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낯설지 않아”...이젠 집 앞까지 파고든다
[중국산 열기 뜨겁다]①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버스 점유율 50% 넘겨
글로벌 영역 확장 가속화...한국 진출도 임박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보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안방인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버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비야디(BYD) 등 일부 브랜드는 승용 전기차 시장 진출까지 노린다.
전기버스 10대 중 5대 중국산
중국 기업들이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41.8%) 대비 12.3%포인트 오른 54.1%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팔린 전기버스 10대 중 5대가 중국산이었다는 얘기다. 국산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간 중국 전기버스 수입액은 2억 달러(2681억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이런 중국산 전기버스의 성장세는 단일 브랜드에 의한 것이 아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차 수입 모델 상위 10위 내에 복수의 중국 브랜드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7위를 기록한 중국 하이거버스의 하이퍼스는 전년 동기(198대) 대비 99% 증가한 394대 팔렸다. 8위 비야디(BYD)의 이버스12(eBus-12)는 전년 동기(88대) 대비 275% 증가한 330대가 판매됐다.
업계는 중국산 전기버스 성장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족한 선택지’를 꼽는다. 현재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제너럴모터스·르노코리아) 중 전기버스를 생산·판매하는 곳은 단 2곳뿐이다. 현대차는 카운티 일렉트릭·일렉시티 타운·일렉시티 이층버스 등을 직접 생산해 판매 중이다. KG모빌리티(KGM)은 가족사 KGM커머셜(옛 에디슨모터스)을 통해 스마트 110 등의 전기버스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전기버스 시장을 등한시한 사이 중국 업체가 관련 시장에 안착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전기버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국 브랜드의 수는 12곳이다.
중국 전기버스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가성비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동급 국산차와 비교해 최대 1억원 정도 저렴하다. 더욱이 지난해까지는 1억원가량의 정부 보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운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이 대폭 삭감됐는데, 작년까지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예전과 다르다...승용차도 성공?
전기버스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 기업들은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승용 전기차 시장이다.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6만2500여 대에 달한다. 연간 약 3000대 규모인 국내 전기버스 시장보다 5배 이상 크다.
올해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 진출이 유력한 곳은 BYD다. 이 기업의 한국법인인 BYD코리아는 최근 BMW·MINI 출신인 조인철 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조 지사장은 2002년 BMW코리아에 입사해 현대차 스페셜세일즈(특판)·한국토요타자동차·MINI 국내 총괄 등을 지낸 인물이다. 특히 대중성이 크지 않은 MINI 브랜드의 연간 1만대 판매를 이끌며 영업 능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달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 조 지사장은 내부 회의 등을 지속하며 국내 전략 수립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BYD 씰(Seal)·돌핀(Dolphin)·아토3(Atto3) 등의 국내 출시가 유력하다고 본다. 모두 BYD 측이 국내 상표권 출원 작업 등을 진행해 온 전기차다.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가격이다. 아토3의 경우 일본에서 3000만원대로 판매 중이다. 유럽에서도 4000만원대 판매되고 있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돌핀과 아토3는 수입차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2023 일본 올해의 전기차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월드카 어워드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씰은 ‘세계 올해의 차’, 돌핀은 ‘월드 어반 카’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가 무서운 이유는 배터리 자체 조달 능력 등을 앞세워 가격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다는 것”이라면서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예상보다 더딘 가격 안정화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한 사실상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산차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고 상품성까지 유사하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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