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뜬다...분주해진 완성차업계
[전기차 캐즘]②
급격한 성장세 보이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안정화 전까지 상승세 지속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전기차 시장의 상승 흐름이 한풀 꺾이면서 ‘원조 친환경 차’로 불리던 하이브리드(HEV)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높은 연료 효율과 유연성, 친환경 차 혜택 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강세를 싫어하지 않는 분위기다. 배터리 등으로 아직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대신 고수익 모델을 더 판매할 수 있어서다. 업계는 당분간 하이브리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 차 대세는 ‘하이브리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어 갈 것으로 평가받는 전기차의 신규 수요가 최근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3% 줄었다. 업계는 급격한 성장세 후 찾아오는 정체기인 ‘캐즘’이 도래했다고 분석한다.
반면 하이브리드 시장은 꾸준하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휘발유 또는 경유)에 전기모터가 결합한 구조의 자동차를 의미한다. 하이브리드의 연료 효율은 내연기관차보다 30% 이상 높은 것이 특징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은 ▲2019년 10만3494대 ▲2020년 15만2858대 ▲2021년 18만4799대 ▲2022년 21만1304대 ▲2023년 30만9164대로 매년 성장했다. 지난 2022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18만1746대) 신규 등록 대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하이브리드 신규 등록 대수는 9만9832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어난 수치다. 자동차 시장의 신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룬 성장세라 더욱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40만1322대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신규 등록 대수가 늘어난 차량은 하이브리드와 엘피지(LPG)뿐이다.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의 성장세를 이끄는 브랜드는 ‘기아’다. 회사가 올해 1분기 국내 판매한 하이브리드의 수는 5만493대에 달한다. 국내 점유율 1위인 현대자동차(3만3068대)를 압도하는 수치다.
기아의 하이브리드는 올해 1분기 5개 차급에서 1위를 기록했다. ▲중형 SUV 쏘렌토(1만9729대) ▲준중형 SUV 스포티지(8389대) ▲소형 SUV 니로(3075대) ▲중형 세단 K5(3507대) ▲다목적차량(MPV) 카니발(1만2203대) 등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일찍이 관련 기술력 확보에 집중해 온 일본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강세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토요타와 혼다는 전년 대비 30.7%, 102.3% 오른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 기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토요타 94%, 혼다 51%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로 고개 돌린다
하이브리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 올인 전략 대신 하이브리드가 공존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 수익성이 보장되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보다 약 10% 정도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다목적차량인 스타리아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처음 출시했다. 카니발이 독점하고 있는 친환경 다목적차량 시장을 공략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인기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는 공개적으로 하이브리드 집중 계획을 밝힌 상태다. 기아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 등을 상대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 6개, 2026년 8개, 2028년 9개 등 주요 차종에 하이브리드를 운영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통해 2024년 37만2000대(판매 비중 12%)에서 2028년 80만 대(비중 19%)까지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로고를 글로벌 표준인 ‘로장주’로 변경하며 새출발을 알린 르노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중형 하이브리드 SUV(프로젝트명 오로라1)를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는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던 지난 2022년에도 하이브리드의 가능성에 주목한 바 있다.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출시하는 완전 신차인 오로라1은 오는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최초 공개된다. 스웨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볼보의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KG모빌리티(KGM)도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혼류 생산 설비(다양한 차종을 한 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설)를 구축했다. 박장호 KGM 생산본부장은 지난달 열린 평택공장 기자단 투어에서 “내년에 하이브리드 생산을 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에서 중국 다음으로 전기차 성장세가 빨랐다”면서 “빨리빨리 문화가 전기차 구매를 이끌었는데, 이제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하이브리드 수요가 지금처럼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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