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총선 공약 어디에?”…코인업계 숙원 ‘ICO 허용’ 하세월
[규제에 멍드는 가상자산] ①
ICO 금지, 2017년부터 7년째…싱가포르 등 주요국 흐름 반대
與野, 허용 공약했지만 변화 없어…업계는 ‘국부 유출’ 지적

ICO란 가상자산 프로젝트 업체가 자사에서 개발한 새로운 가상자산을 투자자로부터 현금이나 다른 가상자산을 받고 넘겨주는 것을 뜻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에게 미래에 상장될 코인의 가치를 약속하고 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코인을 분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투자 자금을 조달한다.
ICO는 이름만 놓고 보면 주식 시장의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유사하게 보인다. 그러나 ICO는 IPO처럼 상장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되고, 가상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담은 ‘백서’(White Paper)만 있으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IPO와는 다르게 ICO로 가상자산을 받은 투자자는 기업 주주로서 권리, 재산권, 의결권 등이 부여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업자 입장에서 ICO가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악용해 과거 일부 프로젝트들은 ICO를 빙자한 사기 행각을 빈번하게 벌였다. 이에 2017년 9월 금융당국은 가상통화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현재까지 주요국들 가운데 ICO를 전면 금지하는 국가는 중국(홍콩 제외)과 한국 두 곳뿐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산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해외로 나가 법인을 설립해 우회적으로 가상자산을 발행한다는 점이다. 위메이드·클레이튼·보라 등 시가총액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위 가상자산들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위믹스(위메이드)·클레이튼(카카오)·보라(카카오게임즈)·엑스플라(컴투스)·마브렉스(넷마블) 등 코인은 싱가포르에 재단을 두고 있으며, 네오핀(네오위즈)과 핀시아(네이버)는 아부다비에 재단이 소재해 있다. 모두 국내와 다르게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에 편입해 규제를 정비하고 블록체인 관련 산업을 장려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지난 2017년 디지털자산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가상자산을 핀테크와 금융 영역에서 규제하고 있다. 두바이는 지난 2022년 가상자산 규제 기관(VARA)을 설치하고 가상자산 규제법(DVAL)을 제정했다. 아부다비에서는 ICO에 대한 독자적인 법적 규제를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금세탁(머니 론더링) 대책이나 소비자 보호, 정보 보안에 관한 사업자의 의무 등도 규제로써 담겨 있다.
ICO는 한철 공약?…업계 “속도감 있게 허용 추진해야”
이 같은 현실에 가상자산 업계는 ICO 금지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이 저해된다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이에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ICO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거래소공개(IEO·Initial Exchange Offering)부터 시작해 국내 ICO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여야도 ICO 단계적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법안 발의 등 진척된 내용은 없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2단계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ICO 허용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에 재단을 둔 가상자산 프로젝트 기업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려면 건강한 ICO는 매우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이다”라며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국내 프로젝트들이 떳떳하게 토큰을 발행·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업계에서도 ICO는 산업 진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ICO가 허용되면 현재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업 모델이 비로소 다양해질 수 있다”며 “다년간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안전망을 갖춘 국내 거래소들이 IEO부터 시행하면 과거 같은 사기가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월 소비심리, 두 달 연속 상승…“정치상황 안정·산업지원 기대”
2“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폐업 상조사’ 위드라이프 피해자 집단 고소
3한국은행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국내 주력산업 성장 제약”
4임원 2000명 소집한 삼성그룹...'삼성다움' 세미나 열어
5북한군 포로 "한국 가고 싶다"… 정부 "전원 수용할 것"
6결론 임박한 KDDX 사업...‘공동설계’ 실현 가능성은
7오밤중에 용산 노후 아파트 천장 붕괴…20kg 콘크리트 덩어리 ‘아찔’
8‘벼랑 끝’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 “영풍·MBK 무법질주 막아달라”
9CJ올리브영, '임차 건물' 아예 인수 나선다...'6000억원대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