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 경쟁’ 대선 후에도 지속 전망…韓 대처 방안은?
[미중 바이오 패권 전쟁]④
美 집권 정당 상관없이 패권 경쟁 지속
국내 기업 역량 확보 관건…“투자 필요”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미국과 중국이 바이오산업으로 기술 패권 전쟁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두 국가의 경쟁이 사업 추진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올해 치러질 미국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못지않은 전략 기술인 만큼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두 국가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인 만큼 국내 기업도 국제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물보안법 추진 의원, 하원 떠나
블룸버그를 비롯한 해외 매체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이달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거 의원은 세계 여러 바이오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발의한 장본인으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을 다루는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왔다.
갤러거 의원이 하원을 떠나게 되며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상·하원이 모두 발의한 법안이다. 중국 기업이 미국인의 건강, 유전 정보를 활용하거나 해외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갤러거 의원의 사임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주식 시장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지난 3월 25일을 기준으로 일제히 올랐다.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도 각각 6억8000만 달러(약 9193억원), 5억3000만 달러(약 7165억원)로 상승세를 탔다. 앞서 두 기업의 주가는 생물보안법 발의 후 석달 간 50% 이상 폭락한 바 있다. 생물보안법 발의 내용에 이들 기업들이 미국인의 건강, 유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이라고 언급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을 향한 미국의 압박이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갤러거 의원이 하원을 떠나 생물보안법 제정 시기가 늦춰질 수 있지만 중국의 일부 기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회의 우려가 여전해서다. 미국 대선 이후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이런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당시 무역 갈등과 기술 분쟁 등으로 중국과 대립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국가 바이오 기술과 제조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의 바이오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할 것인 만큼,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바이오 기업을 향한 미국의 견제가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이오 분야야말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강력하게 일어날 산업”이라며 “바이오 기술이 곧 전략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기술은 생명과 직결되는 데다, 특정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때 여파가 크다”며 “미국은 중국에 기술 우위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바이오 분야 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민주당이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으나, 집권 정당과 관계없이 ‘중국이 있으면 미국은 없다’가 미국 내에서의 주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유망 기업에 과감한 투자 필요
미국이 중국 기업을 향한 압박을 지속할 것인 만큼 국내 기업이 이런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산업보다 국내 기업이 받을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만큼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CDMO 기업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생물보안법으로 시장 입지가 좁아질 중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CDMO 산업은 의약품의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과 생산물의 사용처, 개발 단계에 따라 다른 기술이 사용되는 복합 산업”이라며 “해외의 CDMO 기업과 비교했을 때 낮은 가격과 지리적 이점을 제공한다면 (국내 기업이) 생물보안법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바이오산업에서는 의약품의 혁신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해외 CDMO 업체의 가치를 평가할 때 차별화가 되는 식”이라고 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기술과 역량을 빠르게 키워 중국 기업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느냐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CDMO 업체와 CRO 모두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국내 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맞춰 산업의 틈을 파고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CRO 기업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든 반도체든 정부가 힘을 쏟는 첨단기술이라면 미래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산업 지원은 싹을 키우기보다 이미 검증된 분야에 비료를 넣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오가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은 만큼 (정부 지원도) 장래가 보이거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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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올해 치러질 미국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못지않은 전략 기술인 만큼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두 국가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인 만큼 국내 기업도 국제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물보안법 추진 의원, 하원 떠나
블룸버그를 비롯한 해외 매체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이달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거 의원은 세계 여러 바이오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발의한 장본인으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을 다루는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왔다.
갤러거 의원이 하원을 떠나게 되며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상·하원이 모두 발의한 법안이다. 중국 기업이 미국인의 건강, 유전 정보를 활용하거나 해외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갤러거 의원의 사임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주식 시장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지난 3월 25일을 기준으로 일제히 올랐다.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도 각각 6억8000만 달러(약 9193억원), 5억3000만 달러(약 7165억원)로 상승세를 탔다. 앞서 두 기업의 주가는 생물보안법 발의 후 석달 간 50% 이상 폭락한 바 있다. 생물보안법 발의 내용에 이들 기업들이 미국인의 건강, 유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이라고 언급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을 향한 미국의 압박이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갤러거 의원이 하원을 떠나 생물보안법 제정 시기가 늦춰질 수 있지만 중국의 일부 기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회의 우려가 여전해서다. 미국 대선 이후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이런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당시 무역 갈등과 기술 분쟁 등으로 중국과 대립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국가 바이오 기술과 제조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의 바이오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할 것인 만큼,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바이오 기업을 향한 미국의 견제가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이오 분야야말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강력하게 일어날 산업”이라며 “바이오 기술이 곧 전략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기술은 생명과 직결되는 데다, 특정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때 여파가 크다”며 “미국은 중국에 기술 우위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바이오 분야 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민주당이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으나, 집권 정당과 관계없이 ‘중국이 있으면 미국은 없다’가 미국 내에서의 주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유망 기업에 과감한 투자 필요
미국이 중국 기업을 향한 압박을 지속할 것인 만큼 국내 기업이 이런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산업보다 국내 기업이 받을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만큼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CDMO 기업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생물보안법으로 시장 입지가 좁아질 중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CDMO 산업은 의약품의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과 생산물의 사용처, 개발 단계에 따라 다른 기술이 사용되는 복합 산업”이라며 “해외의 CDMO 기업과 비교했을 때 낮은 가격과 지리적 이점을 제공한다면 (국내 기업이) 생물보안법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바이오산업에서는 의약품의 혁신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해외 CDMO 업체의 가치를 평가할 때 차별화가 되는 식”이라고 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기술과 역량을 빠르게 키워 중국 기업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느냐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CDMO 업체와 CRO 모두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국내 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맞춰 산업의 틈을 파고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CRO 기업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든 반도체든 정부가 힘을 쏟는 첨단기술이라면 미래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산업 지원은 싹을 키우기보다 이미 검증된 분야에 비료를 넣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오가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은 만큼 (정부 지원도) 장래가 보이거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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