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티몬, 본사 ‘유동성 악화’에 정산 지연…판매자들 ‘발 동동’
큐텐 계열사 위메프·티몬, 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일부 서비스 중단
소비자 환불 지연에 멈춰선 판매…‘위시’ 인수에 무리한 자금 조달 여파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두 회사는 싱가포르 ‘큐텐’(Qoo10) 계열사다. 이른바 ‘티메프 사태’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도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티몬에선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뿐 아니라 소비자 환불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행상품뿐 아니라 상당수 소비재 판매도 중단됐다. 할인 판매한 상품권 사용도 막혔다. 지금까지 최소 1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나타났단 추산도 나온다. 이는 큐텐그룹의 유동성 부족에 따라 계열사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나타났다.
지난달 큐텐의 해외 판매 대금 정산이 미납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이는 이달 초부터 위메프와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큐텐 계열사인 AK몰과 인터파크커머스는 정상 가동 중이지만 이 플랫폼도 언제 사안이 악화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큐텐그룹의 유동성 문제는 지난 2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위메프·티몬은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두 달 후에 판매자에게 정산해 주는 식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틈을 이용해 큐텐이 무리한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큐텐이 위메프와 티몬 정산 대금까지 끌어다 쓰는 바람에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계열사에서도 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가 발생한 구조다.
유동성 부족으로 이미 위메프·티몬에서는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백화점·홈쇼핑 등의 소비재 판매도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들은 전날부터 위메프·티몬 기존 결제 건에 대한 카드 취소를 막았다. 고객들의 취소 신청 증가에 따른 손해를 막으려는 조치다. 위메프·티몬 고객은 이에 따라 환불 요청 시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히 티몬에서는 이날 선택할 결제 방법 중 신용카드는 물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 등 간편결제까지 모두 빠졌다. 티몬에서 상품 구매는 현재 계좌이체·휴대전화 결제로만 가능하다. 티몬 캐시의 페이코 포인트 전환·해피머니와의 거래와 포인트 전환 등도 중단됐다. 위메프·티몬에서 할인가에 구매해 요기요 앱에 등록한 금액권 사용도 안 된다.
위메프와 티몬에서 항공권·숙박권·렌터카·티켓·여행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여행사 등으로부터 취소 안내 또는 재결제를 요구받고 있다. 하나투어·노랑풍선 등 여행사들은 위메프·티몬에 정산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위메프·티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 곳이다. 이들 3개 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000억원에 달한다.
큐텐그룹 측은 “정산과 환불 절차를 모두 정상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국소비자원의 피해 구제 및 분쟁조정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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