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해묵은 방카슈랑스 규제에 손보사들 ‘속 터지네’
[방카슈랑스, 봄이 올까요] ②
참여 손보사 줄면서 ‘25%룰’ 지키기 어려워져…방카 규제, 영업에 장애
금융권, ‘방카 5대 핵심규제’ 완화 한목소리…“소비자 만족도 제고 가능”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삼성화재가 올 들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철수하는 등 국내 방카슈랑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방카슈랑스에 참여하고 있는 손해보험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율 규제로 은행과 보험사들이 영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판매 상품 제한, 모집 방법 제한 등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큼지막한 규제들이 있어 금융권에서는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올해부터 방카슈랑스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2003년 방카슈랑스 영업을 시작한 지 21년 만의 결정이다. 현재 삼성화재는 방카슈랑스 업무를 신규 상품 판매 없이 기존 상품에 대한 관리만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방카슈랑스 시장 철수는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인 만큼 저축성 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부채로 간주한다. 보험사의 장기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장성 보험을 파는 게 유리하다.
손보업계 “25%룰, 시장 위축 악순환 낳는다”
삼성화재처럼 일부 손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철수 혹은 판매 중지 등을 결정해 오면서 현재 손보업계의 방카슈랑스는 실질적으로 은행별로 4개사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 은행들이 20개 안팎의 생명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배경에 은행들은 ‘25%룰’이라 불리는 방카슈랑스 판매 비율 준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25%룰은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다. 특정 보험사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특히 시중은행 계열 보험사의 경우 은행의 밀어주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5%룰은 그동안 유지돼 왔다.
그러나 갈수록 방카슈랑스 참여 보험사가 감소하면서 은행들은 연말마다 판매 비율 준수를 위해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판매 중단→재개’라는 번복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처럼 25%룰로 발생하는 아이러니에 은행권과 손보업계는 방카슈랑스 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보험 판매채널로서 방카슈랑스가 금융소비자 편익과 금융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 25%룰이 개정되지 않으면 손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철수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카드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카드슈랑스의 경우 판매 비중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됐다. 카드사에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4개 미만으로 떨어지자 25%룰을 더 이상 준수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지난해 보험업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25%룰을 50%로 완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드슈랑스처럼 방카슈랑스도 판매 비중 규제를 33%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25%룰을 유지한다면 손보사와 생보사를 통합해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손보업계와 생보업계는 25%룰을 각자 적용하고 있다.
상품·모집 제한 등 규제도 걸림돌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규제는 판매 비중 규제 외에도 크게 네 가지가 더 있다. 보험업법 제91조와 시행령 제40조에 근거한 방카슈랑스 5대 핵심규제는 ▲판매 비율 제한 ▲판매 상품 제한 ▲판매 인원 제한 ▲취급 업무 제한 ▲모집 방법 제한이다.
이 중에서도 금융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제한하는 제약사항인 판매 상품 제한은 판매 상품 비중 제한 못지않게 개정이 시급하다고 은행업계와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는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는 실손보험, 종신보험,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할 수 없다. 이는 삼성화재가 보장성 보험 판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방카슈랑스 철수를 결정한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또한 은행 영업점당 보험 판매 인원은 2명으로 제한돼 있다. 고객 대기 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방카슈랑스 판매 인원이 여신 업무를 겸할 수도 없어 종합금융서비스 기회 제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전화·우편·통신 모집행위도 금지하고 있어 디지털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방카슈랑스 규제가 개선되면 ▲보험료 수수료 절감 ▲소비자 만족도 제고 ▲불완전 판매 비율 개선 등 금융소비자 편익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원을 다각화해 비이자 수익을 확대·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확대로 야기되는 고시책, 설계사 이탈, 부당승환 등 과당경쟁을 안정화시키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핀테크사의 온라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으로 보험업계에 건전한 경쟁이 붙고 있다”며 “하지만 방카슈랑스 영역에서는 20년도 더 된 낡은 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어 디지털 추세와 판매채널 다양화와 함께 소비자 편익을 증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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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올해부터 방카슈랑스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2003년 방카슈랑스 영업을 시작한 지 21년 만의 결정이다. 현재 삼성화재는 방카슈랑스 업무를 신규 상품 판매 없이 기존 상품에 대한 관리만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방카슈랑스 시장 철수는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인 만큼 저축성 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부채로 간주한다. 보험사의 장기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장성 보험을 파는 게 유리하다.
손보업계 “25%룰, 시장 위축 악순환 낳는다”
삼성화재처럼 일부 손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철수 혹은 판매 중지 등을 결정해 오면서 현재 손보업계의 방카슈랑스는 실질적으로 은행별로 4개사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 은행들이 20개 안팎의 생명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배경에 은행들은 ‘25%룰’이라 불리는 방카슈랑스 판매 비율 준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25%룰은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다. 특정 보험사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특히 시중은행 계열 보험사의 경우 은행의 밀어주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5%룰은 그동안 유지돼 왔다.
그러나 갈수록 방카슈랑스 참여 보험사가 감소하면서 은행들은 연말마다 판매 비율 준수를 위해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판매 중단→재개’라는 번복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처럼 25%룰로 발생하는 아이러니에 은행권과 손보업계는 방카슈랑스 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보험 판매채널로서 방카슈랑스가 금융소비자 편익과 금융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 25%룰이 개정되지 않으면 손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철수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카드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카드슈랑스의 경우 판매 비중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됐다. 카드사에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4개 미만으로 떨어지자 25%룰을 더 이상 준수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지난해 보험업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25%룰을 50%로 완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드슈랑스처럼 방카슈랑스도 판매 비중 규제를 33%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25%룰을 유지한다면 손보사와 생보사를 통합해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손보업계와 생보업계는 25%룰을 각자 적용하고 있다.
상품·모집 제한 등 규제도 걸림돌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규제는 판매 비중 규제 외에도 크게 네 가지가 더 있다. 보험업법 제91조와 시행령 제40조에 근거한 방카슈랑스 5대 핵심규제는 ▲판매 비율 제한 ▲판매 상품 제한 ▲판매 인원 제한 ▲취급 업무 제한 ▲모집 방법 제한이다.
이 중에서도 금융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제한하는 제약사항인 판매 상품 제한은 판매 상품 비중 제한 못지않게 개정이 시급하다고 은행업계와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는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는 실손보험, 종신보험,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할 수 없다. 이는 삼성화재가 보장성 보험 판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방카슈랑스 철수를 결정한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또한 은행 영업점당 보험 판매 인원은 2명으로 제한돼 있다. 고객 대기 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방카슈랑스 판매 인원이 여신 업무를 겸할 수도 없어 종합금융서비스 기회 제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전화·우편·통신 모집행위도 금지하고 있어 디지털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방카슈랑스 규제가 개선되면 ▲보험료 수수료 절감 ▲소비자 만족도 제고 ▲불완전 판매 비율 개선 등 금융소비자 편익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원을 다각화해 비이자 수익을 확대·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확대로 야기되는 고시책, 설계사 이탈, 부당승환 등 과당경쟁을 안정화시키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핀테크사의 온라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으로 보험업계에 건전한 경쟁이 붙고 있다”며 “하지만 방카슈랑스 영역에서는 20년도 더 된 낡은 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어 디지털 추세와 판매채널 다양화와 함께 소비자 편익을 증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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