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캐리어 시대 열린다?...미래 준비하는 항공사
[주총으로 톺아본 2024 산업나침반]④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준비로 분주한 항공사
조원태 “큰 성장동력 될 것 기대”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올해 항공 시장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국내 주요 항공사 정기 주주총회가 지난달 말 마무리됐다. 가장 눈에 띈 항공사는 기업결합을 준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들도 원한다...초대형 항공사 탄생 기대감
대한항공은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62기 주총을 진행했다. 이날 핵심 안건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이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61%)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주주권익 침해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3년 전(2021년)에도 같은 이유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물론 국민연금을 제외한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85%라는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아시아나항공 M&A 계약을 성사시킨 조 회장이 향후 시너지를 통한 이익 창출로 주주가치 향상을 이끌 것이라 본 것이다.
조 회장도 이에 화답했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 중”이라면서 “올해는 인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으나 두 항공사의 통합은 장기적으로 큰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합병 효과를 자신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통합 효과는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 서비스 품질 개선, 국내 항공 시장 재편 등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1조5000억원에 취득하기로 하고,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계약금과 중도금 총 7000억원을 지급 완료한 상태다. 잔금 8000억원에 대한 납입 예정일은 올해 말(12월 20일)이다.
피인수자인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주총에서 대한항공 이야기를 꺼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36기 주총을 열었다.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대한항공과 진행 중인 인수·통합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주총에서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를 변경했다. 퇴직금 지급 배수를 조정하는 것인데, 사실상 임원 퇴직금 삭감을 의미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임원 퇴직금 규정을 손본 것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업계는 합병 이후 대규모 임원 퇴직 등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남은 과제는 미국 판단·아시아나 화물 매각
두 항공사의 주총을 통해 본 것처럼 3년 넘게 이어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남은 과제는 미국 법무부의 기업결합 승인과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부터 필수 신고 국가들에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 왔다. 올해 초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조건부 승인을 내면서 필수 심사 국가 14곳 중 13곳에 승인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 하나다.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가 올해 6월께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법무부는 다른 국가의 경쟁 당국처럼 승인 여부를 명확히 공표하지 않는다. 기업결합이 공정경쟁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소송을 제기한다. 이 과정이 없다면 심사가 종료됐다고 볼 수 있다.
학계는 미국 법무부의 추가 소송 제기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대한항공이 독점 우려 노선인 인천-로스앤젤레스(LA)·뉴욕·하와이·시애틀·샌프란시스코의 슬롯을 에어프레미아에 양도하려고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난하게 기업결합이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부분은 EU 경쟁 당국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이다. EU 측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2월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항공사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에어인천 등이다.
모두 자금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당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각각 약 2119억원, 530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몸값(1조원 이상, 부채 포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인수후보와 사모펀드간 연합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매자들의 자금력이 빈약한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의 참여는 불가피하다”면서 “시장 상황이나 시장에서 우려하는 높은 몸값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 등 정부 쪽 입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거래가 무산된 하림-HMM 사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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