전체 의약품 시장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약시장 내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20년 21%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의약품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작용을 줄이고, 맞춤형 치료 측면에서 탁월한 장점을 보이고 있어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성장이 가능하다.글로벌 제약기업은 특허 만료로 2015년까지 1000억~1500억 달러 규모의 매출 감소 위기에 처해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매출 감소 극복,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바이오기업 제넨테크는 로슈에 무려 468억 달러에 인수됐으며 백신업계의 강자 와이어스는 화이자에 680억 달러에 넘어갔다. 2011년 사노피는 또 다른 최고의 바이오기업 젠자임을 201억 달러에 인수했다.이뿐만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복제약 같은 사업 다각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의료개혁에 따른 저가 의료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는 자회사 및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복제약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이 분야는 기존의 테바(이스라엘), 랜박시(인도)뿐만 아니라 한국 제약기업도 적극 육성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바이오·제약산업은 기술과 지식의 혁신에 의해 도약이 가능한 분야로 오래전부터 주목 받아왔다. 1975년 한 유전공학도와 펀드매니저가 설립한 제넨테크는 불과 2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한 덴드리온 등이 유망한 바이오기업으로 촉망 받고 있다.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생산성 하락은 연구대행 기업 성장, 산학협력 활성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 등 제약산업 지도를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 제약기업의 성장, 혁신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및 상업화, 맞춤 의약품 등의 대두로 의약품·기기·서비스의 융복합이 제약산업의 커다란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 제약산업도 규모의 경제 확보, 기술혁신의 강소기업, 그리고 내수시장 기반의 생존전략 등 전략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향후 10년을 준비할 시기다. 뛰어난 인재와 글로벌 수준의 기초 및 임상연구 역량을 보유한 한국이 바이오·제약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11.07.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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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CHINA] 생명과학의 정상 노리는 중국

국제 이슈

염기서열 분석 능력과 제약업계에 필요한 첨단 DNA 데이터 관리 솔루션의 결합으로 세계적 주목 끌어 베이징 유전체연구소(BGI)는 중국 광둥성 선전의 옌티엔구 구석의 척박한 동네에 있다. 트럭 정비공장과 고철 처리장 주변에는 놓아 기르는 닭들이 한적하게 돌아다닌다. 세계 최대의 유전체 분석 시설이 과연 이런 곳에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곳의 옛 신발공장에서 중국의 가장 야심 찬 생물의학 프로젝트가 조용히 진행 중이다.음울한 잿빛 외관과 달리 그 속에는 첨단 시설이 가득하다. 병원의 집중치료실처럼 유리벽에 밝은 네온등이 내리쬐는 청결한 방 안에는 똑같은 기계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바삐 돌아간다. 일루미나 하이세크 2000은 최고급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기계다. 대당 가격이 50만 달러지만 이곳에 128대나 있다. 주변에도 그 비슷한 첨단 장비가 즐비하다. 그 덕분에 BGI가 쏟아내는 고품질 DNA 분석 데이터는 미국의 모든 대학 연구소가 생산하는 양보다 더 많다.BGI의 벽에 나붙은 표어는 ‘유전자가 미래를 건설한다!’고 외친다. 실제로 중국은 바로 그런 미래를 추구한다. 최근 포브스지는 유전체 시장의 규모가 향후 10년 동안 1000억 달러에 이르리라 내다봤다. 그때가 되면 과학자들이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퇴치하고 세계 인구를 먹이며 산업 용도로 미생물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전망이다. “유전체 연구의 현 상황은 인터넷 초기와 흡사하다”고 미국의 유전체 회사들과 BGI에 자문을 제공하는 하버드대의 유전학자 조지 처치가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무엇이 시장을 평정하는 ‘킬러앱’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인텔 같은 회사는 이미 이 분야에 깊이 뛰어들었다. 데이터 처리와 관리라는 고유한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이 정보과학이 됐다”고 BGI 공동설립자이자 대표인 양후안밍이 말했다. “유전체학이 생명의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모든 유전자 정보가 잠재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BGI가 반드시 성공할 회사로 보이진 않았다. 때로는 존립이 위협받기도 했다. BGI를 설립한 양후안밍 대표와 왕지엔 소장은 처음엔 동료들로부터 “정신 나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정부의 지원을 마다하고 국제적 공동작업인 인간지놈프로젝트(HGP)에 무작정 합류해 최초의 인간 유전체 완전 분석 중 1%를 담당했다. 그 다음 자금 지원이 든든한 국제 컨소시엄을 제치고 독자적으로 벼의 DNA 염기서열 분석에 성공했다. 그러자 갑자기 정치적인 힘이 생겼다. 양과 왕은 그 힘을 이용해 연구소를 설립했다. 명목상 비영리 기관이지만 상업적 활동을 통해 연구 자금을 충당한다. 2007년 신발공장으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지방정부에서 연간 3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처음엔 형편이 어려웠다. 상업적인 유전자 분석과 병원의 분자진단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다가 2009년 중국개발은행에서 15억 달러의 대출을 받으면서 BGI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DNA 염기서열 분석 능력과 제약업계에 필요한 첨단 DNA 데이터 관리 솔루션이 결합되면서 지금은 국제적인 주목을 끈다. 지난해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는 BGI와 합작연구를 발표했다. 그때 BGI의 매출은 1억5000만 달러였고 올해는 그 세 배로 예상된다. “그들의 모험정신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오리건 대학의 물리학자 스티븐 슈가 말했다. “그런 열정이 조직 전체에 뱄다.”하지만 그런 BGI의 원대한 야망을 좀 더 깊은 과학적 성찰로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획기적인 발견을 하려면 기술만이 아니라 좀 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오랜 협력자인 코펜하겐 대학의 올루프 보르브예 페데르센이 말했다.보스턴의 브로드연구소처럼 잘 알려진 유전체 연구소들은 좀 더 좁게 인간의 건강에 치중하지만 BGI의 과학자들은 생물학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한 첨단 실험실에선 과학자들이 수많은 미생물을 분석해 산업용으로 유용한 유전자를 찾는다. 다른 실험실에선 의학적인 목적으로 인체 줄기세포를 배양한다. 그들은 오이, 누에 40종부터 자이언트 판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의 유전체 지도를 작성했다. 아울러 인체 내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유전자 수만 개를 확인했고, 고대 인간(4500년 전 그린란드에 살았던 구석기 시대 에스키모인)의 유전자 수수께끼도 풀었다. 학문적 가치가 높은 그런 연구는 과학논문집 게재를 목표로 한다. 동시에 인근 농장에선 현실적인 실험으로 질병 모델 연구용 돼지를 복제한다. 그 외에도 늘어나는 중국 인구의 식량을 확보할 목적으로 라오스에서 유전적으로 강화된 식물을 시험 중이다. 이미 BGI는 농업·산업·의학 분야의 잠재 수익이 높은 특허 약 250건을 확보했다.산하 연구소도 미국, 유럽, 홍콩, 그리고 중국 내의 4곳으로 확장했다(이미 세워졌거나 세워지는 중이다). 선전 본부에서 일하는 과학자 수도 지난 1년 반 동안 두 배 이상 늘었다. BGI는 현재 과학자와 기술자 약 4000명을 고용하며 계속 커져간다. “처음부터 계속 이곳에서 일했지만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때로는 나도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23세인 생물정보학자 뤄루이방이 말했다. BGI 연구원의 평균 나이는 26세다.24세인 리잉루이는 생물정보팀장을 맡아 컴퓨터 과학자 1500명을 지휘한다. 지적인 도전이 충분치 않다며 대학을 중퇴한 그는 직원들에게 폭넓은 자유와 책임을 부여하면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확고히 믿는다. “그렇게 일하면 발전이 더 빠르다.” 그가 이끄는 연구원 중 자오보원은 18세다. 고등학생으로 여름방학 프로젝트로 생물정보팀에 합류했지만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부모와 상의한 뒤 정식 연구원직을 택했고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해 고등학교를 마쳤다. 자신의 천재성에 걸맞게 그는 고지능의 유전자 기초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그의 팀은 IQ 145 이상인 중국 성인 1000명을 추출해 그들의 유전체를 같은 수의 무작위 선별 대조군과 비교한다. 자오는 지능과 유전자를 연결하는 연구가 논란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조건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여러 연구단체가 제휴를 제안했다며 “지능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분야”라고 말했다.어떤 면에서 BGI는 중국의 경제·사회적 야망을 상징한다. 신발공장이 유전체 연구소로 탈바꿈하면서 그곳의 육체 근로자들이 과학자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보스턴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모니터 그룹은 2010년 보고서에서 “중국은 10년 안에 생명과학의 새로운 발견과 혁신에서 세계를 주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2009년부터 내년까지 중국 정부의 병원·보건소 건설 투자액은 124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 전략적 투자로 해외의 중국인 과학자들을 끌어들인다. 지금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교육 받은 박사 8만 명 이상이 귀국했다. 대부분은 지난 5년 동안 돌아왔다. 중국은 내년이면 세계 제2의 제약시장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기초과학 투자가 줄어들고 민관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 계속 고전하기 때문에 조만간 중국이 선두를 차지할지 모른다. 모니터 그룹 아시아 지점의 조지 베더 부사장은 “중국은 신약 발견과 개발에 더 효율적인 모델을 창안할 잠재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이며 과학정책 전문가인 캐럴라인 왜그너도 곧 발표될 논문에서 이 분야를 미국이 독자적으로 주도하던 시절은 곧 끝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반 세기 이상 이 분야에서 유일한 선두주자였지만 이제는 여러 주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그러면서도 왜그너는 “과학이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파이가 커질수록 합작의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BGI의 양 대표도 “유전체학은 국제적인 연구이기 때문에 살아남고 발전하려면 제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BGI가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로 눈을 돌린다는 기초적인 증거가 있다. BGI 본부의 바닥에는 최근 들여온 첨단기계가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그 상자의 양측면에는 ‘MADE IN USA’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2011.05.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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