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式 우리투자증권, 옛 명성 회복할까
[우리투자증권의 부활] ①
적자 해소·장기적 본업 및 라이선스 확장 등 과제 산적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증권 계열사의 부활을 선언했다. 임종룡 그룹 회장과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옛 우리투자증권(우투증권)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겠다는 큰 그림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이는 과거 메리츠종합금융(메리츠종금)이 10년간 종금·증권업을 겸영한 뒤 증권사로 전환하는 모델을 따르는 것인데 우리종금 자산과 고객 풀을 증권사 완전 전환 기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법으로 해석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5월 3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고 합병 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의했다. 회사는 금융위원회 합병 인가 등 절차를 거쳐 3분기 내 증권사를 출범할 계획이다. 사명은 과거 우리금융이 농협금융에 넘겼던 ‘우리투자증권’이 유력하다.
합병비율은 우리종금 주식 1주당 포스증권 약 0.34주로 합병 후 지분율은 우리금융지주 97.1%, 한국증권금융 1.5%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신생 우리투자증권은 출범과 동시에 자기자본 1조1500억원, 고객 예탁금 10조8000억원, 개인 고객 수 48만명으로 업계 18위 중형 증권사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10년 내에 업계 10위권 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병 후에는 투자상품 범위를 확장해 종합금융사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추가로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한 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구축해 일반적인 종합 증권사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증권사는 그룹 내 각 계열사들이 기업금융 영역에서 수행하는 기능을 하나로 이어주고, 그룹 차원에서 기업 고객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기존 종금업 기반 기업 대상 여신 비즈니스와 증권의 고유자금 투자 기능을 결합해 벤처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 기업 유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딜 소싱부터 클로징, 사후관리, 고객관리 등 주요 단계별로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간 협의체를 활성화해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창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출범 초기에는 주로 우리은행의 투자금융(IB), 기업금융 전문역(RM) 조직을 대상으로 기업 연계 영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은 IB를 중심으로 리테일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등으로 확장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자산관리(WM)와 IB, 트레이딩 간 균형 잡힌 초대형 IB로서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양사 합병 경쟁력 의문…추가 M&A 추진 전망도
증권업계에선 포스증권의 새 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우투증권의 명성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양사 합병 경쟁력에 의문을 내비치는 반응이 대다수다. 포스증권은 지난 2013년 ‘펀드온라인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온라인 펀드 전문 회사다. 40개 자산운용사와 한국증권금융·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 펀드평가사 4곳 등이 독립적인 펀드 판매 채널을 만들기 위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온라인 펀드 전용 쇼핑몰 ‘펀드슈퍼마켓’을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포스증권 최대 주주는 지분 51.7%를 보유한 한국증권금융이다. 다만 증권사로 분류는 되지만 펀드 판매업만 영위하는 회사란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현재 포스증권은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투자중개업·신탁업 라이선스를, 우리종금은 종금업 라이선스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라이선스 확장 과정에선 각 인가 단위별로 요건을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 라이선스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요건이 높은 증권 투자매매업 기준도 자기자본 500억원 수준이며 4대 금융지주의 자본력도 큰 뒷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적자인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공모펀드 활성화’ 차원에서 설립된 포스증권은 5년 이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5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72억원, 2021년에는 75억원, 2020년에는 85억원, 2019년에는 6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4월 24일 임시주총을 열고 결손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액면가를 감액하는 방식의 자본감소(무상 감자) 결의도 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본업 확대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주식 브로커러지 시장과 대형사 위주로 형성된 IB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금융은 펀드슈퍼마켓 앱 기반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발할 예정이다. 포스증권은 6조5000억원의 예탁 자산과 28만명 고객의 리테일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경쟁력 있는 매물이 나올 경우 추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임종룡 회장이 NH금융지주 회장 시절 증권사를 인수해 IB, 상장(IPO) 지원 등을 강화하면서 한국 5대 증권사로 키운 전례가 있기에 포스증권 합병에 이어 중소 증권사 추가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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