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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컴 회장 차남, 90억 비자금 조성 의혹…검찰, 징역 9년 구형

한컴그룹 회장 차남, 가상자산으로 9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검찰, 결심공판서 징역 9년·96억원 선고 요청…김연수 “송구”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차남 김모씨가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으로 9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검찰이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차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김 회장의 차남 김모씨는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사가 투자한 가상자산으로 9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3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김 회장의 차남 김모(35) 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에 추징금 96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모 아로와나테크 대표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아로와나테크는 한컴 계열사가 투자한 가상화폐 운용사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추진한 아로와나 프로젝트(블록체인 기술로 개인 간 금 거래를 쉽게 하는 플랫폼 구축)는 제대로 시작조차 안 됐다”며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발행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는 시세 급락으로 2년 만에 상장 폐지돼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데도 피고인들은 이번 범행 수익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비자금을 돌려놓은 것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상자산을 매각해 공동으로 마련한 40억여원을 변제금이라며 피해 회복을 주장한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 규모로 비춰볼 때 범행이 중대하다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한컴그룹 계열사 이사 김씨와 이 계열사 대표 정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약 1457만1000개 매도를 의뢰했다. 수수료 등을 공제한 정산금 80억30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2022년 3월 해외 가상자산 관련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400만개의 운용과 매도를 의뢰한 후 운용수익금 15억7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은 혐의도 있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다.

검찰은 김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약 96억원에 달한다고 봤다. 비자금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구매하고 주식도 매입했다고 파악했다. 또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 구매 등 개인적으로도 사용했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또 아로와나토큰 인출 권한을 가지고, 이를 적절히 운영·관리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컴그룹 자금으로 인수된 아로와나테크는 아로와나토큰 총 5억개를 발행했다. 디지털 6대 금융사업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라고도 홍보했다.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다. 2022년 8월 9일 거래소는 이 가상화폐의 상장을 폐지했다. 김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제 욕심에 잘못된 선택을 해 피해를 끼쳤다. 죄송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장녀인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동생이 이 혐의로 구속되자 “대표이사이기 이전에 누나 김연수로서 제 남동생이 이러한 사건에 거론된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그러나 한컴과 저 김연수는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 또는 실패로 인해 그 어떠한 득도 실도 없다는 말씀 다시 한번 강조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발생한 사법 이슈와 관련해 우려하고 계실 고객·투자자·임직원 등 많은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그저 앞으로 진행될 수사 이후 제 남동생에 대한 사법부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했다. 또 “현재 한컴이 추진 중인 사업들과 계획 중인 사업들 역시 이번 이슈와 상관없이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대표이사 김연수로서는 저희 경영진과 함께 한컴 및 주요 자회사에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들을 점검하고 최소화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책임경영과 정도경영을 실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들은 범행을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 변제를 위해 각자 자산을 매각해 약 40억원을 피해 회사에 내놨다”며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선 송구하게 생각하는데 피고인들은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되도록 노력해 손실이 회복되도록 할 생각”이라며 선처를 요청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사진 한글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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